[날씨가 왜 이래]티베트 열풍 '찜통'에 갇힌 한반도.."폭염 한 달 갈 수도"
[경향신문]
한반도가 찜통에 갇혔다. 더위가 한 달 정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범은 ‘멀리’ 있다. 수천 km 떨어진 티베트고원의 고기압이 한국의 폭염을 부르고 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월요일인 16일도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낮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날 아침기온은 21~28도, 낮 최고기온은 30~37로 평년보다 높겠다. 한낮 기온은 포항·대구·경주 37도, 문경·상주·김해 36도까지 치솟는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당분간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아 덥겠다. 폭염특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일부지역에는 열대야가 나타난다. 온열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무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가축이나 양식수산물의 집단 폐사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한증막같은 무더위가 찾아왔다는 것은 장마가 사실상 끝났다는 의미다.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물러나고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확대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장마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7월24~25일쯤 끝나는 것으로 본다. 현재 기상청의 열흘치 중기예보에선 25일까지도 장맛비 소식이 없다. 이대로라면 올 장마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16일(6월26일~7월11일)만에 끝나는 셈이다. 6월30일에 끝났던 1973년 ‘6일 장마’ 이후 가장 짧은 장마다.
예년보다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기세가 결정적이었다. 북태평양고기압은 태평양 수온이 높아지는 8월쯤에야 본격적으로 힘을 쓰게 된다. 올해는 수천㎞ 떨어진 서쪽에서 힘을 보탰다. 4000~5000m 고원에서 열풍을 보탠 티베트 고기압 때문이다.
티베트 고원은 현재 평년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고도가 높은 지표면이 햇빛을 직접 받으면 빨리 데워진다. 더운 공기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건너오면서 북태평양고기압에 힘을 실어줬다. 둘이 만나 거대한 고기압층을 형성해 장마전선의 남하를 막고, 이른 무더위를 불렀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보통 북태평양고기압은 장마가 끝나고 7월 하순에야 우리나라까지 본격 영향을 미치는데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이 상층부에서 만나서 거대한 세력을 형성해 무더위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베트 고원이 달궈진 이유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주위 온도가 높으면 쉽게 달궈지는 것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위는 보통 8월 중순 광복절을 전후해 꺾이는데 그 때까지 더위가 식을만한 요소가 딱히 없다. 비 소식도 소나기 정도만 예상되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더위를 유발하는 고기압이 매우 견고하고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어 흩뜨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유사한 기압 형태를 보인 2012년 여름에도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 약 20일 정도 폭염이 지속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에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 환자는 한 주 사이 3배 이상 급증했다. 15일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따르면 7월 8~14일 온열질환 환자는 180명으로 직전 주(7월 1~7일) 52명 대비 3.5배로 급증했다. 14일 하루 동안 3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20일 감시가 시작된 이래 주곧 한 두 자릿수 였던 온열질환 환자 수는 전국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크게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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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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