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언더파 꿈인데.. 14번홀까지 2언더 치다 1오버 그친 이유는

최명식 기자 2018. 7. 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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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근 ㈜마루망코리아 대표가 지난 4일 경기 성남의 남서울골프장 17번 홀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김석근 ㈜마루망코리아 대표

남은 4개 홀 퍼트 난조 보기 3개

아쉬워도 생애 최고 성적 기록

“골프는 욕심 버려야 풀리는데…

비거리 늘려 꼭 언더파 이룰 것”

6년 前 ‘골프채 장사꾼’ 변신

잘 쳐야 클럽홍보 효과 커 부담

‘채가 나빠 못 치냐’ 핀잔 들을 땐

‘서점주인 늘 공부 잘하냐’ 반박

김석근(60) ㈜마루망코리아 대표는 ‘40년 지기’들과 매달 한 차례 골프장에서 만난다. 대개의 동창모임이 분기별이나 연례행사로 만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편. 매달 많을 땐 6팀, 적게 나와도 5팀은 참석할 만큼 골프모임의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대구 계성고(64회 졸업) 동창회 골프모임 회장직을 3년째 맡아 오고 있다. 그는 “동창들이 골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최우선으로 동창 모임에 나오고 있다”며 “이런 전통을 10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지난 4일 경기 성남의 남서울골프장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환갑을 앞둔 나이치곤 스윙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구력 25년 차답게 쇼트게임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김 대표는 ‘남서울 귀신’이라 불릴 만큼 전체 라운드의 절반이 남서울에서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평소 ‘팔초칠말’(80대 초반에서 70대 후반 스코어) 정도를 친다는 김 대표는 남들은 까다롭다고 평가하는 남서울에서 워낙 잦은 라운드 덕에 70대 스코어가 더 많다. 이곳에서 2오버파 74타까지 쳤다는 김 대표는 “그린이 워낙 어려워 퍼트가 잘 떨어지는 날이면 활짝 웃고 가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4년 골프를 배웠다.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한 김 대표는 그룹 연수원(인화원) 간부교육 프로그램에 골프가 있어 처음 골프를 접했다. 이후 캐나다 밴쿠버의 한 대학 연수 시절 교내 부설 골프장을 자주 나갔다. 함께 연수 왔던 부장급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골프에 눈을 떴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 들어온 뒤 주말엔 골프장 출입이 잦았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 열기가 불던 1996년 LG 벤처캐피탈 창사 멤버로 발령났고, 2003년엔 GS 방계 그룹인 코스모 그룹의 허경수 회장의 ‘러브콜’을 받아 계열사 대표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골프채 수입업체인 마루망코리아 대표를 6년째 맞고 있다. 마루망에서 생산하는 ‘마제스티’ 브랜드는 2003년 일본과 70대 30의 합작회사로 출발해 지금까지 국내 프리미엄 골프클럽의 대명사가 됐다. 그는 “마루망이 한국에서 성공한 비결은 한국인에게 맞는 마케팅을 한 덕분”이라며 “같은 모델이라도 일본과는 전혀 다른 스펙을 수입해 오면서 병행 수입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일본이 갖고 있던 지분을 조금씩 인수하더니 경영난을 겪던 일본 마루망의 지분을 매입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47년 된 일본 메이저 클럽 메이커가 한국의 자회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일본에서도 충격을 받았고, 자존심도 상했다. 코스모 그룹 계열사였던 마루망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의 한 펀드에 784억 원에 매각됐지만, 김 대표는 재신임을 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투자자의 깊은 신뢰를 받은 김 대표는 5년 후 2000억 원 규모의 회사로 키울 작정이다. 새 출발을 위해 주 고객층을 현재의 여성과 시니어는 물론, 40대 이하의 젊은 세대를 겨냥한 ‘콘퀘스트’ 라인을 론칭했다. 앞으로 한계에 봉착한 클럽시장 외에 골프의류 사업 진출도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골프채 장사꾼’이 되다 보니 잘 치고 잘 못 치는 기준이 사용하는 골프채 평가로 자연스레 이어질 때가 많다. 잘 치면 채가 좋아서이고, 못 치면 그 채를 갖고 왜 그리 못 치느냐고 핀잔을 자주 듣는 편. 그는 이럴 때마다 “서점 주인이 늘 공부를 잘하느냐”며 반박하지만, 골프채를 알리려면 백번의 말보다 잘 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1오버파 73타. 두 차례 중 한 번은 일본 여행 때 작성했고, 2년 전에 또 기록했다. 특히 2016년 경기 여주 스카이밸리에서 대학 동창들과의 라운드는 두고두고 아쉬웠다. 보기 3개 버디 2개를 기록했다. 14번 홀까지 버디 2개와 파 행진을 벌이며 언더파를 이어 오다가 4개 홀을 남기고 퍼팅 실수를 연발해 보기 3개를 쏟아냈다.

홀인원은 딱 한 번 기록했다. 골프를 한 지 10년 만이던 2004년 경기 용인의 남부골프장 11번 홀(파3·120m)에서 해저드를 넘겨 친 공이 왼쪽 그린 앞에 떨어진 뒤 굴러 들어갔다. 3년 전 경기 가평의 아난티 골프장에서는 티샷한 공이 홀 가장자리에 맞은 뒤 핀을 맞고 튕겨 나오는 바람에 두 번째 행운을 얻지 못했다. 김 대표가 친 공에 홀 가장자리가 움푹 파여, 그린 키퍼가 달려와 수리를 해야 할 정도로 1㎝ 차이로 ‘덩크 샷’ 홀인원을 놓쳤던 것. 그는 3년 전, 자신의 능력을 시험할 요량으로 한국골프연습장협회가 주관한 골프지도자 테스트(18홀 79타 이내)에서 77타를 쳐 자격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경험상 인생에 있어 골프만큼 모든 것을 내포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처음 만난 동반자와 5시간 이상 함께 하면 내면을 속속들이 알 수 있기에 골프는 좋은 만남을 유지해 주는 매개체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는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잘 풀려 나가고 정성 들여 치면 보답을 받는 정직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평소 퇴근 후 헬스장을 찾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해온 게 골프를 꾸준히 즐길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엔 5일 연속 라운드를 해도 끄떡없었지만, 요즘엔 3일 연속 라운드도 버거울 정도로 체력 부담이 커진 것도 연습장 대신 헬스장을 찾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5월 출시한 ‘콘퀘스트’를 기존 마제스티에 견줄 만한 브랜드로 키우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골프에서는 언더파를 꼭 한번 기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려면 지금 200m 남짓 되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더 늘리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웃었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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