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공유 相生일자리 는다>은퇴자에게 '自立의 목공기술'.. 매출 年 5억· 일자리 '뚝딱뚝딱'

박천학 기자 2018. 6. 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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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구 서구 평리동 마을기업 ‘마을목수’ 조기현(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은퇴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목공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대구 마을기업 ‘마을목수’

쪽방촌 소외층에도 기술 전수

올해까지 60명 6개월과정 이수

재취업과 육체건강에 큰 도움

도시재생· 주거복지사업 함께

나무로 각종 물품 제작판매도

직장 은퇴자나 사업에 실패해 쪽방에 거주하는 이들의 새 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불경기로 젊은층은 물론, 고령층 등 모든 계층에서 일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은퇴자에게 목공 기능훈련을 하고 쪽방 거주자에게는 자립과 자활을 돕는 마을기업이 있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 있는 ‘마을목수’다. 지난 2014년 ‘다울건설협동조합’에서 설립한 이 기업은 2년 뒤인 2016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다울’은 ‘당신과 나 모두 다 우리’라는 뜻으로 공동체를 의미한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각종 지역 자원 등을 활용해 수익사업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이다.

지난 25일 오후 찾아간 마을목수 250㎡의 실습실에서 20여 명의 은퇴자와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 목조주택을 짓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마을목수가 마련한 ‘건설 기능 인력 역량 강화 교육’으로 3개월 과정이다. 이날 교육생들은 조기현(52) 마을목수 대표로부터 목공 짜맞춤 교육을 받고 있었다. 전기톱, 끌과 대패, 전기 드릴 등을 이용해 금방 식탁을 만들었다. 한 교육생은 “식탁은 취약계층 가운데 홀로 사는 이들에게 기부한다”고 했다.

이들은 10분의 1로 축소한 한옥 주택과 사각형 정자, 그늘막(파고라) 등도 만들어 비치하고 있었다. 교육생 지모(62) 씨는 “노후 주택을 직접 리모델링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며 “직접 수리하면 인건비가 크게 절감된다”고 말했다. 또 공직에서 정년퇴직한 이모(61) 씨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지역 고용센터를 찾았더니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차관리원, 주유원 등을 권했다”며 “차라리 100세 시대 기술을 배워 재취업하고 육체적 건강을 얻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2016년 이후 180여 명이 이 교육을 받고 곳곳에 진출했다.

마을목수는 쪽방 거주자를 돕기 위한 목공교육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대구에는 1000여 개의 쪽방이 있고 800여 명이 직접 거주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건설 일용직 출신이 70%나 돼 이들의 자립을 돕는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위한 목공교육은 6개월 과정이다. 올해 말까지 총 60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마을목수는 이러한 교육과 함께 건설 시공과 도시재생 기반의 주거복지, 주택 에너지 효율화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주로 비상근 현장 직원(200여 명)이 십시일반 나눠 맡는다. 또 건설현장에 나가지 못하는 이들은 나무로 각종 물품을 만들어 프리마켓이나 여러 협동조합에 팔기도 한다.

이러한 성과로 마을목수는 2016년 1억400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4억 원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에는 대구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올해 매출은 5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을목수는 현재 승승장구하지만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조 대표는 건설일용직은 노령화가 심각하고 4대 보험, 퇴직금도 없어 은퇴하면 수익이 끊겨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 현상을 보고 6개월 동안 공부한 뒤 조합을 직접 설립했다. 하지만 조합을 설립할 당시 일거리가 없고 전망도 불투명하면서 조합원 10여 명의 출자금(1400여 만 원)을 모두 잠식했다. 하지만 그는 “매일 오전 4∼5시 대구 달성공원에 목수들이 모이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을 보고 주저앉지 말자고 다짐하며 나눠주고 베풀자,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여러 곳에 알려지게 됐다”며 “마을기업으로 지정되자 일감이 늘고 자산 규모도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을목수는 수주한 공사를 기능 훈련을 받은 은퇴한 건설일용직에게 나눠주면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에너지 빈곤층을 대상으로 단열시공과 함께 단열 겸용 온수매트를 제작해 기부도 하고 있다. 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마을목수 교육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목공예를 배우는 것은 취미를 넘어 치유도 할 수 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무료 목공체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자본주의 시장의 경쟁 원리인 이윤 추구보다 사람의 가치를 먼저 챙겨 사람을 남기는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전국 동네마다 은퇴자들이 만든 ‘마을목수’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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