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엔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2018. 6. 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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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
들판과 습지의 새들이 여름에 깃드는 곳
먹이터와 번식지 역할을 하는 초여름 논
백로, 저어새, 제비가 사랑하는 삶터

[한겨레]

논둑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뒤)와 흰뺨검둥오리.

계절이 싱그러움을 지나 짙은 녹음을 향해 가고 있다. 계절의 변화 속에 새 관찰에도 변화가 생긴다. 넓은 들판과 습지에 많던 새들이 조금씩 보이지 않는다. 새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들어간 새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이때 아주 재미있게 탐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논이다. 논은 자연과 인공의 중간에 있지만 여러 동물에게 매우 훌륭한 서식지 역할을 해준다.

논은 겨울을 제외하고 거의 물이 차 있는 습지 역할을 한다. 아주 작은 댐인 셈이다. 이렇게 고여있는 물에 다양한 생명이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 된다. 겨울은 비록 마른 논이라 할지라도 수확이 끝나면 새들에게 엄청난 먹이 자원이 된다. 새들은 수확이 끝난 늦가을에 떨어진 낱알을 먹고 한겨울에는 벼 밑동을 먹고 늦겨울에는 벼 뿌리까지 먹는다. 그래서 천수만과 같은 넓은 농경지에는 수십만 마리의 오리류, 기러기류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생명력이 왕성한 계절인 지금, 논에는 어떤 새들이 있을까? 겨울 논이 월동지로 먹이터의 역할이 크다고 하면, 여름은 어떤 새들에게는 먹이터, 어떤 새들에게는 번식지, 어떤 새들에게는 둘 다로 효용이 있다. 지금 5월부터 6월까지 벼가 그다지 크게 자라지 않은 논에서 철새를 관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논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새는 백로류다.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등 크기별로 백로류를 볼 수 있다. 벼가 조금씩 크면 메뚜기도 나타나 좋은 먹이가 된다. 머리가 누런 황로는 메뚜기를 좋아한다. 또 같은 백로과 중에 흰날개해오라기도 논을 아주 좋아하고 물고기와 곤충들을 잡아먹는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도 초여름 논을 매우 좋아한다. 새끼에게 짜지 않은 먹이를 주려고 먹이를 민물에서 잡기 때문이다. 논의 물 깊이는 저어새의 특별한 부리와 찰떡궁합이 된다. 벼가 아직 많이 자라지 않은 6월의 논은 저어새에게 최고의 사냥터이다. 논의 아래 공간이 백로, 저어새 등의 황새목의 새들의 영역이라면 논의 위 공간은 제비의 영역이다. 제비는 논 위에 날아다니는 날벌레를 아주 대단한 비행력으로 쉼 없이 잡아먹는다.

논은 백로류에게 놀이터 같은 먹이터다.
벼가 막 자라는 6월은 뜸부기를 관찰하기 좋은 시기다.

그리고 논을 대표했던 새 뜸부기가 있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라는 익숙한 동요 가사처럼 뜸부기는 농촌에서 매우 흔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멸종위기종의 새들처럼 그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한때 우리나라 농업은 생산성을 너무나도 중시한 나머지 농약과 비료를 너무 많이 써서 생명력을 잃은 논이 많다. 곤충류, 달팽이, 우렁이를 논에서 잡아먹는 뜸부기는 직접 농약의 피해를 당하였고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뒤늦은 2005년에야 천연기념물(44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나, 2012년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추가될 정도로 회복이 어렵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사람들이 건강한 논에서 자란 깨끗한 쌀을 원한다. 경제의 발전이 부가가치가 더 높은 유기농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논리로도 유기농 논은 훨씬 더 가치가 높다. 이야말로 새와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살아가는 공평한 모습이 아닐까? 앞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논이 더욱더 다양한 생명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논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농업 지역도 동물과 자연과 함께 하는 평화로움을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논에서 탐조할 때, 아주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다. 멀리 보이는 새들을 가까이 보고자 함부로 논 깊숙이 진입하는 경우, 진흙탕에 빠지거나 좁은 농로를 따라 후진으로 나와야 하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또한 새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적당한 거리에서 안전하게 즐겨주시기 바란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흰날개해오라기가 푸르게 자란 벼 사이를 걷고 있다.
논에서 쉬고 있는 중대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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