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실력보다 외모' 여성 록 뮤지션들의 비애
록 음악 시장에서도 여성 밴드는 똑같은 실력을 가진 남성 밴드보다 훨씬 큰 주목을 받는다. 물론 여성이 록 음악계에 들어오는 진입 장벽은 높지만, 일단 편입되면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중반 금남(禁男)의 벽을 깨고 등장한 런어웨이즈(The Runaways)가 대표적이다. 존 제트(기타), 샌디 웨스트(드럼), 재키 폭스(베이스), 리타 포드(기타), 체리 큐리(보컬)로 구성된 5인조 여성 밴드는 오일쇼크 이후 경기 침체로 인해 펑크록의 분노가 확산되던 1975년에 결성됐다.
당시는 ‘록은 남자의 음악’이라는 공식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런어웨이즈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런어웨이즈’(2010)에서 음악 선생님이 존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에게 통기타를 건네며 “여자들은 일렉트릭 기타를 치지 않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런어웨이즈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했다. 런어웨이즈 이전에도 여성 록커들은 존재했지만, 여성만으로 구성된 록 밴드는 없었다.
1976년에 발표된 런어웨이즈의 데뷔곡 “Cherry Bomb”은 빌보드 차트 106위에 올랐다. 10대 소녀들이 만든 록 밴드의 곡으로서는 상당한 히트였다. 일본에선 차트 1위에 올랐으며, 이들의 일본 공연은 비틀즈의 인기를 방불케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런어웨이즈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 짝이 없다. 이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여성 밴드라는 희소성과 참신함이 어우러진 결과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런어웨이즈의 인기는 단지 체리 큐리가 코르셋을 입고 노래했기 때문이라는 혹평도 있다.
다시 말해 연주 실력은 그저 그랬다는 얘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멤버들은 아직 어린 10대였고, 일부는 악기를 배우는 단계에서 밴드에 합류했다. 재키 폭스의 베이스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서 블론디의 나이젤 해리슨이 대신 레코딩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런어웨이즈가 ‘여성 록’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런어웨이즈 이후 고고스, 빅슨 등 여성 밴드도 잇따라 등장했다. 현재는 허니블러드, 엑스 헥스, 걸풀 등의 여성 록 밴드들이 계보를 잇고 있다.
여성 불모지나 다름없는 록 음악계에서 이들 밴드의 노력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보단 이들의 실력을 온전하게 인정해주는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대다수 여성 록커들은 실력보다 외모로 평가받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헤비메탈 잡지 리볼버는 매년 ‘가장 뜨거운 영계들(Hottest Chicks)’이라는 다소 낯뜨거운 제목으로 여성 록 뮤지션들의 순위를 매긴다. 이는 록 음악 업계에서 여성을 대하는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객들이 여성 뮤지션을 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미국 메탈코어 밴드 블리딩 스루의 키보디스트 마르타 피터슨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가슴을 보여달라고 소리치면 정말 기분 잡친다. 내가 스트리퍼도 아닌데 옷을 왜 벗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밴드가 좋아서 공연장에 왔다면 존경심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여성 뮤지션들은 적극적으로 성을 상품화하기도 한다. 더 프리티 레크리스의 보컬리스트인 테일러 맘슨은 공연 중 가슴을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뒷모습을 담은 누드 사진을 앨범 표지로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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