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찍힐까 무서워".. 송곳·실리콘 든 여성들

이순지 2018. 5.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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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박수진(23)씨는 29일 서울 명동역 인근 한 생활용품점에서 실리콘과 송곳을 구입했다.

명동역 인근 생활용품점 다이소 직원은 "여성들이 몰카에 공포를 느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갑자기 판매량이 늘어 한 달째 물건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몰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았다"며 "송곳, 실리콘, 금속 탐지 애플리케이션이 요즘 여성들의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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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올라온 송곳ㆍ실리콘 구매 사진들이다. 트위터 캡처

대학생 박수진(23)씨는 29일 서울 명동역 인근 한 생활용품점에서 실리콘과 송곳을 구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자 화장실 몰래 카메라 대응 방법에 대한 글을 읽고 이 물건들을 구입한 것이다. 박씨는 “여자 화장실 문과 벽에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걸 종종 봤는데 여기에 몰카를 설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송곳으로 카메라를 찌른 후 실리콘으로 막으면 된다고 해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몰카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검거된 몰카 피의자는 모두 1,28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남성은 1,231명이었다. 최근에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 캠퍼스 영상원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찍으려던 남성이 학생에게 발각돼 도망친 사건, 서울 이화여대 인근 사진관의 사진사가 여성 고객 수백명의 치마속을 몰래 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여성들이 이른바 ‘몰카 방지 물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의 구매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몰래 카메라 공포증에 걸린 것 같다”며 “왜 이런 걸 사서 들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화장실의 구멍을 막는 ‘퍼티’ 제품은 재고가 없어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명동역 인근 생활용품점 다이소 직원은 “여성들이 몰카에 공포를 느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갑자기 판매량이 늘어 한 달째 물건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색 실리콘으로 막혀 있는 서울 명동역 여자 화장실 바닥 구멍들. 이순지 기자
명동역 인근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진열된 실리콘 제품. 최근 여성들은 백색 실리콘이나 가정용 퍼티를 사용해 화장실의 구멍을 막고 있다. 이순지 기자

여성들이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송곳과 실리콘, 퍼티 등을 선택하는 이유는 ‘휴대성’ 때문이다. 이 제품들은 크기가 작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닐 수 있다. 29일 서울 명동역 7번 출구 인근 화장실은 백색 실리콘으로 구멍을 막은 자국들이 여럿 있었다. 화장실 관리 직원은 “어제는 없었던 자국인데 여성들이 걱정돼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 정도 길이의 송곳과 실리콘을 휴대하고 다니는 이모(21)씨는 “화장실에서 구멍이 보이면 일단 다 막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에는 금속 탐지 애플리케이션도 내려 받았다고 말했다. 금속 탐지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수천 건 이상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 네티즌은 “몰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았다”며 “송곳, 실리콘, 금속 탐지 애플리케이션이 요즘 여성들의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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