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사서를? 편견 깬 두 사람

2018. 5.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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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mm, 32mm, 150mm."

다른 한 사람인 윤모 씨(20·여) 역시 발달장애인이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발달장애인들이 직업훈련을 하는 곳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을 면접한 송 관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정교하게 글이나 숫자를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줄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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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도서관 보조 인력 2명 채용
걱정하던 직원들 훈련 참관 후 "장애 눈치 못챌 만큼 믿음직해"
"비장애 직원들과 일하게 돼 기뻐.. 잘해내서 당당한 사회인 될래요"

[동아일보]

지적장애 3급 이지형 씨가 24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책을 청구기호에 맞게 배열하고 있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사서 보조원으로 이 씨를 비롯한 발달장애인 2명을 고용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7mm…, 32mm…, 150mm.”

24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주제분류기호와 청구기호가 적힌 각각의 라벨을 들뜨거나 겹치지 않게 정해진 간격대로 책 하단에 붙이며 이지형 씨(20)가 되뇌었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던 이 씨는 “8주 동안 수없이 연습했다.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3급 발달장애인인 이 씨는 원하는 일자리를 얻었다.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이곳에서 오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곳 도서관에 새로 들어오는 책은 이 씨의 손을 거쳐 진열된다. 다음 달 말까지 교육을 받고 7월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이 씨는 최근 마포중앙도서관이 선발한 사서 보조원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인 윤모 씨(20·여) 역시 발달장애인이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마포중앙도서관은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편하게 돼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송경진 관장은 ‘장애인이 일하기에도 좋은 곳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마포구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직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마침 사서 보조원을 채용해야 하는 참이었다. 동대문구에 있는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를 찾았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발달장애인들이 직업훈련을 하는 곳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만난 이 씨와 윤 씨는 비뚤배뚤한 글씨로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두 사람을 면접한 송 관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정교하게 글이나 숫자를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줄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이 돌출행동을 보일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도서관 직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 학생들을 대하다가 자칫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송 관장과 함께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를 찾은 직원들은 수 개념이 비장애인 못지않게 철저한 발달장애인들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정재희 팀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장애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일을 잘하더라. 도서관 일도 무리 없이 잘해낼 거라 믿게 됐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들이 능력이나 취미를 살려 비장애인들과 일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펼치는 발달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대부분 단순 노무직에 한정돼 있다. 직업훈련센터에서 사서 보조 업무를 배우며 적성을 찾은 윤 씨는 “다양한 기술교육을 받았는데 사서 일이 적성에 맞았다.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쉬는 날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토요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게 된다. 반납된 책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이용객이 주문하는 책을 서가에서 찾아주는 것도 그들의 업무다. 이렇게 일하고 한 달에 78만 원을 받는다. 이 씨는 “부모님께서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도서관에서 더욱 노력해 당당한 사회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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