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옻' 닭백숙에만 넣으면 섭하지∼

김을지 2018. 5. 2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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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옻 '6차 산업 모델'로 추진

충북 옥천은 참옻나무 재배지로 유명하다. 옥천에서는 현재 145농가와 군유림 등 188㏊에서 41만5000여그루의 옻나무를 키우고 있다. 농가는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옻순을 따느라 가장 바쁘다. 지난달 말 3일 동안 열린 옥천 참옻축제 기간에는 옻순 5000㎏을 수확해 ㎏당 1만7000원에 판매했다. 옥천군은 옻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옻의 날’을 지정하고 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매년 5월7일은 ‘옻의 날’

옥천에서 5월7일은 ‘옻의 날’이다. 옥천군은 옻의 본고장임을 널리 알리려고 지난해 옻의 날을 지정해 선포했다. 옻의 날은 옻칠(5·7) 발음에서 따왔다.

예로부터 옥천은 옻으로 유명했다. 옥천에서 나라에 바치는 공납품으로 건칠(乾漆)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에 전한다. 건칠은 옻나무 진을 말려 만든 약재다. 옥천군 청성면 고당리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옻샘이, 인근 안남면 지수리에는 수령이 300년 가까운 옻나무가 있다. 칠방리 등 옻과 관련된 지명도 곳곳에 많다.


옥천은 옻을 재배하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옻나무는 공기 중 습도가 높고 토질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 옥천은 금강 상류에 자리해 안개가 자주 끼고 토양이 비옥해 오래전부터 옻나무 군락이 지천이었다. 옻 품질도 옥천산을 전국에서 최고로 쳤다고 한다.

◆전국 유일의 옻산업특구 지정

옻 고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2005년 ‘옻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본격화했다. 2005년 12월 동이면과 청성면 등 옥천군 내 6개 읍·면 79.4㏊가 옻산업특구로 지정됐다. 옻산업 육성팀을 꾸린 옥천군은 이곳에 옻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군은 옥천군산림조합과 업무 협약을 맺고 옻 식재 면적을 넓혀갔다. 옻산업특구에는 현재까지 145개 농가가 68㏊에 약 15만그루를, 군과 산림조합이 120㏊에 26만5000그루를 심었다.

옻나무는 그동안 간단한 약재나 칠 재료 정도로만 쓰였다. 1990년대 들어 옻 독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옻이 항산화·항암성분을 다량 함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계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갖가지 생활용품에서부터 공산품, 기능성 식품, 의약품까지 활용 가능한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옻축제에는 옻순 마니아들로 북적

올해는 지난달 27일부터 사흘 동안 옥천군 옥천상계공원에서 제11회 옥천참옻축제가 열렸다. 옻축제는 기간은 매년 다르다. 해마다 옻순 수확 시기가 일정하지 않다. 불규칙한 축제 날짜 때문에 주민들은 ‘게릴라축제’라고도 부른다. 때를 놓치면 잎이 억세져 못 먹는다. 2008년부터 열린 축제는 보통 5월 초에 열리지만 올해는 일주일 정도 행사를 앞당겼다.

‘참옻’은 어혈을 풀어주고 항산화 작용과 면역기능 회복에도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축제장은 해마다 옻순 마니아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옻이 오르는 사람은 출입을 통제한다. 운영본부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보건소 직원이 두드러기를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입장객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옻에는 ‘우루시올’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이 물질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옻과 접촉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옻순은 맛이 일품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 때문에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린다. 축제장에선 옻순 판매코너가 단연 최고 인기다. 이번 축제 때 옻순 등을 판매해 1억5000만원의 주민소득을 올렸다. 음식코너에도 제철 옻순을 이용해 만든 음식을 맛보려는 마니아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옻수육과 옻물밥, 옻순비빔밤, 옻순탕수육, 옻순튀김, 옻순장아찌, 옻순된장무침 등 다채롭게 변신한 옻순 음식이 선보였다.


◆옻 활용 다양한 제품 개발에도 나서

지역 농가와 기업들은 옻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각종 가공식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강참옻영농조합법인, ㈜오향, ㈜케이웰바이오신약, 옥천참옻영농조합법인, ㈜국향주조 등이 옻비누, 옻화장품, 옻된장, 옻간장, 옻식초, 옻술 ,옻꿀, 옻쌀통 등 수십 가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옥천군은 이들 영농조합과 업체에 옻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2016년 말 33억원을 들여 옥천읍 매화리에 옥천특화작목가공센터를 건립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증을 받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가공센터는 추출기 농축기 세척기 등을 갖추고 옻물과 옻가루 등 가공품 원료를 하루 4t씩 생산하고 있다.

◆옻문화단지에서 체험과 관광을

옥천군은 체험과 교육, 관광이 어우러진 옻문화단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옻나무가 빼곡한 동이면 조령리 일대 군유림에 1차로 54억원을 들여 옻배움터와 옻생태체험장을 조성해 2015년 개장했다. 현지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옻배움터에서는 옻순 채취법을 익히고 옻칠공예, 옻발효음식 만들기, 옻비누 만들기, 옻물들이기 등 다양한 옻 체험을 할 수 있다. 옻생태체험장에는 10만그루의 옻나무 속에 탐방로(5㎞), 레저스포츠 길(9㎞)이 있어 옻 생태를 체험하면서 산책·레저를 즐길 수 있다. 이 단지는 힐링을 주제로 한 대단위 휴양시설로 거듭날 예정이다.

군은 추가로 4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글램핑장, 오토캠핑장, 어린이놀이시설, 숲 속의 집 등을 설치하고 자연휴양림을 조성키로 했다. 2020년까지 이 사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현재 사업성 검토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옥천=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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