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가족입니다"..'친권'에 우는 가정위탁
[앵커]
낳거나, 입양하지 않아도 '가족'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부모의 이혼이나 장애, 학대, 빈곤 등 문제로 아이가 잘 자랄 수 없을 때 다른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가정 위탁'이 그렇습니다.
자발적 희생이 없으면 안되는 일, 지원도 모자란데 현실은 팍팍합니다.
엄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씻기는 것도, 먹이는 것도 쉽지 않은 12살.
이 50대 부부는 지적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친부모는 출산 사실조차 자주 잊는 중증 장애인이었습니다.
아이의 환경을 외면할 수 없었고, 5년 전 가정위탁을 결심했습니다.
[이라혜/가정위탁 부모 : "더 많이 사랑하기위해서 애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족이 된 것 같아요."]
아이가 자라며 늘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학교에 진학하거나, 다쳐서 수술을 받을 때, 공문서를 발급받거나, 보험에 가입할 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위탁 부모는 법적으론 '친권'이 없는 그저 '동거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김상훈/가정위탁 부모 : "조금 더 장애 보장성 보험이나 이런 걸 해주고 싶은데도 그게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은 더 커집니다.
김현희씨의 집에 2살 때 온 아이는 올해 17살이 됐습니다.
용돈 통장, 휴대폰이 필요하고, 해외 여행을 위해 여권도 발급받아야하는데, 위탁부모에겐 권한이 없습니다.
[김현희/가정위탁 부모 : "가족여행으로 괌에 가려고 하는데, 여권을 만들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여권이 안 나와서 애를 못 데려 갈수도 있겠다. 그럼 얘가 느끼는 심정이 어떨까."]
위탁 기간만이라도 친권을 이양하거나, 후견인 제도 등으로 법적 대리인 지위만 명확히 해주면 해소될 문제입니다.
[정필현/중앙가족위탁지원센터 관장 : "민법이나 관련법 제·개정이 되면 가장 좋고, 이게 안된다면 관련 부처들과 협조를 통해서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탁 가정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매 달 15만 원 남짓.
경제적 도움도, 제도적 장치도 열악한 현실에서, 위탁 가정들은 1만 2천 명의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엄진아기자 (az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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