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①] 반만년 이스탄불 역사, 반나절에 즐기다
터키항공, 국제선 환승객에 매일 무료 운영
이스탄불, 보스포루스해협 경계 동·서양 나눠
기독교·이슬람교 문화도 아울러
성소피아성당 등 명소 즐비해
[터키 이스탄불=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누군가에게는 길을 떠나는 시작점지만, 누군가에는 먼 길을 돌아 내디딘 도착점이다. 만남과 헤어짐의 ‘교차로’가 가진 숙명.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나라, 터키의 운명도 그러하다. 그 위치 때문에 수천 년 동안 흥망성쇠를 되풀이했다. 한때는 오스만튀르크로서 아시아·아프리카, 유럽의 발칸반도까지 세 대륙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던 나라.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랜 세월 뒤엉킨 흔적이 가득한 터키는 종교가 무엇이든 유적마다 먹먹한 감동을 전하고, 이는 세인의 편견과 번잡한 갈등을 뛰어넘는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도시가 바로 이스탄불이다. 터키 역사의 축소판 이스탄불로 향한다.
◇동서양 문화 모두 아우르는 ‘이스탄불’
한국에서 비행시간만 11시간 30분. 비행거리 8400㎞에 달하는 머나먼 땅이다. 이번 여정은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중서부지역의 아피온, 서부의 이스파르타에 이르는 길이다. 이스탄불은 이번 여정의 경유지. 비록 반나절 머물렀을 뿐이지만 동서의 매력을 품은 이스탄불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특히 터키항공이 제공하는 무료 스톱오버(경유지) 시티투어를 이용한다면 더 알찬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터키항공은 국제선 환승 대기시간이 6시간 이상일 때 입장료와 교통비, 식사비를 포함한 무료 시티투어를 매일 운영한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1층에서 여권과 항공권만 제시하면 체험할 수 있다.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을 경계 짓는 보스포루스해협을 끼고 있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문화와 상업 분야 교차점 구실을 하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왔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섞인 유구한 역사의 흔적, 또 분주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그 지리적 특성으로 오랫동안 동·서 문명의 완충지이자 가교 구실을 해왔지만 역사의 깊이만큼 인종적·종교적 갈등으로 파인 상처도 많은 곳이다.
이스탄불은 아주 오래 전부터 화려한 제국의 수도로 명성을 떨쳤다. 처음 이곳에 자리잡은 사람은 고대 그리스인이다. 그리스 도시 중 하나인 메가리아는 토양이 비옥하고,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 상인들의 교류가 활발한 이스탄불을 상업도시로 성장시킬 목적으로 식민지 삼았다. 당시 메가리아 지도자인 비자스(Byzas)의 이름을 따 ‘비잔티움’이라 부른 그곳이다.
이후 유럽을 한 손에 거머쥔 로마제국이 그리스정교를 몰아내고 그리스도교인의 신앙심으로 이스탄불을 물들였다. 서기 330년에는 로마의 유명한 콘스타틴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으로 옮기며, 도시이름을 콘스탄티노플로 바꿨다. 이후 로마는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1000여 년간 막강한 제국으로 성장한다. 그러다가 1453년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메트 2세에 의해 역사 속에 묻혔다.
이슬람이 지배하기 시작한 콘스탄티노플은 다시 이스탄불로 개명했다. 게말 파샤가 터키의 수도를 앙카라로 옮기기 전까지, 무려 1600년 동안 이스탄불은 그리스인·로마인·오스만인에게 군사·종교·상업·문화적으로 많은 사랑과 질투를 받았다. 도시이름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스탄불은 여러 민족과 종교가 스쳐 갔다. 동양과 서양이 맞닿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 도시에서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건축양식과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 ‘족집게’ 처럼 알찬 이스탄불 시티투어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해협으로 이어지는 골든 혼을 사이에 두고 신·구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의 술탄 아흐메드 지구는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명소인 성소피아성당, 술탄 아흐메드 자미(모스크), 톱카프궁전, 예레바탄 사라이 등이 모두 모여 있다. 무료 시티투어는 이곳에서 진행한다. 옥외 박물관을 연상케 할 만큼 멋진 성당과 사원들로 가득 차 있어 이스탄불이 가진 특유의 매력을 ‘족집게’처럼 알차게 보여준다.
이곳의 크고 작은 사원 중 꼭 봐야 할 데가 2곳이다. 성소피아성당과 술탄 아흐메드 자미다. 기독교 문명이 서린 비잔틴제국의 영예로움을 상징하는 성소피아성당이 대륙에 뿌리 깊게 내린 이슬람교의 위상을 대변하는 술판 아흐메드 자미가 마주하고 있는 광경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신비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성소피아성당은 비잔틴제국 성당 양식과 오스만제국의 이슬람 자미 양식을 혼합한 건축물로 비잔틴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로마의 성베드로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고, 지금도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325년 콘스탄티누스가 창건했으며, 532~537년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재건했다. 그후 오스만제국이 점령하면서 모스크로 탈바꿈했다가 현재는 박물관 기능을 하고 있어 여행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성당 내부에는 최후의 심판에 임하는 예수와 성모마리아,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묘사한 모자이크가 벽 곳곳에 그려져 있다. 더불어 에페소스와 아르테미스신전에서 가져온 기둥이 장관을 이룬다. 돔 아래 걸린 지름 7.5m 크기의 검은색 원판에는 강렬한 금색 글씨로 이슬람 4대 초대 칼리프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각기 다른 종교가 한곳에서 어우러진 모습이 색다르다.
성소피아성당을 마주보고 술탄 아흐메트는 규모 면에서 터키 최고로 꼽히는 자미다. 내부 벽과 기둥을 장식한 99가지 푸른색 이즈니크 타일 덕분에 ‘블루모스크’란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돔에 나 있는 200개가 넘는 창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돼 햇살을 받으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내부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랜드 바자르도 흥미롭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출입구 18개와 상점 4500여개가 미로처럼 들어서 터키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필수코스다. 터키 특산품인 카페트·도자기·가죽제품·보석 등을 판매한다. 정찰제가 기본이지만 가격을 흥정할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터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여행메모
△가는길=터키항공을 비롯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인천~이스탄불 구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정도다.
△시차=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3월 마지막 주부터 10월 마지막 주까지는 6시간 늦다.
△통화=터키리라(YTL)를 사용한다. 1YTL은 약 244원,0.19유로, 0.23달러 정도다. 달러나 유로를 준비해 현지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환전할 수 있다. 현금인출기기(ATM)가 잘 보급돼 있어 국외용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편리하다.
△주변 볼거리= 오스만제국 시절 술탄이 머물던 톱카프궁전은 절대 권력자 술탄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궁전 내부에는 진귀한 보석을 전시하고 있다. 돌마바흐체궁도 빼놓을 수 없다. 궁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금 14t과 은 40t을 사용했다. 여기에 방 285개와 홀 43개를 화려한 샹들리에와 크리스털 촛대, 섬세한 카펫으로 장식하고 있다. 더불어 560점이 넘는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다만 터키항공 무료 시티투어 코스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강경록 (rock@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산 123兆 LG 운전대 잡는 40세 구광모, 신성장·글로벌사업 챙긴다
- [인터뷰]배현진 총 맞을 각오로 나왔다..정치 계속할 것
- 안철수 얘기하지마..이준석, '블랙하우스' 공격형 질문에 돌출발언
- 박형준 "홍준표 美서한, 트럼프가 보겠나.."
- 전두환 기념비 밟은 이낙연 총리..목 메어 연설 멈춰야 했다
- 삼성·하이닉스, 국내 법인세 年17조 전망..서울시 세수 규모
- 최저임금위 출항은 했지만..꼼수없는 1만원 Vs 속도조절 필요
- 근로시간 줄이면 인건비 지원하겠다는 文정부..103만명 週 6.9시간 단축
- 하와이 화산에 규모 3.5~4.4 지진..대폭발 전조?
- 김경수 나와 함께 법정서야 드루킹 옥중편지에 홍준표 은폐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