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가면 '새' 고생? 도시 빛 공해에 새들은 괴로워

정한길 기자 2018. 5. 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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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도시 생존기] ① 집나가면 '새' 고생? 

쪼롱이의 도시생존기 - 어린이과학동아 2018년 10호 제공

하늘을 담은 유리의 위협

신라시대의 화가 ‘솔거’가 벽에 소나무를 그리자, 새들이 진짜인줄 알고 벽에 부딪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현대 도시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다만, 이번에 새를 속인 건 그림이 아닌 ‘유리창’이지요.

대부분의 건물엔 유리창이 있어요. 유리는 표면이 매끈해서 빛을 잘 반사시켜요. 높은 건물의 유리에 푸른 하늘이 반사되면 마치 유리에 하늘이 담긴 것처럼 보인답니다. 그럼 비행 중인 새들은 유리에 비친 하늘을 보고 진짜 하늘로 착각해 부딪힐 수 있지요. 왜 그럴까요?

유리창에 비친 하늘은 새를 혼란에 빠뜨리기 쉽다. 심지어 폭 1m 이내의 작은 유리에도 새가 혼란을 느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 어린이과학동아 2018년 10호 제공

새는 눈이 머리 양옆에 달려 있어서 뒤쪽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넓어요. 반면 앞을 볼 수 있는 거리는 무척 짧답니다. 그래서 유리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진 이것이 진짜 하늘인지, 유리에 비친 하늘인지 잘 구분하지 못하지요. 자동차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30~70km로 날고 있던 새가 눈앞에 나타난 유리창을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답니다.

비행 중인 새들은 앞보다는 주변을 더 유심히 살핀다. 하늘에선 주변 환경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새들은 유리창이 바로 앞에 놓일 때까지 유리창을 구분하지 못한다. - 어린이과학동아 2018년 10호 제공

실제로 미국에선 1년에 4억~10억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충돌해 죽고 있고, 캐나다에선 수천만 마리의 새가 죽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땅이 작고 새의 수가 적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수십~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다고 추정된답니다.

새의 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중인 국립생태원 이수길 과장은 “생각보다 많은 수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새가 유리에 부딪혀 남은 자국. - Gordon Scammell 제공

휘황 찬란한 빛의 위협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어요.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와 충돌해 무너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요. 이후 뉴욕에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9월 11일에 강한 빛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빛에 약 1만 마리에 가까운 새들이 모여든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2010년부터는 새들이 빛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잠시 조명을 끄는 시간을 두고 있지요.

추모의 빛이 하늘을 밝히고 있다. 추모의 빛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을 살펴보면, 하얀 점이 모두 새라는 걸 알수 있다. - Anthony Quintano(F)(어린이 과학동아 제공)

새들이 왜 빛에 끌리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어두운 곳에있는 새들은 밝은 곳에서 시야를 확보 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빛에 끌린다는 추측이 있지요. 대도시의 불빛은 수백km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밝기 때문에 밤에 이동하는 새들이 여기에 이끌릴 수 있답니다.

GIB 제공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은 에너지를 아끼며 효율적으로 비행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새가 불빛에 이끌려 도시로 가는 바람에 이동 경로가 길어지면 에너지를 낭비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답니다.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비행기의 위협

비행기의 이륙과 함께 날아오르는 새들. 이런 경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 NMOS332(W) 제공

공항 주변에는 사람이나 들짐승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곤충이 많이 살아요. 그래서 이를 먹기 위해 모여든 새와 비행기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나기 쉽지요. 그런데 몸무게가 1~2kg밖에 되지 않는 새가 어떻게 수십만 kg이나 되는 비행기를 고장 낼 수 있는 걸까요?

비행기는 시속 300~900km 정도로 매우 빨라요. 가벼운 물체도 이렇게 빠른 물체에 부딪히면 큰 충격을 가할 수 있죠. 실제로 시속 370km로 비행하고 있는 비행기에 900g의 새가 부딪히면 약 5000kg의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답니다. 또한 비행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 새도 죽고, 엔진이 고장 나서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지요.

새와 충돌해 파손된 전투기의 모습. 독수리 등 비교적 몸집이 큰 맹금류는 이처럼 비행기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 Henrique Rubens Balta de Oliveira(W)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4년간 무려 900건 정도의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있었어요.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드론으로 새를 쫓아내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답니다. 이 드론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스피커가 달려 있어요. 적외선 카메라로 수풀에 숨어 있는 새들을 발견하고, 스피커로 새들이 무서워하는 천적들의 울음 소리와 공포탄 발사 소리를 내보내는 거죠. 이 소리를 들은 새들은 깜짝 놀라 비행기의 이동 경로 밖으로 도망간답니다.

비행기와 주로 충돌하는 조류 - 어린이과학동아 2018년 10호 제공

● [인터뷰] “빛 공해로부터 새들을 지켜 주세요”

서울대학교 최창용 박사님은 현재 국립생태원과 함께 도시 속 새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최창용 박사님께 도시 불빛에서 새를 지키는 방법을 함께 배워 볼까요?

최창용(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선임연구원)

Q. 새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빛이 있나요?

최근 에너지 효율이 좋다는 이유로 LED 전등의 사용이 크게 늘었어요. 그런데 LED 불빛은 매우 밝기 때문에 빛이 더 멀리까지 간답니다. 즉, 멀리 있는 새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거죠.

Q. 빛 때문에 피해를 보는 새들은 주로 어떤 새들인가요?

작은 산새들은 주로 밤에 이동하는 습성을 갖고 있어요. 이 새들은 새벽 3~4시까지 이동을 하고, 잠시 휴식을 한 뒤 해가 뜨면 다시 비행을 시작하지요. 그런데 밝은 빛 때문에 시간을 헷갈리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답니다.

Q. 빛으로부터 새들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끄기 운동’을 할 수 있어요. 새들이 가장 활발하게 이동하는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되도록 불을 끄고 지내는 거죠. 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인 4월~5월, 9월~11월에는 불끄기 운동이 더욱 필요해요.

인천국제 공항공사에서 새를 쫓는 드론을 시험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출처 : 어린이과학동아 2018년 10호 '쪼롱이의 도시생존기' 

*사진 및 도움 : 수길(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 과장), 최창용(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선임연구원), 게티이미지뱅크 외

*일러스트 : 박장규, 서춘경 

[정한길 기자 jhg1ro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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