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지금을 열심히 산다-흔들리지 않는 연습

2010년대 들어 가장 많이 출판되고 또 가장 많이 읽히는 도서는 이른바 '힐링 도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아프니까 청춘이다', '미움 받을 용기'로 대표되는 이런 힐링 도서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때로는 무시되고 방치돼온 우리의 '마음'을 재조명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베스트 셀러 '신경쓰지 않는 연습'으로 일본과 국내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는 나토리 호겐 역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더 나은 일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대표적인 '힐링 도서' 작가이다. 일본의 승려인 그는 못토이후도 미쓰조인 주지로 재직하면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경쓰지 않는 연습' '모으지 않는 연습' '포기하는 연습'에 이어 이번에 선보인 책은 '흔들리지 않는 연습'이다.

흔들리지 않는 연습을 실천하기 위해 이 책이 참고하고 있는 교본은 바로 반야심경(般若心境)이다. 불교의 경전 반야심경은 우리나라 국민들이가장 애송하는 경전중 하나이다. 반야심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적들이 시중에는 참 많이 나와있지만 일부 책은 내용이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현대인들의 마음에 선뜻 다가오기 힘든 내용들도 있어 몇장 읽다 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비하면 나토리 호겐의 '흔들리지 않는 연습'은 다소 쉽고 편안하게 반야심경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도서이다.

책의 1부는 반야심경을 16장으로 나눠 알기 쉽게 설명했고 그런 설명을 바탕으로 2부에서는 우리가 겪는 구체적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반야심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공(空)'이다. 세상에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저자는 무릇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고정된 실체가 없으니 그 상태가 영원히 계속될 리 없다고 독자들을 위안한다. 만물은 변하니 그 때 그때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생각하면 되고 따라서 뭔가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가르침을 외면한채 늘 무언가에 집착하며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저자는 본인이 집착하는 것에 실체는 없으며 스스로 실체가 있다고 여길 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없는 것에 신경쓰지 말고 지금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자고 제안한다. 지나간 과거는 돌아오지 않으며 미래는 아직 가까이 오지 않은만큼 지금을 열심히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책의 1부는 이밖에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가치로 삼을만한 금과옥조같은 가르침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당신을 일으켜 세우는 지혜의 말]
나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집을 버린다
처음이라는 마음의 활기를 잃지 않는다
마음의 날씨를 맑게 만드는 것은 내 몫이다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 셋이면 충분하다
과거와 미래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을 열심히 산다
하나의 사물에서 무수한 가치를 찾아내 일상을 다채롭게 만든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 말자. 나이 들어도 좋은 일은 잔뜩 있다.

1부가 인생참고서라면 2부는 실전서다. 2부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겪게되는 많은 좌절과 실패의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했다. 상대와 자연스런 대화를 하기 힘들다면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고 세상을 둘러싼 온갖 일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여 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주변 사람에게 미움받는 기분이 들어 괴롭다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도 모두에게 미움받는 사람도 없는 만큼 세 사람에게 사랑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한다고 위안한다. 3부에선 쉬운 말로 설명한 반야심경 전문을 옮겨놓았다.

저자는 이 책이 제목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라기 보다는 "찌그러진 마음을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내용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자기 뜻과 반대되는 일이 생기면 누구나 마음이 다소 찌그러지지만 우리는 늘 상대방을 그 원인으로 탓하며 불평 불만 투성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 책은 그런 찌그러진 마음을 스스로의 힘으로 다스리고 복원하는 노하우들을 담아놓았다.

삶을 평온하고도 풍요롭게 만드는 '훌륭한 마음'을 갖고 싶다면 이 책 흔들리지 않는 연습은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듯하다.

『흔들리지 않는 연습』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출판사 세종서적, 2018년 4월

김현경기자 (hkki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