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얼린 포도로 만드는 아이스와인 왜 당도가 높을까

최현태 2018. 5. 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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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달콤한 추억을 부르는 아이스와인

세계최대 아이스와인 생산자는 캐나다 필리터리
필리터리 비달 아이스와인. 출처=홈페이지
황금같은 영롱한 빛깔, 침샘을 살짝 자극하는 감귤류부터 잘익은 배, 복숭아, 리치 등 풍부한 과일향. 다양한 꽃들 한 모금만 마셔도 다양한 향들이 입안에서 폭발합니다. 이어지는 달콤한 꿀향은 연인과의 첫 입맞춤 기억속으로 마구 이끕니다. 멈출 수 없는 치명적인 달콤함으로 가득 찬 스위트 와인입니다. 스위트 와인은 크게 두 종류가 있어요. 포도 자체의 당도를 이용하거나 주정강화 방식으로 만듭니다.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 곰팡이균에 감염돼 수분이 날아가면서 당도가 응축된 포도를 활용하는 프랑스 소떼른의 귀부와인이 포도의 순수한 당도로 만든 스위트 와인이죠. 귀부(貴腐) 귀하게 부패됐다는 뜻으로 노블 롯(noble rot)이라고도 합니다. 베이스 와인에 당도가 높은 귀부 와인을 섞는 헝가리의 토카이 아수도 유명하죠.
코르테포르테 레치오토
실내에서 말리는 파시토(Passito)나 나무 위에서 말리는 빠스리아쥬(Passerillage) 방식으로 당도를 응축해서 만들기도 합니다. 파시토 방식의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이 이탈리아 레치오토(Recioto)입니다. 또 하나가 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에서 주로 생산되는 아이스 와인입니다.

아이스 와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최초로 아이스 와인을 만든 곳으로 독일로 알려져 있답니다. 포도를 재배하던 수도사는 전쟁때문에 피난을 갔다가 한겨울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포도가 상하지 않고 그대로 얼어 있는 모습을 보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압착을 했는데 당도가 아주 뛰어난 와인을 얻게됐다는 군요. 아이스와인은 추운 겨울까지 포도를 그대로 뒀다가 영하 8도 이하에서 언 포도를 수확합니다. 포도속의 당분은 얼지않고 수분만 돌멩이처럼 얼어 있기 때문에 수확한 뒤 곧바로 고압으로 압착하면 수분만 빠져나가 당도가 높은 포도즙을 얻게 됩니다.

유럽에서는 아이스 와인을 매년 생산하기 쉽지 않습니다. 포도재배 기간동안 낮에는 일조량이 풍부해야하지만 겨울에는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야 좋은 아이스 와인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죠. 유럽에서는 겨울에 매년 영하로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포도가 얼때까지 내버려 두다가 얼지 않으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큽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겨울이면 영하 20도로 기온이 떨어져 아이스 와인이 매년 만들어집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주로 리슬링 품종으로 만들고 캐나다에서는 코냑을 만드는 우니블랑의 하이브리드(잡종교배) 품종인 비달(Vidal)을 주로 사용합니다. 와인을 만드는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 종 포도는 캐나다의 추운 날씨를 잘 견디지 못해 우니블랑을 다른 종과 교배해 추위에 적응력을 높은 비달이 널리 사용됩니다. 산도, 알코올, 당도가 뛰어난 비달은 포도알이 크고 껍질이 두꺼워 겨울까지 얼은 상태로 상하지 않고 잘 유지됩니다. 
필리터리 와이너리 전경. 출처=홈페이지
세계 최대 아이스와인 생산자는 캐나다 필리터리 이스테이트 와이너리(Pillitteri Estates Winery)로 전세계 아이스와인의 18%를 담당합니다. 필리터리의 패밀리이자 아시아 수출담당 매니저 자레드 고에르즈(Jared Goerz)를 만나 아이스와인의 달콤한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필리터리는 비달뿐만아니라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리슬링 등 10여개의 다양한 품종으로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세계 최초로 레드 품종인 카베르네 프랑과 화이트 품종 세미용으로 아이스 와인을 생산하는데 성공한 곳도 필리터리입니다. 또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산지오베제, 피노누아, 쉬라즈, 샤르도네로도 실험적인 아이스 와인을 매년 생산하고 있답니다. 
필리터리 비달 아이스와인 리저브
필리터리 비달 아이스와인 리저브(Pillitteri Vidal Icewine Reserve)는 비달 100%로 빚는 대표 아이스와인으로 20%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금빛을 띄는 볏짚 컬러를 지녔고 잘 익은 배, 복숭아, 리치, 감귤류의 달콤한 아로마와 꽃향이 입안을 꽉 채웁니다. 열대 과일과 약간의 토스트향도 느껴집니다. 
필리터리 카베르네 소비뇽 아이스와인 리저브
필리터리 카베르네 소비뇽 아이스와인 리저브(Pillitteri Cabernet Sauvignon Icewine Reserve)는 카베르네 소비뇽100%로 빚은 희귀한 아이스와인입니다. 라즈베리, 딸기, 크랜베리, 체리잼, 은은한꿀, 제비꽃향이 기분을 좋게 만들고 다소 묵직한 바디감을 지녔습니다.
필리터리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슬링
일반 스틸 와인도 생산되는데 풍부한 미네랄이 돋보입니다. 필리터리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슬링은 게뷔르츠트라미너 55%와 리슬링을 45% 블렌딩했으며 껍질과 함께 낮은 온도에 우려내는 저온 침용을 통해 풍부한 맛과 향을 이끌어 냈습니다. 장미꽃잎, 리치, 라임, 자몽, 복숭아 껍질의 과일향과 산도의 당도의 균형감이 돋보입니다. 특히 돌멩이를 핥는 것 같은 깊고 묵직한 미네랄이 매력입니다. 게뷔르츠트라미너의 스파이시함과 무게감, 리슬링의 좋은 산도가 잘 어우러집니다. 
필리터리 카베르네 소비뇽
필리터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신선한 체리 등 붉은 과일향과 말린자두, 자두 등 검은 과일향, 유칼립투스 등 다양한 허브가 매력이고 입안에서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집니다. 언뜻 미국 나파밸리 와인처럼 느껴지는데 산도는 훨씬 시워하고 선선하게 느껴지며 미네랄과 과일향 더 많은 편입니다.
풍부한 미네랄은 천혜의 자연 환경 덕분입니다. 필리터리가 자리잡은 캐다다 남쪽 온타리오 나이가라반도는 북위 41∼44도로 전세계 유명 와인산지와 비슷한 위도랍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와 비슷한 위도로 여름에 낮에는 따뜻하면서 밤은 서늘해 산도가 좋은 포도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지녔습니다. 캐나다 와인의 65%가 이곳에서 생산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1만4000년 빙하기때 형성된 호수들 덕분에 포도밭은 다양한 석회암으로 이뤄져 미네랄이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온타리오호는 영하 22도에도 얼지않아 주변은 온화한 해양성 기후가 형성됩니다. 봄과 가을은 따뜻하고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도록 해 포도나무를 보호하고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줍니다.
한국을 찾은 필리터리 수출매니저 자레드 고에르즈(Jared Goerz)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반도의 와인생산지 면적은 약 1만4000 에이커로 프랑스 남부 론의 고급와인 생산지 샤토네프 뒤 파프와 비슷한 작은 규모랍니다. 이런 곳에서 좋은 와인이 생산하는 배경은 지형적 요소때문이죠. 아주 추운 겨울에 얼지않는 호수 덕분에 따뜻한 미풍이 계속 순환돼 포도밭이 얼지 않아 보호를 해준답니다. 특히 빙하로 5대호가 만들어졌는데 북쪽에서 물이 흐르면서 마지막 거치는 곳이 온타리오이고 포도밭은 전체적으로 물에 잠겨있던 지역이라 다양한 석회질 포함돼 있어 좋은 미네랄을 얻게 된답니다”.
게리 필리터리 가족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포도를 재배하던 필리터리 가문의 게리 필리터리(Gary Pillitteri)는 12살이던 1948년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주합니다. 그는 1965년 온타리오 주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지역에서 포도 등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다 1988년 실험적으로 양조한 비달 아이스와인이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금메달을 얻으면서 5년 동안의 투자를 거쳐 1993년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이후 필리터리의 와인들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명성이 높아졌고 생산량은 첫빈티지인 1991년 5000 케이스에서 현재 121만 케이스를 생산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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