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生, 새로운 시작>협력사 경영 컨설팅 '밀착 호흡' 정보 DB 구축·해외연수 지원도

김성훈 기자 2018. 4. 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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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섭(왼쪽) ㈜우리 대표가 지난 23일 경기 화성시 팔탄면 공장에서 ㈜한화 구미사업장에서 지도방문 나온 직원으로부터 프레스기 안전센서 점검 사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 제공

(13) 한화 ‘신용과 의리’

신생 방위사업체 적극 지원

현장찾아 지도·시스템 점검

32년째 끈끈한 인연 이어가

149개社와 동반성장 협약

상생펀드 300억원으로 확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6년. ㈜한화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기계식 신관(탄약이 특정 조건에서만 폭발하게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에 들어가는 ‘로터 기어’라는 톱니바퀴를 생산할 납품업체를 구하지 못해서였다. 기계식 신관의 정밀도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지만, 형상이 복잡해 만들기 힘든 데다 이윤도 많이 남지 않아 대부분 업체가 꺼리고 있었다.

그때 막 창업한 신생업체였던 ㈜우리(당시 한국정밀)가 의욕적으로 나섰고, 훌륭한 품질의 로터 기어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시작된 한화와 ㈜우리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우리는 400여 종의 신관 부품 등 방위산업 관련 물품을 생산하는 금속가공 기업이다.

23일 오후 찾은 경기 화성시 팔탄면 ㈜우리의 프레스공장. 한화 구미사업장에서 나온 직원이 ㈜우리 직원에게 신관의 지연 장치(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장전되도록 하는 장치)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연 2차례씩 정기 지도방문을 통해 ㈜우리의 품질시스템을 점검해주고, 그 외에도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찾아와 기술 지원을 해준다.

공장에는 한화와의 상생 관계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넘쳐났다. 건물에 들어서자 바로 한화에서 받은 최우수협력회사(2016∼2017년)와 우수협력회사(2013∼2015년) 명판이 눈에 띄었다. 한화는 2009년부터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품질, 납기 등을 기준으로 정기평가를 실시해 우수업체를 선정하는데, 최우수협력회사는 상위 10%에 해당한다.

특히 품질관리실 초입에는 한화와 ㈜우리의 32년 인연을 만들어준 로터 기어가 전시돼 있었다. 이 톱니바퀴는 지금도 신관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화 여수·보은·구미·대전사업장에 납품하는 제품 견본이 건물 1층에 줄줄이 전시돼 있었고, 2층 사장실에도 2016년 최우수협력회사가 됐을 때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열린 시상식 행사 사진이 놓여 있었다. 심재섭 대표는 “협력사에 한화처럼 잘 대해주는 대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한화 협력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화는 104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금형을 지원하고, 생산제품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돕고 있다. 중소기업이 구하기 어려운 특수소재 28종도 대신 구매해준다. ‘머시닝 센터’(한 대로 여러 종류의 가공을 할 수 있는 기계)에 쓰이는 절삭유(윤활유 등) 정제기, 1만분의 1㎜까지 오차 없이 측정하는 품질관리실의 핵심 기기인 3차원 측정기 등도 모두 한화에서 지원해준 장비. 한화는 품질경영시스템 운영에 관한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우리가 한화의 도움으로 도산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2008년 ㈜우리가 거래하는 한 기업의 경영상황 악화로 대금 지급이 연체됐고, 연쇄적인 어음부도로 매출도 2008년 42억 원에서 2009년 33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한화가 ㈜우리에 발주한 뒤 물품대금을 선급금으로 지급해 생산 및 납품을 도왔고, ㈜우리는 2011년 매출이 53억 원으로 증가하며 부도 상태를 벗어났다. 이후 ㈜우리는 급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매출이 약 134억 원까지 올라갔다. 심 대표는 한화의 ‘신용과 의리’ 정신을 따라 ‘더불어 살자’를 회사의 ‘미션’으로 정했다.

한화는 ㈜우리 같은 최우수협력업체에 △물품대금 전액 현금결제 △주요 납품물량에 대한 선급금 지급(올해 8억 원 지급) △해외 연수 지원 △복지물품 지원 등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3년간 7명이 한화 지원으로 일본 강소기업 등을 견학했다. 이와 관련, 한화는 24일 149개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150억 원 수준인 ‘상생펀드’를 3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화약·방산·기계 등 3개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동반성장 전담부서’를 꾸리고, 1차 협력사에만 제공됐던 금융지원 혜택도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화성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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