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제국주의가 남긴 '쌉쌀한 맛'

칭다오(중국)=박정웅 기자 2018. 4. 2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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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역사 따라가는 칭다오 자전거여행
맥주로 더 알려진 독일 조차지이자 5·4운동 발원지

위동페리에서 바라본 칭다오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쌉싸름한 풍미가 일품이다. 제국주의가 남기고 간 맥주는 그 맛이 끝내준다. 식민지 시대 서구 열강의 각축장을 연상케 하는 이색 주택가는 중국 속 유럽으로 도시를 이름나게 했다. 제국의 군함이 가장 먼저 뱃머리를 댄 접안시설은 아직 그대로 남아 유명 관광지가 됐다.

‘칭다오’ 맥주 브랜드로 더 친숙한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를 자전거로 둘러봤다. 칭다오는 산둥반도 남동쪽 자오저우완(교주만)을 낀 해안도시다. 오메가 형태의 만을 에워싼 칭다오는 과거 독일의 조차지(1897~1922)였다.

◆독일 조차지 유산 푸른 칭다오

독일 양조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는 칭다오맥주공장. 2003년 100주년 기념 상징물은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명소 꼽힌다. /사진=박정웅 기자
만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칭다오항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 칭다오맥주박물관엔 100년 이상된 독일식 맥주를 맛보려는 행렬이 꼬리를 문다. 붉은색 벽돌과 지붕이 인상적인 공장은 이따금 내뿜는 흰 수증기에 얼핏 가려질 때면 고성처럼 예스럽기까지 하다. 체코의 필젠, 독일의 비트부르그처럼 칭다오 또한 맥주 하나로 도시를 설명한다. 공교롭게 이 세곳의 맥주는 모두 하면발효형 라거(필즈너)다.  

칭다오에는 맥주를 비롯한 조차지 유산이 많다. 대표적인 게 유럽식 주택가인 팔대관이다. 이 중 당시 독일 총독관저로 쓰인 영빈관이 유명하다. 독일 건축양식이 돋보이고 마오쩌둥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이름값이 높다. 또 장제스가 묵은 화석루는 러시아 영사관저였다. 팔대관 때문에 칭다오는 ‘중국의 작은 독일’로 통한다.

칭다오 맥주 역사를 기록한 칭다오맥주박물관 내부. /사진=박정웅 기자
조차지 유산 중 제1해수욕장의 잔교를 빼놓을 수 없다. 1879년 독일군 점령의 교두보로 쓰인 400여m의 접안시설이다. 지금은 칭다오 십경의 하나로서 바다를 동경하는 중국 내륙인의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칭다오 맥주병에는 이 잔교와 잔교 끝 후이란거(팔각정)를 그린 라벨이 있다. 인산인해의 해수욕장 맞은편엔 대륙 해군 굴기의 상징인 잠수함이 위용을 뽐냈다.

조차지 역사와 함께한 전통시장을 찾았다. 제1해수욕장에서 가까운 먹거리장터인 피차이위완이다. 십자 형태의 좁은 골목길엔 군침 돋는 꼬치구이 냄새와 연기가 가득하다. 노포에는 오징어, 문어, 쏙 등 어촌도시 칭다오의 풍부한 해산물 꼬치가 수북하다. 또 한국인은 뒤로 나자빠질 ‘몬도가네’ 식재료도 눈길을 끈다. 전갈, 지네, 굼벵이 등을 꼬치로 내놓는다.

독일 조차지 역사와 함께한 전통 먹거리시장인 피차이위완 입구. /사진=박정웅 기자
피차이위완은 전갈이나 지네 등 '몬도가네' 식재료와 지역의 풍부한 해산물을 꼬치로 내놓는다. /사진=박정웅 기자
칭다오 자오저우완에는 또 다른 현대식 상징이 있다.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현대 건축기술로 완성된 해상대교와 해저터널이 그것이다. 청양구와 황도구를 잇는 자오저우완대교(膠州灣大橋)는 만의 중심을 크게 가로지른다. 41.85㎞의 대교는 세계서 가장 긴 해상교량으로 이름을 올렸다. 교각만 6800개가 들어갔고 또 교차로가 있는 입체형 구조가 독특하다.
자오저우완을 가로지르는 또 다른 육상교통로는 해저터널이다. 9.4㎞의 자오저우완수이다오(膠州灣隧道)는 만구를 잇는데 만에 위치한 칭다오항의 해상교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건설한 것이다. 가장 깊은 구간은 해저 82.8m다. 이 역시 해상대교처럼 입체형으로 설계됐다.
 
자오저우완을 가로지르는 또 다른 육상교통로인 9.4㎞의 자오저우완수이다오(膠州灣隧道) 해저터널 입구. /사진=박정웅 기자

◆만의 남서쪽 황도구의 자전거여행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지난 4월 15~16일, 칭다오 중심지인 스베이와 스난구는 온통 공사판이었다. 제1해수욕장, 팔대관, 제2해수욕장을 아우르는 스베이·스난구는 경찰 반 관광객 반이었다. 남중국해에서 해군 사열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칭다오 해군기지 방문과 오는 5월 세계 주요 인사가 모이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 때문이란다.

5.4광장의 상징물인 '5월의 바람' 기념 횃불에서 기념 포즈를 취한 케이벨로 자전거여행객들과 칭다오 현지 동호인들. /사진=박정웅 기자
스난구에서 랴오샨(노산)구로 향하는 해변엔 칭다오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한 신시가지가 펼쳐진다. 칭다오 근대사의 상징인 5·4광장엔 붉은 횃불 모양의 ‘5월의 바람’ 조형물이 눈에 띈다. 1919년 중국의 5·4운동은 이보다 두달여 앞선 우리의 3·1운동을 본받아 일으킨 반제국주의 운동으로 기록된다.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조차지를 넘겨달라는 일본의 요구에 격분한 베이징 학생들이 항일운동을 펼쳤고 3년 후인 1922년 마침내 일본은 칭다오에서 퇴각한다.

5·4광장을 떠나 칭다오 주산격인 국가삼림공원 랴오샨으로 향하는 길은 황해를 오른쪽에 낀다. 황해 경관은 썩 빼어나지 않지만 현지민이 영산 취급하는 랴오샨을 마주할 수 있다. 과거 독일인들은 칭다오 맥주에 랴오샨 광천수를 사용했다. 물속 미네랄 성분이 깔끔하면서 개운한 칭다오 맥주 특유의 풍미를 만들었다고 한다.

금사탄 해변을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멀리 왼쪽으로 칭다오맥주축제 조형물이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백사장이 드넓은 금사탄 해변 전경. 맞은 편엔 칭다오맥주축제가 열리는 칭다오맥주광장이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현지에서 진행한 본격적인 자전거여행은 자오저우완의 남서쪽 황도구에서 이뤄졌다. 당도완(당도만) 해변을 중심으로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보다 안전하면서 한적하게 자전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석유대학에서 당도만공원, 은사탄, 금사탄으로 이어지는 해안 자전거도로는 마치 부산 해운대의 해안도로와 같은 풍광을 끼고 달린다.
잘 닦인 당도만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당도만공원은 새롭게 조성된 황도구 신시가지에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다. 깔끔한 편의시설이 돋보이고 관광용 대여 자전거도 많다. 은사탄과 금사탄은 이름처럼 은빛, 금빛 모래해변이 드넓게 펼쳐진다. 특히 금사탄 맥주광장은 매년 8월 세계적 규모인 칭다오맥주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다정다감한 아빠와 아들의 두바퀴 동행

당도만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최효준과 최동훈씨(오른쪽부터). /사진=박정웅 기자
칭다오 자전거여행에서 친구 사이 같은 아빠와 아들을 만났다. 최동훈씨(유천냉면&청하우)와 최효준군(한양초 6학년)의 자전거는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늘 함께 했다. 휴식할 때마다 둘은 서로 먼저 물과 간식거리를 건넸다.

“아빠랑 같이 달려서 좋아요. 날씨가 맑아 기분까지 상쾌해졌어요. 넓은 백사장이 인상적이었고 처음 본 잠수함이 신기했어요. 배에서는 아빠랑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학교 가면 친구들한테 이야기할 것도 많아요.”

돌아가는 길, 위동페리에서 만난 최군의 얼굴엔 에너지가 한가득이다. 아빠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단다. 최 부자의 해외 자전거여행은 이번 칭다오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 여름 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을 누볐다. 3박4일 제주 자전거여행에서 얻은 게 많아 내친 김에 칭다오까지 왔다고 한다.

“가끔 한강에서 효준이랑 자전거를 타는데 며칠을 함께 자면서 자전거를 타니까 친구처럼 지내게 된 거예요. 말문이 트였다고나 할까요. 집에서는 서로에게 별 말이 없었는데 자전거를 같이 타면서 이야기보따리가 터진 느낌입니다.”

함께 땀을 흘리고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가 아빠와 아들을 연결한 모양이다. 또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자전거여행이 격과 벽을 허문 셈이다.

“이런 자전거여행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학생 대상 자전거캠프 프로그램 말입니다. 제주여행에서도 이번 여행에서도 효준이의 체험학습 효과는 크다고 봅니다. 저 역시 느낀 게 많거든요.” <취재협조=케이벨로>

☞ 본 기사는 <머니S> 제537호(2018년 4월25일~5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칭다오(중국)=박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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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중국)=박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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