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컬링.. 의정부, 가야 해!

의정부/조철오 기자 2018. 4.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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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이끌어 낸 종목이 컬링이었다. 강호들을 연파하며 결승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대표팀은 얼음판만큼 매끄러운 팀워크로 감동을 안겼다. 국민 유행어가 된 "영미, 영미…", 위기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신중함, 팀 킴(Team KIM)이 만들어진 사연 등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특히 그들 대다수가 경북 의성 출신이란 점도 함께 부각됐다. 외신들은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에 빗대 우리 컬링 여자대표팀을 '갈릭 걸스'라고 불렀다.

경기도 의정부는 5개의 중·고등부 컬링팀을 가진 컬링 도시다. 사진은 컬링 명문고교인 송현고 소속의 여자 컬링 선수들이 의정부컬링장에서 연습하는 모습. / 의정부시 제공

오늘날 컬링이 우수한 성적을 내고 국민 스포츠가 된 이면에는 의정부시의 역할도 컸다. 의정부와 의성은 컬링의 양대 성지로 불린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는 의성이나 의정부 출신이 번갈아 가면서 맡아왔다. 특히 동계 올림픽 이후 최근 의정부에 컬링 열풍을 이어갈 희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컬링 전용 경기장이 문을 연 것이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컬링 경기장은 의정부가 의성에 이어 두 번째다. 의정부 컬링장은 지난 3월 녹양동 실내빙상장 옆에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면적 2964㎡ 규모로 문을 열었다. 예산은 99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국제규격인 길이 50m, 폭 4.75m짜리 시트 6개와 243석 규모의 관람석을 갖췄다. 스피드 돔 카메라(스톤 추적 카메라)가 설치돼 생생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여기에 자동 리프트 조명장치도 갖췄다.

지난 18일 의정부 컬링장에는 컬링 선수들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중·고등학교 팀부터 실업팀, 그리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 팀까지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습했다. 올림픽에서 보던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컬링 열풍과 국제대회 성적을 이끌어 갈 중·고등학생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상의해 나가며 팀워크를 다졌다.

새롭게 문을 연 의정부 컬링장을 직접 체험한 선수들은 시설 수준이 세계적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의정부중 코치를 맡고있는 김예현(여·25)씨는 "이곳은 아시아를 넘어 캐나다 등 컬링 강국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시설이다. 빙질의 우수함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컬링 선수들도 마치 해외 전지훈련에 온 것 같다며 최고의 시설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는 관리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아이스 테크니션(빙질관리인) 4명을 별도 채용했다. 또 좋은 얼음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이산화탄소 냉각방식도 도입했다.

의정부시는 컬링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일반인 참여를 활성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컬링장은 두 시간씩 하루 4번 운영된다. 사용료(2시간 기준)는 시간대별로 평일 11만∼12만 원, 토요일 및 공휴일 13만2000∼14만4000원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오늘날 한국컬링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게 한 배경에는 다양한 전문팀을 보유한 의정부가 있어서 가능했다"며 "의정부 컬링장은 앞으로 제2의 영미 꿈을 키우는 희망찬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수현·임서린 컬링 여자 꿈나무

"컬링의 도시에서 세계 컬링 이끌어 나갈 것"

지난달 문을 연 의정부 컬링경기장의 외관 전경.

"우리도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을 본 소감을 묻자 이수현(17)양과 임서린(17)양이 이렇게 말했다. 선배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당찬 포부였다. 그러면서 4년 후 동계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다는 패기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의정부 송현고에서 여자컬링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송현고는 이번에 화제가 된 경북 의성여고와 쌍벽을 이루는 여자 컬링 최강자다.

송현고 여자 팀의 컬링 실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이양과 임양의 1년 선배였던 작년 송현고 소속 선수팀은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때 '영미'팀이 있는 경북체육회와 맞붙었다. 1차전은 송현고가, 2차전은 경북체육회가 각각 승리를 나눠 가졌다. 하지만 3차전에서 아깝게 진 송현고는 결국 태극마크를 영미 팀에 내줬다. 당시 19세였던 선수들은 올해 성인이 되면서 춘천시청 실업팀으로 전원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운 컬링 새싹들이 바로 이양과 임양이다.

이처럼 의정부는 세계적 컬링선수가 자라나는 컬링의 산실이다. 송현고를 비롯해 의정부고, 민락중, 회룡중, 의정부중 등 5개의 중·고교 컬링전문팀을 갖고 있다. 지난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은메달을 딴 김초희 선수도 민락중, 송현고 출신이다. 또 국내 활동 중인 컬링 관계자 중 상당수는 의정부 출신이다. 송현고 여자컬링팀 안재성(31) 코치는 "의정부는 컬링팀이 여러 개 있다 보니 선수들이 어렸을적부터 자연스레 라이벌 관계가 형성된다"며 "평소 함께 연습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의정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경기장이 들어섰다. 컬링의 도시로써 이곳은 앞으로 세계 컬링을 이끌 중심지가 될 것이다"고 했다.

권영일 아이스 테크니션

"컬링의 승부, 얼음 상태가 핵심… 매일 일정하게 제공해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권영일 아이스테크니션이 평창올림픽에서 얼음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권영일 아이스테크니션 제공

"컬링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얼음의 상태입니다"

권영일(40) 아이스 테크니션은 2007년 창춘 아시안게임 컬링 금메달리스트로 현재 의정부 컬링장에서 얼음을 관리한다. 아이스 테크니션이란 컬링의 기본인 얼음을 만들고 관리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그는 평창 동게 올림픽에도 수석 관리인으로 참가한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는 "아이스 테크니션이란 김연아 선수를 키운 유명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로 비교할 수 있다. 좋은 아이스 테크니션이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고 했다.

권씨는 컬링에서 얼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컬링은 머리싸움이다. 그래서 감각 훈련이 중요하다. 머릿속에 그린 궤적과 실제가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얼음 위에서 평소 연습해야 감각이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뛰어난 감각 유지가 대회 당일 우수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난 아이스 테크니션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단순히 물을 얼린다고 좋은 얼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권씨는 "당일의 습도, 바깥 날씨, 선수가 흘린 땀과 체온 등은 물론 심지어 당일 경기장 안 관객 수까지…. 무한대의 변수가 얼음 품질을 정한다"고 말했다. 아이스 테크니션은 초 단위로 바뀌는 상태를 통제하고 매일 일정 수준의 얼음을 제공해야 한다. 마치 요리사의 노하우가 음식 상태를 정하듯 좋은 얼음도 아이스 테크니션의 경험과 감각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정도로 우리나라는 실력이 높아졌다. 많은 선수가 해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컬링 새싹들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아이스 테크니션은 매우 적다. 권씨는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컬링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아이스 테크니션의 육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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