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대한민국 대표 광장' 걸맞은 새 이름 주자
일제 '광화문통' 유래..'광화문광장' 작명도 10년 불과
[편집자주]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2021년까지 광화문광장을 현재보다 3.7배 넓히고 보행자 중심의 대규모 광장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지난주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가로로서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에 <뉴스1>은 이순신·세종대왕 동상 위치조정 문제를 비롯해 주변 고층건물 저층화, 역사적 상징성을 담은 새이름 짓기 등을 이번 광장 개선작업을 계기로 함께 추진해볼 것을 제안하는 기사를 마련했다.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체코 프라하의 대표 광장인 '파츨라프 광장'은 체코의 왕이자 기독교 성인으로 추앙받는 파츨라프의 이름에서 따왔다. 유서깊은 명칭처럼 14세기부터 도시의 중심광장으로 자리잡아 1968년에는 '프라하의 봄'으로 잘 알려진 민주화의 상징적 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지금은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체코의 얼굴이다.
영국의 무적 넬슨함대가 프랑스-에스파니아 연합군을 격파한 트라팔가르 해전의 승전 역사도 광장으로 되살아났다. 영국인들은 이 역사적인 해전을 기념해 런던 코벤트가든에 '트라팔가르 광장'을 조성했다. 넬슨 제독의 기념비를 비롯해 국립박물관,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 교회가 둘러싼 국가적 위용을 자랑한다.
전세계 주요도시의 광장은 특유의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담은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대표광장인 '광화문광장'이란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조선시대 광화문광장은 경복궁전로(前路), 육조대가 등으로 불렸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 거리에 '광화문'이란 이름이 붙게 된다. 일제는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이후 모든 지명을 자의적으로 일본식으로 뜯어고쳤다. 특히 육조대가는 '광화문통'이라고 이름붙였다. 해방 후인 1946년 서울시 가로명제정위원회가 '세종로'로 바꿨고 2008년 서울시가 광장을 조성하면서 현재의 '광화문광장'으로 이름지었다. 2010년에는 세종로와 태평로를 합쳐 '세종대로'로 호명하게 된다. 현재 광화문광장의 행정적 이름은 '세종대로'다. 따져보면 실제 광화문광장이라는 이름의 역사는 10년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지금 익숙한 '광화문광장'은 일제강점기 '광화문통'을 연상시킨다. 이뿐만 아니라 이 광장의 역사적·상징적 의미를 봐도 부적절한 이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시대 육조대가는 조선왕조의 상징이자 왕이 백성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당시 임금들은 행차 중에도 가마를 멈추고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민심을 살폈다. 2016~2017년에는 촛불항쟁의 주요 무대로서 시민을 위한 열린 정치적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광화문광장은 단순히 대표적인 건축물의 이름을 땄다는 점에서 이러한 역사성을 반영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명칭에 대해서는 '유지'에 가까운 의견을 내놨다. 현재 광화문광장이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고 있다며 특별한 변경 필요성을 제기한 바 없다. 다만 "명칭 변경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별도의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보였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계획을 논의한 광화문포럼에서도 명칭 변경문제는 거론되기는 했다. 광화문광장 입구에 자리잡은 이순신장군 동상을 애초 설치 당시 계획에 맞게 충무로로 이전하고 역사적 의미를 살려 '세종광장'으로 부르자는 소수 제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순신동상 이전 논의가 추진력을 잃고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이 익숙하다는 점에서 명칭 문제는 일단락됐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민 설문조사에서도 광화문광장이라는 이름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명칭문제가 다시 제기돼 공감을 얻는다면 공모를 비롯해 재검토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명칭을 좀 더 전문성 있게 재검토할 절차적 여지는 있다. 서울시는 '서울상징물조례' 제정을 통해 '서울브랜드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브랜드위원회는 서울시가 채택하는 브랜드 정책을 자문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사업시행 부서가 위원회에 안건으로 검토를 요청하면 위원회가 전문성을 발휘해 점검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위원회에서 다뤄지려면 서울시 고위 정책결정자의 판단이나 시민들 다수의 의견이 필요하다.
한 브랜드네이밍 전문가는 "광화문광장의 역사적인 재구조화를 앞두고 네이밍이 적절한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을 비롯해 광범위한 공론화를 거칠 만한 가치가 있다"며 "광장 조성 목표시점인 2021년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1983년 6월 26일 광화문 일대. 차량들이 사직터널 방향으로 좌회전 하고 있다. 출처=정부기록물(e영상역사관) © News1 성동훈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4/15/NEWS1/20180415080057224eda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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