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익진·박준석 풀무원 연구원 '돈코츠라멘' 개발기] 정통 라멘 맛 찾아 "日 맛집 쓰레기통까지 뒤졌죠"

2018. 4. 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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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기면 맛있다.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의 라멘 맛집이란 맛집은 다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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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장인초빙 1년간 고군분투
기름지고 무거운 맛 쏙 빼고
쫄깃한 면발·담백한 국물 승부

튀기면 맛있다. ‘뭔들’ 맛없을까 싶을 정도로 튀김은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ㆍ죄책감을 동반하지만, 즐거운 일)를 감수할 만큼 쾌락적이다. 반면 건강주의자들에게 튀김은 적이다. 라면 역시 마찬가지다. 튀긴 면은 고소하지만 고열량, 고지방은 피할 수 없다. 비유탕면은 그래서 탄생했다.

“기존 비유탕 건면의 단점인 면과 국물이 따로 논다는 점을 극복했습니다. 발포기술(면에 기공을 내는 기술)을 극대화해 면에 국물이 잘 배어들도록 했죠. 거칠고 단단했던 표면은 매끄럽게 개선했어요. 찰지고 쫄깃한 생면 느낌을 최대로 살렸습니다.”(면 담당 서익진 풀무원 책임연구원)

“일본 정통 라멘을 구현하되, 한국인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기름지고 무거운 맛을 뺐습니다. 국내산 돼지뼈로 진한 육수를 냈지만, 일본라멘 특유의 쿰쿰한 맛을 제거해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을 완성했어요.”(스프담당 박준석 풀무원 책임연구원) 

서익진(35) 책임연구원(왼쪽)과 박준석(37) 책임연구원이 개발에 참여한 돈코츠라멘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생면식감 돈코츠라멘(왼쪽)ㆍ생면식감 돈코츠라멘 매운맛.



최근 연세대학교 공학관 풀무원 연구실에서 만난 두 사람의 말이다. 이들은 풀무원 ‘생면식감 돈코츠라멘’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타사를 거쳐 2013년 풀무원에 나란이 입사 후 히트작 ‘육개장 칼국수’(2016) 를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식 라멘 개발을 위해 일흔이 넘는 일본의 라멘 장인을 기술고문으로 모셔왔어요. 1년간 이곳에서 함께 고군분투했죠. 돈코츠라멘에는 삶은 돼지 등지방을 갈아넣는데 풍미가 아주 강해요. 이게 제품화 됐을땐 산패의 위험이 있죠. 기름이 둥둥 떠서 느끼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고문님은 ‘일본 정통성’을 지켜야한다, 저희는 ‘한국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맞섰죠. 라면 전문가들이니 다들 얼마나 고집이 있겠어요. 나중엔 통역없이 각자 일본말로, 한국말로 싸울 정도였죠. 하하.”

치열했던 신경전은 최초이자 최고의 인스턴트 라멘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수백, 수천번의 관능평가는 안팎으로 이뤄졌다.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의 라멘 맛집이란 맛집은 다 섭렵했다. 혼자가면 라멘 서너 개, 둘이 함께 가면 그 곱절을 시켰다. 한 입씩만 먹고 나오기도 일쑤였다. 여러 번 먹으며 맛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첫맛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다’ 싶은 집이 있으면 주인이 내놓은 쓰레기를 뒤지기도 했다. 혹시 뭐라도 나올까. 무슨 재료, 어떤 양념을 쓰는지 파헤쳤다. 단서(?)를 찾은 날도, 그렇지 못한 날도 연구실로 돌아와서는 또다시 라멘과 씨름했다.

“보통 라면의 면발에는 난각(계란 껍질)이 쓰이는데 생면식감에는 난백분말을 넣어 풍미를 끌어올렸어요. 곡선이 적으면서 찰기좋은 라멘면을 이용해 생면 식감을 완성했습니다.”(서 연구원)

“초미-중미-후미, 염도 등을 고려해 액상스프를 개발했어요. 돼지뼈를 삶아낸 육수를 다시 120℃ 가마솥에서 정성 들여 끓였습니다.”(박 연구원)

생면식감 돈코츠라멘은 ‘인스턴트라면이 얼마나 라멘 흉내를 냈겠나’는 편견을 깨고 조용하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월에는 돈코츠라멘(7억원), 매운맛 돈코츠라멘(4억원)을 합쳐 매출 11억원을 돌파했다.

“중독적일만큼 튀는 맛은 아니에요. 이게 핵심입니다. 담백하고 부담없어서 계속해서 먹고 싶은 맛. ‘연식성’을 가장 중요시했어요. 반짝 트렌드가 아니라 스테디셀러가 목표니까요. 앞으로도 생면식감 비유탕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면 요리를 선보이며 건면 시장을 선도해가겠습니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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