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바람의 색' 곽재용 감독, 언제나 사랑이어라

2018. 4. 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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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장진리 기자] 언제나 사랑이었다. 데뷔작 '비오는 날의 수채화'부터 손예진, 전지현 등 걸출한 여배우들의 탄생을 알리며 한국 멜로의 전성기를 이끈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그리고 특유의 감성으로 빚어낸 신작 '바람의 색'까지, 곽재용 감독은 항상 다른 형태의 사랑을 말해왔다.

곽재용 감독이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바람의 색'은 한층 특별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 '바람이 돌고 돌아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라는 영화 속 명대사처럼 '바람의 색'은 운명처럼 간절하고 마법처럼 환상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바람의 색'의 주연을 맡은 것은 일본의 라이징스타 후루카와 유우키와 후지이 타케미다. "'바람의 색'은 처음부터 일본 영화로 기획했다"는 곽재용 감독은 "홋카이도가 첫 번째 캐스팅이었고, 그 다음에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홋카이도의 유빙을 보고 떠올린 이야기라 홋카이도와 동경을 오가며 벌어지는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색'은 멜로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도플갱어, 이중인격 등의 파격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연인 유리와의 이별로 무의미한 삶을 보내던 료(후루카와 유우키)가 뉴스를 통해 자신과 꼭 닮은 류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운명에 이끌리듯 찾아간 홋카이도에서 자신의 옛 연인 유리와 똑같이 생긴 아야를 만나게 되는 영화는 도플갱어, 이중인격, 마술 등 언뜻 멜로와는 맞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통해 운명같은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생각해보면, 곽재용 감독은 아주 오래 전부터 멜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로 가장 아름다운 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엽기적인 그녀' 속 UFO와 시간을 거슬러 온 할아버지 차태현, 그리고 '시간이탈자' 속 타임슬립 등 멜로의 변주는 곽재용 감독의 지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제 영화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사회를 다루는 게 없죠. '바람의 색' 역시 마찬가지예요. 판타지 멜로 드라마죠. 신비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제 때문에 찾은 홋카이도에서 바다 한가운데 마술상자가 잠기는 장면을 상상했죠. 도플갱어가 자기 자신의 도플갱어와 만나면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말을 듣고, 왜 자살 충동을 느낄까 궁금했어요. 거기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바로 '바람의 색'입니다."

영화에서 두 남녀의 사랑만큼이나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홋카이도의 아름다움이다. 특히 출렁이는 바다 위 유빙은 '바람의 색'의 멜로 감성을 한층 더하는 요소다. 곽재용 감독은 기적처럼 홋카이도의 유빙을 '바람의 색'에 담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곽재용 감독은 "'시간이탈자'를 찍고 바로 2월에 일본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배우들도, 미술도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한 달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빙은 2월에만 찍을 수 있다고 해서 포기하고 3월에 홋카이도로 갔는데 기적처럼 3월 6일에 유빙을 찍을 수가 있었다"며 "유빙을 다행히 찍을 수 있어서 저조차도 너무나 신기했다. 일본 스태프들도 유빙은 다들 처음 보는 거라 놀라워했다. 운이 잘 따라줬다"고 웃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까지, 곽재용 멜로의 명장면은 비와 함께 한다. '바람의 색'에서도 빗속 장면은 빠지지 않았다. 거세게 내리는 빗속에서 완성되는 아름다운 사랑은, 이미 곽재용 감독표 멜로를 보증하는 듯한 인장(印章)이 됐다. 

"'바람의 색'에도 빗속 장면이 있다는 건 지난해 부천영화제에서 처음 알았어요. 사실 영화를 만들 때는 집중해서 몰랐거든요. 부천영화제에서 객관적으로 보다 보니까 '내가 비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비를 보면 여러 가지 유쾌한 기억도 있지만, 사춘기 시절 느꼈던 묘한 감정의 추억도 있거든요. 군대 시절에는 비를 많이 맞고 텐트 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면서 비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했고요. '비오는 날의 수채화'도 그렇게 군대 시절에 썼던 거예요. 어릴 때 도시에서 살지 않았으니까 더 비에 대한 선명한 느낌이 있어요. 

영화에서 비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두 남녀가 맑은 날 사랑하는 이야기보다, 비가 사이에 있으면 더 아름답고 사랑에 대한 감정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물론 촬영할 땐 더 고되지만요. '클래식'에서 손예진과 조인성이 비 때문에 더 가까워지고, 조승우와 손예진은 비 때문에 고립이 되거든요. 비가 단 둘만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요. 그런 점에서 빗속 장면을 계속 그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늘 항상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을 노래해온 곽재용 감독. 앞으로도 곽재용 감독의 카메라에는 다양한 사랑이 가득 들어찰 것이다. 

"제가 만드는 영화는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떻게 보면 처음 접하는 사랑으로서의 순수함, 거기에서 오는 설레임, 기쁨을 이야기하죠. 저는 인간일 때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건 단 한 번일 수 있어요. 사람으로 태어나 사랑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이고,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게 진짜 사랑이죠. 개인적으로는 20살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생각해, 계속 거기에 집착했던 게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좀 든 사랑을 하려고 해요." 

(Oh!커피 한 잔②에서 이어집니다.)/mari@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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