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르포ㅣ완도군 금일도] 빛나는 백사장과 아기자기한 해안선에 놀라

월간산 글 김기환 차장 2018. 4. 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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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산 트레킹과 해송림 자전거 투어로 따스한 봄기운 만끽

꽃샘추위와 찬바람을 피해 진짜 봄을 느끼고 싶다면 남녘의 섬이 제격이다. 이른 봄에도 텐트 치고 캠핑을 즐겨도 좋을 만큼 날씨가 온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찻길이 한적한 섬은 자전거 여행의 최적지로 꼽는다. 오가는 차량이 적어 느긋하게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단, 선박이 운항하는 시간에 맞춰 속도를 내며 몰려다니는 차량만 주의하면 된다.

[월간산]망산 정상에서 본 금일해당화해변과 월송해송림 풍광.

이 달에 찾은 남녘 바다의 섬은 전남 완도군의 금일도金日島다. 이 섬의 원래 이름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이라는 의미를 지닌 평일도平日島였다. 섬 이름의 변화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이 그 발단이다. 당시 평일면과 금당면을 합해 금당의 ‘금’ 자와 생일과 평일의 ‘일’ 자를 따와 금일면으로 통합 개칭되었다가, 1980년 금일읍으로 승격됐다. 이후 평일도는 본래 이름보다 ‘금일도’라는 새로운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섬 이름은 ‘평일도’이고 행정구역은 ‘금일읍’이다.

완도에서 동쪽으로 20km 이상 떨어진 금일도는 육지에서 상당히 먼 섬 중 하나다.

완도나 고흥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이상 바다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섬 사이에 많은 다리가 놓이며 접근이 쉬워졌다. 약산도 당목항에서 뜨는 배를 이용하면 15분이면 금일도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도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은 섬인 것은 분명하다.

금일도는 여행 좀 한다는 이들에게도 분명 생소한 섬이다. 하지만 이곳은 국내 최대의 다시마 산지로, 우리나라 다시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영향력 있는 섬이다. 금일도가 다시마로 유명해진 것은 양식업에 적합한 환경이 한 몫을 했다.

외해의 맑고 차가운 해수가 유입되어 다시마 생장에 유리한데다, 크고 작은 섬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거친 파도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양식장 운영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지닌 곳이다.

국내 최대의 다시마 산지

[월간산]웅장한 소나무들이 가득한 월송해송림.

금일도는 자연 풍광 역시 뛰어난 곳이다. 섬 남쪽에 형성된 금일해당화해변의 길고 아름다운 백사장은 이 섬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는다. 길이 2km, 폭 150m에 이르는 하얀 모래밭은 해수욕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2,500여 그루의 해송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는 월송해송림의 웅장한 분위기 또한 좋은 볼거리다. 섬 최고봉인 망산(234.5m)에 올라 조망하는 주변 섬의 파노라마 역시 멋지다. 금일도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 봄을 즐기기 좋은 섬이다.

금일도 가는 배는 두 곳에서 뜬다. 하나는 약산 당목항이며, 또 하나는 고흥 녹동항이다. 운항 거리가 짧은 당목항에서 배에 차를 싣고 금일도로 넘어갔다. 섬에 도착해 곧바로 자전거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을 금일해당화해변으로 차를 몰았다. 이 해안이 섬에서 가장 캠핑하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읍내에 고등학교까지 있는 걸 보니 인구도 많고 큰 섬이군요.”

자전거 투어에 동행한 목포의 임연택씨가 차창 밖의 금일도 풍경을 보고 한 마디했다. 다시마 양식으로 부를 쌓은 주민들이 많아 섬에 활기가 넘친다는 것이다. 확실히 뭍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섬치고 오고가는 차가 많았다. 게다가 읍내에는 휴대전화 대리점부터 마트, 편의점, 치킨집, 술집, 의원, 약국 등 도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상권까지 형성되어 있었다. 그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서 여행했던 섬 중 가장 읍내가 번화한 곳이었다.

백사장과 송림 풍광 뛰어난 섬

[월간산]해송림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금일읍 소재지를 지나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니 소나무 숲이 좋은 월송리가 보였다. 계속 남쪽으로 진행하다 동백리 입구에서 왼쪽 소랑도 방면으로 방향을 꺾었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 금일해당화해변의 하얀 백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야외공연장이 옆 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했다.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자전거를 타고 금일도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차를 해변에 세워두고 자전거로 바꿔 탔다. 섬의 속살을 돌아볼 때는 차량보다 샛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자전거가 유리하다. 해당화 군락지와 숲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달리다 드넓은 해변으로 나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조개껍질이 파도에 씻기고 부서지며 고운 모래로 변해 형성된 백사장이다. 해수욕장이지만 정자나 몇 채의 펜션이 있을 뿐 해변 주변은 자연 그대로였다. 해수욕장 한가운데에 해변 관리소가 있고 그 옆으로는 공중화장실과 샤워장이 있지만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해변 숲길을 빠져나와 도로를 따라 금일도 남쪽에 딸린 소랑도로 향했다. 섬으로 들어가려면 소랑대교라는 붉은색 아치가 인상적인 다리를 건너야 했다. 다리 중간에서 뒤를 돌아보니 반짝이는 백사장이 인상적인 금일해당화해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여러 척의 배들이 정박해 있는 사동항이 보였다. 금일도의 가장 평범한 어촌 풍광을 볼 수 있는 장소였다.

소랑도는 작은 섬이지만 민가가 제법 많았다. 이곳 주민들 역시 미역이나 다시마 양식을 생업으로 하고 있었다. 민가 주변의 해조류 건조장에 설치한 녹색 그물이 넓은 잔디밭 같았다. 여느 섬에서 보기 힘든 생소한 풍광을 감상한 뒤 다시 본섬으로 돌아왔다.

“해조류 가공 공장도 함께 있어서 섬에 유입된 인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잠시 들른 사동항에서는 미역을 삶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양식장에서 거둬들인 미역은 이렇게 한 번 삶은 뒤에 건조시켜 상품으로 내놓는다고 했다. 이런 공장이 바닷가 마을마다 몇 개씩 가동되고 있었다. 수증기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짙은 바다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다음 목적지인 월송리로 향했다.

월송리 해송 숲은 정말 장관이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득한 숲이 해변을 따라 1km 정도 이어지며 마을로 들이치는 바닷바람을 막고 있었다. 숲 속에 조성된 오솔길과 데크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산책로 중간 경치 좋은 곳에 설치된 전망데크에 멈춰 커피를 내려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한 바다를 보며 앉아 있으니 말이 필요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 멋진 숲에서 금일도 자전거 투어를 마무리했다.

[월간산]금일해당화해변 산책로에서 일몰을 바라보고 있는 자전거 여행객들.

망산에 올라 세상을 밟다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금일도에서 가장 높은 망산(234.5m) 트레킹에 도전했다. 망산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가닥이지만 이정표가 확실치 않아 들목을 찾기 쉽지 않다. 가장 확실한 산행기점은 신평리의 ‘평일정사’라는 작은 사찰을 거치는 것이다. 읍내와 월송리 중간에 위치한 신평리마을을 통과해 고갯마루까지 올라서면 보호수로 지정된 거대한 팽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산 속 ‘평일정사’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절을 지나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삼나무 숲을 통과하니 바다가 조망되는 능선에 도착했다. 시야가 터지며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후 산길은 정상까지 줄곧 능선을 따르며 이어졌다. 중간에 만난 운동기구가 있는 정자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넓은 헬기장이 있는 망산 정상까지 쉬지 않고 걸어 올랐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은 환상적이었다.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들과 색색의 양식장 부표들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듯했다. 문어처럼 사방팔방으로 발을 뻗은 금일도의 해안선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여기에 노을까지 내려앉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역시 섬을 제대로 보려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봐야 하는 법이다. 망산 트레킹은 금일도 봄맞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tip 금일도 자전거 여행 가이드

[월간산]1. 신평리의 보호수 팽나무. 2. 금일도 남쪽의 작은 섬 소랑도를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고 있다. 3. 사동항에서 미역 가공장을 구경하고 있는 백은식씨.

해변과 송림, 도로, 임도 등 다양한 코스

섬 자전거 여행은 보통 배가 닿는 선착장을 기점으로 코스를 잡는다. 금일도 일정항에서 읍내를 거쳐 월송리와 사동리, 소랑도까지 10km 정도 찻길이 이어진다. 이 주축 도로에서 도장리, 동송리, 동백리 등으로 길이 갈려나간다. 일정항에서 읍내를 거쳐 월송리 사이의 도로가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편이다. 이 구간을 자전거로 주행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섬에는 교차로에 신호등이 거의 없어 지나가는 차량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중심 도로를 벗어나 동백리나 동송리, 도장리 등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한적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금일도의 핵심 경관지역인 월송리 해송림과 금일해당화해변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자연미 넘치는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 타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작은 섬 소랑도를 오고가며 바다를 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섬 남쪽 동백리와 소랑도의 산자락에 조성된 임도를 타고 가며 바다를 조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길은 거칠고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 반드시 산악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그 밖의 도로는 사이클이나 일반 자전거도 큰 무리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비포장도로는 날카로운 돌이나 나뭇가지가 떨어진 곳이 많아 타이어 파손의 위험이 크다. 주행 중에는 반드시 타이어 수리기구를 휴대해야 한다.

[월간산](사진 왼쪽)망산을 오르고 있는 취재팀. (오른쪽)산길에서 만난 할미꽃.

숙식(지역번호 061)

읍소재지와 화전항에 금일장여관(553-2035), 청해여관(553-2009) 등 숙박업소가 있다. 그 밖에 월송리의 초원의집 민박(552 -6199), 동백리의 동백민박 (552-9954), 해당화해변의 원조펜션(553-2245) 등이 있다.

식사

는 화전항과 읍내에 몰려 있는 화전반점(555-1366), 파라솔식당(552-1236), 대정가든 (555-2233), 동백식당(553-3092), 일미식당 (553-2003), 신화식당(553-2225), 오복식당(553-9868) 등을 이용한다.

교통

[월간산]해조류를 건조시키기 위해 설치한 녹색 그물 밭.

금일도 가는 배는 완도군 약산면 당목항과 고흥 녹동항에서 운행한다. 남해고속도로 강진 무위사 나들목이나 장흥 나들목으로 나와 23번국도를 타고 내려온다. 강진 마량면의 고금대교를 타고 고금도로 건너간 후 830번지방도를 따라 약산연도교를 건너 당목항으로 간다.

녹동항은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일 5회(08:00~17:30) 운행. 4시간 30분,

일반 2만3,300원, 우등 3만4,700원.

문의

금호고속(02-530-6211).

약산 당목항에서 금일도 일정항 사이를 오전 6시30분부터 19시20분까지 30~40분 간격으로 철부선이 운행한다. 15~20분 소요. 요금은 편도 기준 성인 3,300원, 승용차 1만4,300원. 고흥 녹동항에서 금일도 동송항 간을 하루 4회(06:00, 09:15, 13:00, 16:00) 운행. 1시간 10분 소요. 요금 9,900원.

문의

[월간산]

당목항(약산금일농협 061-553-9085), 녹동항(평화해운 061-84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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