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트] 금리역전과 가계부채 억제책의 만남은 새로운 양극화?

노경진 기자 2018. 3. 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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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없는 게 가장 홀가분한 상태이겠지만, 시장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속해있는 이상 신용을 기반으로 한 레버리지 효과에 전혀 기대지 않고 살아가긴 힘듭니다. 생활비 때문이든, 내 집 마련 때문이든, 자산 증대 목적이든, 스마트폰 다음으로 우리 손이 자주 찾게 되는 신용카드부터, 소중한 생활비의 원천, '마통'(마이너스 통장)에, 내 집에 발 뻗고 자다가도 매달 원리금 상환일이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쪼그라드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빚은 우리 삶에 다양한 형태로 몸속 장기처럼 필수적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사, "그래서 이자는 얼마래?"란 공통의 질문을 낳게 되죠.

"그래서 이자는 얼마래?"

미국이 기준금리를 석 달 만에 또 인상했습니다. 이번 금리인상이 특히 관심을 끈 건 드디어 우리나라와 금리역전 상태가 됐기 때문이죠. 미 금리가 1.5%에서 1.75%로, 우리나라 금리 1.5%와 비교하면 0.25%p까지 더 높아지게 된 겁니다. 당장 우리나라의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이자를 찾아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죠. 그 수준이 크고 급격하면 우리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거릴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금리역전 당일 (22일)엔 별 영향은 없었습니다. 이미 시장이 예상하고 있었고, 외국인 자본이 사들인 채권 상당수가 중장기채였던 데다, 우리 경제 체질이 그 정도 충격은 충분히 버틸 만하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물론 불과 하루 뒤인 23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증시 폭락장이 펼쳐지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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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우리 금리는 그럼 과연 언제, 얼마큼 올려야 하느냐는 거죠. 모두의 관심사 "그래서 이자는 얼마래?"란 질문이 전방위적으로 통화당국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올해 세 차례 (네 차례 가능성도 상존)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우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도 함께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반기에만 한 차례 또는 5월에 한 번, 하반기에 또 한 번 총 두 차례 등 예측이 엇갈리고 있지만 금리인상은 기정사실입니다. 올해 안에 우리 기준금리가 2%에 도달할 가능성이 꽤 있는 겁니다. 금융권에선 그렇다면 현재 최고 연 4%대 후반인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말엔 5%대 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과제 '가계부채'

금융당국은 금융당국대로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1,45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늘 한 쌍처럼 '폭탄'이란 말을 달고 다니고 있습니다. 기존 규모까진 줄이지 못해도 신규 대출을 더 늘리지 말아야 하는 게 이번 정부가 당면한 정책과제입니다. 부동산 이상열기를 꺼뜨리고 가계부채 폭탄이 점화되기 전에 관리 가능한 온도로 누그러뜨리자는 겁니다.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는 신 DTI(총부채상환비율)부터, 내일(26일)부터 실시되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과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LTI(소득대비대출) 등 신 3종 가계대출기준이 바로 그겁니다. 하나하나 용어도 어렵고 내용도 복잡하지만, 결국은 예전보다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지고 대출한도도 대폭 줄어든다는 겁니다.

은행의 입장에선 영업환경이 매우 나빠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한하니 예전보다 더 적은 사람에게 더 적은 액수만 빌려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팔 수 있는 고객군이 적어지다 보면 상품 가격을 올려서 수익을 맞추려는 전략을 취하기 쉽습니다. 은행 수익은 알다시피 대부분 이자마진입니다. 은행이 대출금리, 정확히 짚자면 가산금리를 높여서 수익성을 맞추려 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금융당국이 종종 은행권에 가산금리 산정이 합리적인지 들여다본다는 게 그 말입니다. 그런데 앞선 내용으로 돌아가 보면 글로벌 경기추세가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었다는 것. 은행으로선 대출 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두 가지가 겹친 셈입니다.

원치않은 만남의 결과는 새로운 양극화?

빌리기도 어렵고 빌려주는 돈도 적은데 이자는 높아집니다.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고객군은 이른바 우량고객으로 한정되며 규모도 갈수록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은행 심사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일명 비우량고객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결국, 제2금융권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2금융권은 문턱은 좀 낮을지 몰라도 이자는 결코 낮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인하했다 하더라도 최고금리가 연 24%에 달합니다. 지난해 저축은행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를 대출억제책의 풍선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올해엔 금융당국 정책에 따라 저축은행도 건전성 확보를 위해 심사기준을 보다 강화할 전망입니다. 집값의 60% 이상 대출해주는 걸 위험자산으로 분류해 건전성 점수를 나쁘게 준다는 내용 등입니다. 그렇다면 또 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풍선은 또 어디에서 부풀어 오를까요? 가계부채를 둘러싼 금융환경이 또 다른 양극화를 불러오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노경진 기자jean2003@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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