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풀고, 이사회 권한 강화..주주에게 더 공손해진 주총

신찬옥,문일호,홍장원,이선희 2018. 3. 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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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297곳 주주총회
주요 대기업의 주주총회가 집중돼 '슈퍼 주총데이'로 진행된 23일 주총 현장에서 KT와 네이버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냈고 대한항공과 삼성SDS는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날 실적이 개선된 주요 상장사 주총장은 순조롭게 끝난 반면에 KT 등 일부 주총장에선 '최고경영자(CEO) 퇴진' 목소리가 나오는 등 소란을 겪어 대조를 이뤘다.

증권가에선 상장사들이 일단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고 배당 등 주주 환원으로 보답해야 향후 원활한 주총 진행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T는 이날 주총을 통해 이사회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확정했다. 기존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CEO추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 이사회로 분산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심사→회장후보 확정'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한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회장후보군을 조사·구성토록 했으며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명시했다.

또 배당금은 전년 대비 200원 증가한 주당 1000원으로 확정했다. 지급일은 다음달 20일이다.

특히 이날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이 선임됐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참여정부 출신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이 선임됐다. 두 신임 사외이사 모두 일신상 이유로 주총에는 불참했다.

실적 하락에 따른 일부 주주들의 불만도 나왔다. KT의 작년 영업이익은 1조3753억원으로 2016년(1조4400억원)보다 소폭 감소해 작년 주가는 후퇴했다. 이날 주총 현장은 노조 등 일부 단체와 주주들의 항의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주총을 연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작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난 데 이어 19년 만에 사내이사 자리도 내놓았다. 이해진 GIO가 물러난 사내이사 자리는 네이버 초창기 멤버인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가 맡았다. 새 경영진은 AI, 로봇 등 신기술이 접목된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 이해진 GIO는 유럽 등 해외를 돌며 유망 기술 발굴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네이버는 이날 주총에서 별정통신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도 의결했다.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되면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날 7년 만에 배당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보통주 한 주당 배당금 250원을 지급한다. 작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면서 조원태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도 무난하게 통과됐다.

작년에 6시간의 '마라톤 주총'으로 화제가 됐던 삼성SDS의 이날 주총은 30분 만에 끝났다. 작년에 영업이익 7316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배당을 두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16년도 기준 주당 배당금이 750원에서 이번에 2000원으로 167%나 늘어났다.

작년 주총 당시 19만원을 밑돌던 주가가 25만4000원(22일 종가 기준)까지 오른 것도 '화기애애'한 주총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년에는 물류 사업 분할 검토 예상이 나오면서 주주 반발이 심했다. 한 주주는 "실적과 주가가 오르고 배당도 크게 늘리는데 주요 안건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금융지주 주총에선 카카오뱅크 가입자 확대와 동남아시아 자산운용사 인수·합병(M&A) 이슈가 주된 화제였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올해 카카오뱅크 목표는 가입자 1000만명을 만드는 것"이라며 "올해 당장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기보다 가입자를 안정적으로 늘리는 것을 최대 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가진 최대주주다. 카카오뱅크는 초기 투자 비용에 막대한 돈을 쏟아 지난해만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김 부회장은 "가입자가 늘어나면 비용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에 쉽게 흑자가 나는 구조는 아니더라"고 말했다.

주력사업인 증권업과 관련해서는 동남아 시장 M&A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단팍증권을 인수했다. 금융당국 인가를 거쳐 올 상반기 내 영업에 나서는 게 목표다. 김 부회장은 "동남아 지역에서 자산운용사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 주요 안건이 있을 때마다 예고 없이 주주들 앞에 나타났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날도 주총장에 '깜짝 등장'했다. 서 회장은 이달 초부터 두 달 일정으로 항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마케팅을 위해 유럽 전역을 돌고 있어 이번 주총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고 있는 서 회장은 이날 주총 현장에 약 40분간 국제 전화를 연결해 아시아 원료의약품(API) 공장 설립 계획,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시장 직판, 2020년 글로벌 3대 바이오텍이 되겠다는 목표 등을 직접 설명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신약, 백신, 의료기기 등을 아우르는 종합 제약바이오헬스케어 회사로 거듭나겠다"며 "2020년에는 제넨테크, 암젠과 더불어 글로벌 3대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해외에 짓겠다고 밝힌 3공장과 관련한 다른 계획도 밝혔다. 서 회장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에 원료의약품 공장을 만드는 안건을 고민하고 있다"며 "대신 기술 노출을 막기 위해 셀트리온이 지분을 100% 확보할 수 있는 나라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를 유통 파트너로 삼아 진출해 있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직판 체제를 갖추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신찬옥 기자 / 문일호 기자 / 홍장원 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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