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혜 기자의 소신육아]우리 아이 신학기 증후군 이겨내는 마법의 인사법

박승혜 베이비조선 객원기자 2018. 3. 1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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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학부모가 됐다.
옆에서 “얼마나 감동이냐”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말로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에 여러 의미를 부여했지만 나는 무덤덤했다. 예전에도 고백했지만 아들이 12월 31일에 태어나던 그날, 임신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생겼던 자식에 대한 기대나 소유욕을 다 내려놨다. ‘자식은 내 소유가 아니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란 사실을 출산일부터 알게 된 셈이었다참고 기사_2017년 6월 27일_나는 왜 아이 둘을 낳았는가?http://baby.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7/2017062702453.html
그랬기에 남들이 입시의 첫 관문이라며 초등학교 입학식에 긴장감을 이고 지고 들어설 때, 비교적 담담히 서 있을 수 있었다.
반면 입학 당일 아들은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모습을 보였다. 입학식 날 주변을 보니 같은 아파트 혹은 유치원, 학원 출신 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이들이 이미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빠 회사 발령으로 최근 이사를 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아들은 그 속에서 긴장감이 배가 됐을지 모르겠다. 친구가 없어 낯설다며 땡깡 진하게 부리면서 학교 안 간다고 한 번쯤 애태울 법도 한데 아들은 지각을 걱정하며 열심히 학교에 다니는 중이다.

사실 ‘우리 아들이 잘해낼 수 있을까’란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 또래보다 잘하고 싶으면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아들은 이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면서 눈물 콧물 쏙 빼가며 체득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끈기와 뒷심을 발휘해 평균은 했고, 여러 문제 앞에서 때론 당당히 맞섰다가 때론 뒤로 물러섰다가 제 살길을 찾아냈다.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많은 이의 사랑과 아이의 잠재력, 책을 사랑하는 습관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요인이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아들과 나눴던 ‘마법의 인사법’이 있다.
마법의 인사법이 시작된 건 유치원 때였다. 아침을 힘겨워하는 엄마와 아이들이 오전 10시 땡 맞춰 유치원에 가기란 쉽지 않았다. 전쟁 같은 준비 시간을 거쳐 번번이 지각 직전에 데려다 주곤 했다. 아들은 선생님 앞에서 “엄마 다녀오겠습니다”란 인사를 하며 들어가기 바빴고, 나는 “잘 다녀와”란 말을 마치자마자 바람 같이 사라지기 바빴던 나날이었다.
그렇게 아들을 허겁지겁 데려다 주고 돌아서던 어느 날, 같은 반 아이와 그 엄마가 나누는 인사말이 귀에 콕 박혔다. “바르고, 씩씩하게”라고 엄마가 주먹을 쥐고 선창을 하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늘도 힘차게”라고 아들이 화답했다. 이후에 “아자! 아자! 파이팅!”하며 엄마와 아들이 동시에 외쳤다. 정신없이 바쁜 아침, 하루의 푯대를 세워주는 구호를 만들어 서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뒤통수 얼얼하게 맞은 나는 그 뒤로 아들에게 “아들은 잘할 수 있어. 파이팅!”이라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사랑해”라며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아들은 수줍지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씩씩하게 달려갔다. 날이 적당한 날에는 손 하트를 날려주기도 했다. 무엇을 잘해서 엄마가 사랑하는 게 아니라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걸 매일 아침 인사로 알려줬다. 아이는 그 사랑의 메시지에 힘입어 매일 잘 자라줬다.

입학식 날, 잔뜩 얼어 있는 1학년 아이들을 보니 짠했다. 남편이 느끼기에도 ‘이제 시작이구나’ 싶다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오늘도 신학기 증후군으로 괜히 아파서 학교 가기 싫다며 등교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는 빠지면 안 되는 거야, 이제부터 공부 열심히 해야지”와 같은 말로 아이 마음에 무거운 짐 턱 올리지 말고, 우리 아이 사기 충전할 말을 해주면 어떨까 싶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과는 “씩씩하고 밝게, 우리 아들 할 수 있다”란 구호를,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딸에게는 “씩씩하고 즐겁게 도전하기”란 진한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인사 위에 ‘너는 사랑스럽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야’라는 마음도 시럽처럼 듬뿍 얹어 보낸다. 아침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 엄마의 믿음과 사랑으로 마음 든든히 채운 아이는 신학기 증후군을 잊은 채 빙긋 웃으며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들어간다.
매번 오전 9시 정각을 앞두고 뛰느라 열심히 만든 구호는 몇 번 써보지도 못하는 요즘이다. 아들은 오늘 아침에도 종 치기 직전 교실로 들어갔다. 멀찍이 서서 아들이 교실에 들어가는 걸 보고 급하게 손 하트만 날려줬는데, 옆에 있던 딸아이가 “오빠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친다. 아! 내일은 더 일찍 학교 가서 꼭 안아주고, 구호 한번 외쳐야지 싶다.
박승혜 베이비조선 객원기자(mercyup@naver.com)글을 쓴 박승혜 기자는 실제로 5세, 8세 두 아이를 키우며 현실적인 육아 정보들을 찾아나가는 동시대 육아맘 기자다. 척추에 무통주사를 맞는 게 무섭다면 라마즈 호흡법이 대안,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이는 카시트를 앞 보기로 바꿔주면 좋다 등 아이 둘을 키우며 서툴렀던 육아에 소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좋은 인성을 품었으면 하는 마음에 ‘성품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 현재 가정 보육을 하며 책 육아, 성품 육아에 열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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