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악기 기증하고 필요할 땐 빌리세요"

최인진 기자 2018. 3. 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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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성남문화재단, 전국 최초로 악기 대여 ‘악기랑’ 인기

12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2층 야외광장에 있는 악기도서관 ‘악기랑’ 직원(오른쪽)이 색소폰을 대여해 줄 한 여성에게 악기 관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경기 성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악기랑’. 이곳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처럼 저렴한 가격에 각종 악기를 빌릴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악기 도서관이다.

12일 성남아트센터 큐브플라자 2층 야외광장 한쪽에 있는 ‘악기랑’(23㎡). 아담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각종 악기 50여대가 악기장에 비치돼 있었다. 바이올린, 기타, 색소폰, 드럼, 첼로 그리고 국악기인 가야금, 북, 꽹과리까지 다양했다. 대형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도 눈에 띄었다.

얼마 전 음악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황정아씨(23)는 “고가의 악기인 색소폰을 한 달 대여료 1만원을 주고 싸게 빌렸다”며 “대여하는 절차도 간단하고 사용법과 악기를 관리하는 방법까지 친절히 알려줬다”고 말했다.

악기랑은 음악을 통해 나눔의 행복을 함께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대여하는 악기는 320여대에 이른다. 2016년 개관할 때부터 지금까지 모두 기증받아 마련하고 있다. 누가 사용하던 것이니 ‘별로’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감정서가 있는 고가의 바이올린도 있다. 기증된 악기는 양해각서(MOU)를 맺은 악기 전문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완벽한 수리와 점검을 거친 뒤 대여되고 있다. 대여료는 악기 종류와 가격에 따라 다른데 한 달에 5000원~ 5만원 등으로 저렴한 편이다. 클래식 기타를 기부한 심지석씨(기타 강사)는 “대부분 연주 수준이 높아지면 악기를 교체하게 되는데 중고로 팔자니 헐값이라 그냥 집에 두게 돼 먼지만 쌓이게 된다”며 “악기를 필요로 하는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악기랑의 인기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악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에 많게는 60여대까지 대여되고 있다. 학생, 음악 동호회원을 포함해 일반 시민도 다수 이용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4월의 경우 바이올린 등 인기 있는 악기는 일찌감치 동이 난다. 직장인 이상균씨(43)는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악기를 구입하려고 하니 초보자인 데다 가격이 부담돼 망설여 왔다”면서 “악기랑에서 첼로를 빌렸는데 대여료가 저렴하고 연습하기 편해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택 디딤돌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악기를 갖고 있지 않고, 또 대안학교라서 악기를 구입할 재정적 여유도 없어 걱정이 많았다”며 “그러던 중 악기랑을 통해 악기를 빌릴 수 있어 학생들이 음악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주 성남문화재단 문화사업부 차장은 “악기랑은 악기를 통해 실현하는 희망 나눔 팩토리”라며 “기증받은 악기는 악기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시민과 학생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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