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시선]칠성무당벌레
[경향신문] 나는 점이 많다.
별명이 점박이다.
나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나에겐 까만 마침표가 많다.
복잡한 게 아니라 풍부하게 산다.
문장을 다듬듯 알뜰살뜰 산다.
밤하늘처럼 초롱초롱
추억의 문장이 빛난다.
당신이 주어일수록
더 반짝거린다. 이정록(1964~)
칠성무당벌레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몸은 짧은 달걀 모양이고 몸 전체가 됫박을 엎어놓은 것 같다”라고 설명을 멋지게 해놓았다. 진딧물을 잡아먹고 사는 익충이라는 풀이와 함께. 내 어릴 적 놀던 뒷동산같이 생긴, 언덕같이 생긴 칠성무당벌레.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면 꼼짝을 않고 죽은 척을 하던 칠성무당벌레. 붉은색 딱지날개에 7개의 검은 점무늬가 있다.
시인은 이 점박이 칠성무당벌레의 생김이 단조롭거나 간단하지 않고 문양과 그것의 멋이 오히려 넉넉하고 많다고 말한다. 몸통이 작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쏟아가며 살림을 규모에 알맞게 꾸려간다고 말한다. 칠성무당벌레가 바라보는 밤하늘에는 밝고 또렷한 별이 옛 추억처럼 언제나 빛난다고 말한다.
둥지의 알 같은 칠성무당벌레. 아기의 꼭 쥔, 조그마한 주먹처럼 걸어가는 칠성무당벌레. 넘어져도 금방 오뚝이처럼 잘도 일어서는 칠성무당벌레. 날아갈 때에는 헬멧을 쓰고 공중으로 신나게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칠성무당벌레.
조금은 어수룩한 듯이 보이지만 누구보다 정이 두텁고 너무나 인간적인 칠성무당벌레. 찾으면 찾을수록 모자라는 점보다는 나은 점과 매력이 더 여럿인 칠성무당벌레. 자세히 보면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사람도 그렇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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