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현장] 이번엔 '경찰' 다루는 노희경 작가 "그들이 공권력일까, 공권력의 희생양일까 생각했죠"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8. 3. 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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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의 순경들이 과연 공권력의 실체일까. 공권력의 희생양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노희경 작가)

드라마 작가로 이미 ‘일가(一家)’를 이룬 노희경 작가의 소재는 늘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배어나는 ‘공감대’다. 한때는 치정멜로이기도 하고, 한때는 로맨틱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 작가가 드라마라는 집을 세우는 두 축은 이 두 요소다. 그는 꼼꼼한 취재와 세심한 사유를 바탕으로 거대담론 속에서 치이고 쓸리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공감을 샀다.

배우 이광수(왼쪽부터), 정유미, 노희경 작가, 김규태PD, 배우 배종옥, 배성우가 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tvN 주말극 ‘라이브’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N

이번에는 그가 ‘공권력’을 다루겠다고 나섰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권력’이라는 힘이 좌지우지하는 세계가 아닌 그 세계 안에서 집행자이지도, 대상자이지도 않게 어중간한 상태로 떠다니는 현장 경찰들의 이야기다. 그는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함께 한 김규태PD와의 협업으로 tvN 새 주말극 <라이브>를 선보인다. 항상 사건을 강조하고 극중 인물의 극적인 상황을 그리는 경찰 드라마가 아닌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보통 대본작업이나 연출작업으로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는 다른 작가나 연출자와 달리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PD는 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에서는 지구대 경찰들로 출연하는 배우 배종옥, 배성우, 이광수, 정유미 등의 배우들도 함께 했다.

노 작가가 경찰이라는 소재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재작년 겨울이었다. 그는 촛불을 들며 거리를 다니다 촛불집회 참석자들 앞에서 어쩔 줄 모르며 서 있거나 황망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기 왜 왔을까” “왜 저런 눈빛을 하고 있을까” “이 일들은 누가 시키는 걸까” 그러한 의문이 솟아났고, 경찰 직군의 평균 수명이 63세로 다른 직군에 비해 눈에 띄게 짧다는 사실을 알고는 본격적으로 취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노희경 작가가 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tvN 주말극 ‘라이브’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tvN

다른 경찰 드라마와 달리 <라이브>는 지구대의 구성원들이 주인공이다. 남녀차별이 횡행하는 구직시장에 환멸을 느끼고 당당하게 직업을 선택하고 싶어 경찰을 선택한 한정오(정유미)와 어설프고 실패만 거듭했던 청춘을 보상받고자 경찰을 선택한 염상수(이광수)의 시선에서 경찰을 꿈꾸고, 경찰이 되고, 경찰로 살아가는 과정을 다뤘다.

<라이브>에서는 주적(主敵) 개념의 악인이 등장해 경찰들을 유린한다거나 하는 줄거리는 없다. 대신 매일 매일 주변 주민들의 자잘한 민원을 들어주고 취객과 승강이를 벌이고, 뜻하지 않게 큰 사건에 휘말려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인간인 경찰들이 등장한다. 그들을 둘러싸거나 위에 있는 경찰들 역시 자신의 삶에서 받는 압박과 경찰로서의 책임감 사이에 번민한다. 노 작가는 수십 명의 현직 경찰을 인터뷰하면서 18회 빼곡한 대본을 쏟아내고 있다.

노 작가는 “나 역시도 그 전까지는 경찰이라는 직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일을 안 하고, 그냥 권위만 내세운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결국 지구대에 경찰조직의 비합리를 묻는 일은 군대에서 일병이나 이병에게 군의 부조리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부조리를 만들지 않은 사람들이 조직의 부조리로 국민들에게 외면받아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겠다. 이들의 애환을 이해하는 드라마를 쓰고, 현장에서 사선을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고 현장감있게 해보고 싶었다”는 의도를 밝혔다.

<라이브>는 <화유기>의 후속으로 오는 10일 오후 9시부터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에 tvN에서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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