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3담임도 학생도.. '세특 지어내기' 골치

유소연 기자 2018. 2. 2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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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中3 대입부터 학생부 개편, 대학들 학종서 '세특' 중요 평가
교사들 "문구 짓기 너무 어렵다".. 학교·교사 따라 질 차이도 커

"쿤스의 '풍선개'를 맥락주의적 관점을 적용해 분석하여 팝아트 작품의 가치와 사회 현상을 대입하여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서술·논술함(미술문화)."

"음식 조리법 발표하기에서 '치즈라면 만들기'를 주제로 관련 어휘를 활용한 미니 사전을 제작하고, 주제에 적합한 내용으로 명료하게 시연 및 발표를 함(실용영어)."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 중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예시들이다. 교육부는 매년 학교 교사들이 학생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세특, 중요성 커지는데…

'세특' 항목은 과목별 교사가 학생들의 성취 수준, 수업 참여 내용과 태도 등을 평가해 서술하는 항목인데, 내년 고1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부터 중요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학생부를 대폭 개편해 ▲외부 수상 실적뿐 아니라 교내 수상 실적 ▲자율동아리 활동 기재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서 활동 항목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목과 저자만 쓰도록 비중을 줄였다. 이렇게 되면 "학생부에서 교과목 내신 성적과 세특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과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그렇지만 교사를 비롯한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대입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세특 작성에 대해 교육부가 예시까지 들면서 매우 구체적으로 쓰라고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교사들 사이에선 "매년 세특 문구를 지어 내려니 너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교사가 많은 학생을 가르치기 때문에 교사들 입장에선 세특을 꾸며내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충북의 한 일반고 교사는 "교육부가 제시한 예시 자료를 기본 틀로 두고 조금씩 바꿔서 쓴다"면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뭘 했는지 일일이 기억해 쓰는 교사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아예 세특 항목을 학생들에게 써오라고 하는 교사들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교에서 매년 성적 좋은 학생 명단을 알려주면서 세특을 잘 써주라고 한다"면서 "기말고사가 끝나고 몰아서 써버리는데, 초고는 학생에게 써오라고 한다"고 했다. 부산의 한 고교 진학부장은 "학생 한 명 한 명 따로 적어주기가 버거워 편의상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묶어 똑같은 문구를 적어준다"면서 "학생들이 사설 컨설팅 업체에서 받아온 문구를 써달라고 요구하면 반영하기도 한다"고 했다.

◇학교·교사 따라 큰 격차

세특은 학교·교사에 따라 내용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서울 재현고 이현우 교사는 "예를 들어 교사 중에는 학생의 장점을 잘 아는데도 글로 잘 표현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의 글솜씨에 따라 학생부 질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 학생의 개별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교사가 수업에서 있었던 특이 사항을 평소 수첩에 일일이 기록한다"(서울 한영고 박여진 진학부장)는 학교도 있지만 상당수 교사는 이렇게까지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학교·교사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세특의 특성을 감안하면 대입에서 세특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결국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학종 전형의 신뢰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학종 전형의 취지는 학생의 다양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라며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여러 항목을 다 줄이고 세특 등 일부 항목만 남겨놓으면 대학으로선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부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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