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10] 네덜란드가 빙상 强國 된 비결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18. 2. 1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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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앉은 메마른 나무와 회색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은 희뿌연 하늘에서 차디찬 냉기가 느껴진다. 한 남자가 나뭇짐을 짊어지고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런데 왜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지 모르겠다. 운하가 꽁꽁 얼었으니 그냥 가로질러도 될 텐데 말이다. 얼음이 얼마나 두꺼운지 튼실한 백마도 짐을 가득 실은 썰매를 끌고 얼음 위로 지나다닐 정도다.

이삭 판 오스타더, 겨울 풍경, 약 1645년, 나무판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네덜란드 하를럼에서 활동했던 이삭 판 오스타더(Isaac van Ostade·1621 ~1649)는 이렇게 주로 겨울 풍경과 그 속에서 각자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그는 일반인들의 생활상을 다채롭게 묘사했던 풍속화가로 유명한 아드리안 판 오스타더의 동생으로, 열세 살 위의 형으로부터 그림을 배워 일찍 화가가 됐지만 불행히도 이십 대에 세상을 떴다. 학자들은 재능이 뛰어났던 이삭이 오래 살았더라면 천수(天壽)를 누린 형보다 훨씬 더 성공했을 거라고 한다.

다리 아래에선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신고 있다. 금속으로 칼날을 갈아 얼음을 가르며 나아가는 오늘날의 스케이트를 처음 만들어 낸 게 바로 네덜란드인들이다. 그들은 13세기경부터 스케이트를 탔다고 한다. 국토의 3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아 수로가 도로처럼 발달한 데다, 15세기부터 근 400년간은 소빙기(小氷期)라고 불릴 정도로 추위가 심해 기나긴 겨울이면 나라 전체가 스케이트장이 됐다.

이런 네덜란드인들에게 스케이트는 겨울이면 신발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 그들이 빙상 종목에 강한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평창 올림픽의 열기는 뜨겁고 날씨는 소빙기 못지않게 차다. 세월이 흐르면 대한민국도 빙상 강국(强國)인 데 이유가 있었더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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