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의 도쿄리포트]노인 '실내 동사' 증가..늙어가는 일본 '빈곤의 그늘'
[경향신문] 지난달 말 도쿄 이타바시(板橋)구에 있는 데이쿄(帝京)대 병원 응급센터에 의식을 잃은 80대 여성이 실려 왔다. 심부 체온이 26도까지 떨어진 쇼크 상태였다. 홀로 살면서 치매 증상도 있던 이 여성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온 이웃 주민이 발견했다. 병원 측은 “저체온증에 빠지는 고령자의 전형적인 사례다. 비슷한 증상의 사람이 매일 같이 실려온다”고 밝혔다.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실내 동사(凍死)’에 주목해야 한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고온·고열로 인한 열중증(熱中症)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00~2016년 동사자 수는 총 1만6000여명으로 열중증 사망자 수의 1.5배에 이른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거의 매년 1000명 이상이 희생되고 있다. 대부분이 고령자다. 저체온증은 추운 날씨에 심부 체온이 35도 이하가 되면서 전신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악화될 경우 얼어 죽기도 한다.
동사가 산악 조난 등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내에서 저체온증에 빠진 사례가 많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본 구급의학회의 4년 전 조사에선 전국 응급의료기관 등 시설 91곳에 저체온증으로 실려온 총 705명 중 실내 발병은 517명으로 전체의 70%를 넘었다. 평균 연령은 72.9세였고, 고혈압·당뇨병 등 병력이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이 중 사망자는 161명에 달했다. 특히 추위가 심한 일본 북부뿐만 아니라 효고(兵庫)현이나 구마모토(熊本)현 등 추위가 심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발병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실내 동사’ 사례가 많은 것에 대해선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노인 고립과 빈곤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야케 야스후미(三宅康史) 데이쿄대 교수(응급의학)는 “환자의 생활 실태로 판단해 보면 고령화와 함께 중증이 될 때까지 주변이 눈치채지 못하는 고립화나 충분한 영양을 취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확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통계 추이에서도 이런 경향을 읽어낼 수 있다. 저체온 동사자 수는 1980년대까지는 400명 안팎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급증했다. 고령자층 증가가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선 노인 고립과 빈곤 문제가 다양한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밤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한 노인 생활보호수급자 자립지원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독거노인들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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