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케아에서 배우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류현정 IT조선 취재본부장 2018. 2. 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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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케아에서 주방가구와 거실장, 각종 소품을 사고 반품하고 또 조립하며 고군분투했다. 이케아 시스템을 몸소 겪으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케아의 각종 아이디어를 접하게 됐다. 덕분에 기자는 이른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고민하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케아 광명점에 가보라고 자신있게 권한다. 70여년 전 스웨덴 크로노베리 주 인구 8900명의 촌구석 엘름훌트에서 출발한 이케아가 가구라는 ‘낡은’ 아이템을 전 세계 49개국 412개 매장에 싸게 파는 노하우를 찬찬히 뜯어보라고 말이다.

이케아는 2016년 회계연도에 376억달러(41조원)어치에 달하는 물건을 팔았다. 이케아 광명점은 지상 2층, 지하 3층으로 연면적 13만㎡으로 이케아 단일 매장 가운데 스웨덴 본점을 제외하고 가장 크다. 지하 3개층은 주차장, 지상 1층은 대형 창고, 지상 2층은 거실, 주방 등 테마별로 꾸며진 대형 쇼룸(전시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케아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철저한 제품 관리 노하우였다. 이케아가 만드는 각 제품에는 ‘빌리(책장 시리즈)’, ‘알렉스(서랍 시리즈)’, ‘보드윈(씽크대 시리즈)’ 등 정겨운 이름(별명)이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들의 진짜 이름은 305. 41. 203라는 숫자로 된 코드명이다. 각 쇼룸 주문대의 컴퓨터에서 숫자 코드명을 입력하면, 어떤 제품을 주문하든지 컴퓨터 화면에 해당 제품의 사진이 바로 뜨기 때문에 주문한 제품이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물류 창고에 해당 가구의 중요한 부품이 없으면, 주문 자체가 아예 입력되지 않았다.

이케아의 제품 데이터베이스는 가구명, 숫자 코드명, 사진과 용례의 정교한 집합으로 보인다. 덕분에 소비자가 제품 이름을 정확히 몰라도 된다. 이케아 웹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책장' ‘선반' ‘거실장' 같은 검색 단어만으로도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영어가 아닌 한글로 된 이케아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앱에서도 만족스러울 만큼 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제품 관리가 제대로 돼 있으면, 디지털로 확장하기도 손쉽다. 가령, 이케아 홈플래너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소비자도 주방 싱크대의 3차원 도면을 직접 그려볼 수 있다. 매장 키오스크에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시스템 옷장의 3차원 도면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물론 내가 만든 도면대로 주문도 가능하다. 최근 이케아는 증강현실 가구 배치 앱 ‘이케아 플레이스'도 출시했다. 내 집과 사무실, 학교, 스튜디오 등 실내 공간을 스마트폰으로 비추고 가상으로 이케아 가구를 배치해보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케아의 비용 분석 능력도 참고할 만하다. 이케아만큼 진짜 비용을 제대로 알고 경영하는 회사는 드물다. 광명에서 우리집(목동)까지의 가구 배달 비용은 4만9000원. 하나를 주문해도 여러 개를 주문해도 배송비는 같았다. 차량 한 대 운영 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부피의 책상용 상판을 추가로 구매해 차량 한 대 분량이 넘어서는 순간, 배송비는 약 2배로 뛰었다. 화물차 용량이 바뀐 것이다.

또 이케아 직원은 “결제 후, 배송 자체는 취소할 수 있지만, 배송료는 돌려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결제하는 순간 배송해야 할 물건이 중앙 배송센터로 이동돼 그 비용은 이미 지불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조립비는 별도였다. 이케아 측에 가구 조립을 맡기려면 배송도 맡겨야 했다. 조립 기사가 배송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케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소비자한테 이것저것 시킨다. 바코드가 잘 보이도록 카트에 물건도 담아야 한다. 그래야 계산원이 계산을 빨리 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담는 것도 소비자의 몫이고 심지어 계산대에서 소비자가 신용카드도 직접 꽂아야 한다. 잘 보이지도 않는 털끝만큼의 비용도 이 가구 공룡은 다 계산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수많은 제품을 만들지만, 자기가 만든 제품과 생산 비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관리하고 있을까.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철저한 제품 관리와 비용 분석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케아에서 배웠다. 기초공사가 부실한 빌딩이 오래 버티고 서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제품 관리가 허술하고 비용 분석이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의 디지털화는 디지털을 위한 디지털, 한마디로 ‘쇼’에 불과하다.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는 기업이 이케아 광명점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요란한 디지털 화장술이 아니라 디지털화를 위한 기초 공사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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