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화환'과 '신화환'이 벌이는 '꽃들의 전쟁'..그 승자는?
[경향신문] “100% 생화로 만든 ‘신화환’을 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인조꽃이나 재사용 꽃이 섞인 ‘3단 화환’을 보내시겠습니까”
‘신화환’이 ‘3단 화환’에 거센 도전장을 냈다. ‘꽃 문화’, 다시 말하면 꽃의 소비 패턴을 바꿔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각종 경조사에 3단짜리 화환을 보내왔다. 이 화환이 얼마나 많이 장식되느냐가 경조사를 치르는 집안의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았다. 화환을 보내준 사람을 알리는 ‘과시용’ 리본을 중시하는 문화도 뿌리가 깊다.
하지만, 3단 화환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생화보다는 인조꽃(造花)이 더 많아 ‘꽃’을 통해 보낸 사람의 마음을 표시한다는 원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에서 사용되는 3단 화환의 50~70%는 인조꽃으로 구성돼 있다.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기존 화환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가 화환의 상당수는 기존 화환을 재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런 재활용 3단 화환에는 ‘보내는 이의 정성’이 담기기 어렵다. 경조사 행사가 끝나면 이런 화환은 재사용을 염두에 둔 업자들에 의해 수집·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더 이상 꽃을 접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화훼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꽃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신화환’을 내놨다. ‘신화환’이라는 이름에는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개념의 화환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신화환의 가장 큰 특징은 100% 생화(生花)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인조꽃이나 재활용 꽃은 단 한 송이도 사용하지 않는다. 신선한 생화로 만들어진 신화환은 경조사에서는 물론 가족끼리, 친구끼리 선물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도록 디자인됐다. 집으로 가져가서 꽃꽂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신화환은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기 때문에 꽃문화를 생활 속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꽃을 재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화훼재배 농민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신화환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신화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화훼장식 전문가들이 출품한 신화환이 대거 선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 이루어진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개정에 맞춰 5만~10만원대의 다양한 신화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신화환 모델은 안내책자 등에 담아 화환을 제작하는 화원은 물론 정부·지자체·공공기관·민간기업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관·기업 등에서 직원들의 경조사나 각종 기념행사 등에 신화환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예식장·장례식장 중 희망하는 곳에는 신화환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신화환대’와 꽃의 재사용을 막기 위한 파쇄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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