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그믐달' 부르던 소녀 박소은, 어느새 스물한살 일기를

2018. 1. 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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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관명 기자] 지난 2015년 9월10일 방송된 ‘슈스케7’. 한 여고생이 자작곡 ‘그믐달’을 불러 녹화장을 숙연케 만들었다. 잔잔한 기타 반주에 올라탄 ‘그믐달이 백번째 뜨는 날 왜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 걸까요 사실 알고 있었죠 그날의 약속은 다 거짓말인 것을’이라는 가사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 윤종신 심사위원은 “이런 곡이 좋은 것 같다. 감정이입이 돼 있으니까. 곡도 잘쓰고 목소리도 좋다”, 에일리 심사위원은 “발성이 너무 좋고 고음도 청아하고 맑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여학생은 결국 슈퍼위크까지 진출했다.

올해 어느덧 21세가 된 박소은이 EP ‘일기’를 냈다. ‘사랑받고 싶어라’ ‘일기’(타이틀곡) ‘너의 향기만 없네’ ‘부러운 사람’ 등 신곡 4곡과 ‘뭐라고 말을 꺼낼까’ ‘눈을 가려줘’ 등 이미 싱글로 낸 2곡, 총 6곡을 담았다. 음원은 지난 4일 나왔고, CD는 바로 오늘(25일) 발매됐다. 앞서 대학생(서울예대 실용음악과)이 된 지난 2016년에는 제27회 유재하노래경연대회에 나가 장려상(‘취해서 그래’)을 받았다. 박소은을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 반갑다. ‘슈스케7’ 출연 후 어떻게 지냈나. 케빈오가 우승, 천단비가 2위를 했던 당시 ‘슈스케7’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그냥 계속해서 EP 작업하고, 라이브 클럽 공연하면서 그냥 그렇게 지냈다. 맥주집에서 알바도 하고. 사실 슈퍼위크에 올라갔다가 떨어졌을 때는 아무 생각없었다. 새벽 6시 집에 가는 길이 엄청 졸렸을 뿐이다.”

= 유재하노래경연대회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 

“어릴 때부터 유재하노래경연대회에 나온 노래를 매년 들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스무살 대학생이 되자마자 지원해 나가게 된 것이다. 당시 제일 어린 나이였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 아무래도 ‘그믐달’ 얘기부터 물어봐야할 것 같다. 이런 곡을 어떻게 만들게 됐나.

“고3 때 다큐멘터리를 봤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부모가 자기를 버린 사실을 모르더라. ‘몇밤 자고나면 부모님이 올 것’이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서, 제 자전적 얘기랑 섞어서 노래를 썼다.”

#.‘그믐달’은 결국 박소은의 데뷔음반(2017년 2월27일)으로 발매됐다. 박소은은 이어 2017년 6월9일 ‘뭐라고 말을 꺼낼까’와 ‘눈을 가려줘’ 2곡이 담긴 두번째 싱글을 냈다. 

= 이번 ‘EP’는 박소은에게 어떤 의미인가. 

“열아홉에서 스물한살까지의 기록이다. 열아홉살 때는 제 곡이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누가 나 좀 봐줬으면 하는 그런 욕구. 하지만 스무살부터는 그런 것보다는 내 음악 자체가 더 중요해졌다.”

= 신곡을 함께 들어보자. 자세한 코멘터리를 부탁드린다. 아, 우선 음반 재킷을 보니 맥주와 기타, 강아지가 보인다. 박소은을 알 수 있는 키워드 같다.

“친구가 찍은 사진인데, 그날 진짜로 술을 다 마셨다. 주량은 소주로 3~5병이다(웃음). 기타는 현재 쓰고 있는 마틴의 ‘GPCPA5K’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산 3번째 기타로 햇수로 4년째 쓰고 있다. 손기타 중에서는 마틴과 테일러가 유명한데, 테일러는 가볍고 칼칼하고 마틴은 무겁다. 마틴이 제 음악성향과 맞는다. 강아지는 이제 만 한 살이 된 포메라니안이다. 제가 두부를 좋아해 강아지 이름도 두부라고 지었다(웃음).” 

= 첫 곡은 ‘사랑받고 싶어라’다. 자조, 자책 하지만 결국 보듬을 수밖에 없는 자기애가 느껴진다. 

#. ‘사랑받고 싶어라’ 가사(부분) = 사랑 받고 싶어라 박수갈채 속에 잠들고 날 보며 눈물짓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네 하지만 불가능해 거울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누가 널 원하겠니 오늘도 나 자신을 난도질하네 너도 네가 부끄럽지 사랑은 무슨 헛소리야 아무도 널 기억 못해

“고3 때 쓴 곡이다. 10월쯤 처음으로 예고(한림연예예술고) 친구들과 기획공연을 했다. 나는 낯도 많이 가리는데, 친구들은 활발하고 반짝반짝 빛나더라. 음악도 화려하고. ‘나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싶었다. 질투도 나고. 그들에 맞춰보려 했지만 잘 안돼서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런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서 가사를 쓴 것이다. 편곡은 밴드 하는 김호현이라는 친구가 해줬다. 지금 들리는 (김호현의) 일렉 기타가 내가 다 표현하지 못한 걸 다 해줬다.”

= 타이틀곡 ‘일기’는 외로움의 끝장이 느껴진다. 

#. ‘일기’ 가사(부분) = 나는 우울한 그저 그런 사람 신경질적이고 그저 이상한 사람 날 혼자 두지마 아니 혼자 있는 게 좋아 아니 나를 두고 가지마 제발 나를 혼자 두지마

“내용 그대로 어느날 일기를 쓰다가 만든 곡이다. 제가 쓴 곡 중에서 가장 솔직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쓴 곡이니까. 이런 말이 있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기 싫다’는. 이런 이중성이 누구한테나 있다. 뒷부분 가사(위에 발췌한 내용)를 쓰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스무살 5월의 일이다.”

= 개인적으로는 ‘너의 향기만 없네’와 ‘부러운 사람’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너의 향기만 없네’는 같이 했던 사람과의 디테일한 기록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 ‘너의 향기만 없네’ 가사(부분) = 오늘은 옷장 깊숙이 숨겨져 있던 너의 옷을 그만 찾아 버렸어 가만히 들고서 한참 서있다 결국 너의 옷에 고갤 파묻었어 짙었던 너의 향기가 너의 향기가 이젠 없네

“사실 이 곡은 친한 친구의 사연이 담겼다. 친구 아버지의 1주기날, 그 친구가 그러더라. 아빠 얼굴과 목소리가 기억이 안난다고. 그런데 아빠 옷에 얼굴을 묻으면 모든 기억이 난다고.”

= 찡하다. 결국 ‘너의 향기가 이젠 없네’라는 구절은 실제 향기는 느낄 수 있지만 당사자의 부재를 강조해 표현한 셈이다.   

“맞다.”

= ‘부러운 사람’ 역시 디테일한 묘사에서 비롯되는 공감이 아주 큰 곡이다. 

#. ‘부러운 사람’ 가사(부분) = 너의 손을 맞잡고 걸을 사람 / 너의 어릴 적 얘길 들을 사람 / 너의 가족과 밥을 먹을 사람 / 너와 함께 미래를 얘기할 사람 / 너의 눈물 가까이서 볼 사람 / 네 세계의 중심이 되어줄 사람 / 나는 절대 될 수 없는 그런 사람 / 너와 눈을 맞추고 웃을 사람 / 너의 동네가 익숙해질 사람 / 너와 밤을 새워가며 싸울 사람 / 너와 부둥켜 안고 잠들 사람 가질 수 없는 건 포기해야만 해 가질 수 없는 건 놓아 버려야 해 그러니까 난 널 포기해야만 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누군가가 부러워 쓴 곡이다. 연인들이라면 당연한 일들이 어떤 사람한테는 평생 가질 수 없는 일들일 수 있다.”

= 올해 계획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곡을 쓰고 싶은가. 

“당장 오는 30일에는 오후8시에 미화당에서 공연이 있다. 그리고 현재 휴학중인데 올해 2학년으로 복학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제 우울함이나 찌질함, 누구나 가지고 있는 외로움, 이런 것들을 솔직하게 담은 노래를 계속해서 쓸 것이다. 이런 곡들을 많이 쓰니까 외로움이나 우울함도 없어지는 것 같다. 더 많이들 공감도 해주시고.”

= 계속 성원하겠다. 좋은 곡 계속해서 만들고 노래해달라.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미러볼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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