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알비노의 친구'로 통했던 한국인 여성 말라리아로 숨져

윤희훈 기자 2018. 1.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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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희생해온 아름다운 한국 여성이 있었다. 10여년간 탄자니아에서 ‘고아와 알비노의 친구’로 봉사해온 월드쉐어 탄자니아 지부장 김나라씨다. 그녀는 탄자니아와 한국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이역만리 탄자니아에서 ‘고아와 알비노의 친구’로 헌신했던 고(故) 김나라 월드쉐어 탄자니아 지부장

그런 김씨가 지난 13일(현지시각) 급성 말라리아 감염으로 투병하던 끝에 다르에스살람 SALI국제병원에서 눈을 감았다는 소식이 최근 날아들었다. 향년 31세.

대학생 시절인 2010년 코이카 새마을 운동 봉사단으로 탄자니아를 찾은 김나라씨는 그 곳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맑은 눈을 잊지 못했다. 그녀는 대학졸업 후 지역개발사업 NGO 단체인 월드쉐어에 몸을 담았고 탄자니아 지부장 자격으로 다시 탄자니아를 찾았다.

김씨는 특히 ‘알비노’에 관심을 쏟았다. 알비노란 백색증을 앓는 환자로, 흔히 ‘하얀 흑인’이라고 불린다. 백색증은 멜라닌 합성 결핍으로 눈이나 피부, 털이 하얗게 되는 선천성 유전 질환이다. 인종에 상관없이 통상 2만명당 1명 꼴로 백색증 환자가 나타나는데 탄자니아에서는 이 비율이 1400명당 1명으로 매우 높다. 이들은 햇빛에 취약하기 때문에 실외에서 긴 옷과 모자, 자외선 차단제 등이 필수다. 또 시력이 극도로 나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탄자니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에선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정 지역에선 ‘알비노의 신체가 부를 가져다 준다’는 잘못된 미신 때문에 신체 절단 등의 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탄자니아 현지 언론에 실린 김나라 지부장의 부고 소식. /현지 제공

김씨는 탄자니아 알비노 협회와 함께 알비노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자외선 차단제와 선글라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펼쳤다. 신체가 훼손된 알비노에게 의수족을 제작해 주기도 했다.

“알비노 어린이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보통 어린이들과 어울려서 살았으면 한다”는 게 김씨의 작은 소망이었다.

‘그룹홈 하우스’와 ‘미혼모센터’ 등 사회 소외계층인 고아과 미혼모들을 위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방 정부의 요청으로 쓰레기 매립장 활용 프로젝트를 비롯해 저수지 및 우물 개발 등의 활동을 펼쳤다. 그녀는 거주지에서 250km 떨어진 탕가, 한데니 지역을 찾아 솔라 램프와 교과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고(故) 김나라 월드쉐어 탄자니아 지부장이 알비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지 제공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던 김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탄자니아 거주 한인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안우림 미래아 대표(탄자니아 거주 한인)는 “작년 연말에도 부모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고아들을 생각해 직접 음식을 싸들고 400km를 운전해 고아원을 찾았을만큼 사랑이 넘쳤던 사람”이라며 고인을 기억했다.

송금영 주탄자니아 대사는 “고인은 어려운 탄자니아 벽지 마을을 방문해 알비노 등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헌신했다”며 “탄자니아에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추도했다.

19일 오전 9시 서울 오류동 월드쉐어 사무실에선 김씨의 장례 예배가 진행됐다.

이곳을 찾은 마틸다 마수카(Matilda S, Masuka) 주한 탄자지아 대사는 “생전에 만났던 고인은 말하는 내내 아름다운 미소와 확신을 가지고 2018년에 펼칠 많은 계획들을 이야기했다”며 “김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고(故) 김나라 월드쉐어 탄자니아 지부장. /현지 제공

마수카 대사는 이어 “탄자니아와 한국 간의 민간 교류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를 잃었다”며 “그녀는 이기심없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빛나는 별로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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