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난타'에도 맷집 키우는 강남.. 정부, 남은 카드는?

박수진 기자 2018. 1. 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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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향후대책과 실효성 점검

① 시행 예고된 분양가상한제

시세차익 ‘로또 청약’ 우려

② 수도권 공공택지 추가 공급

부지확보·시간 문제 걸림돌

③ 파급력 큰 종부세 인상방안

강력한 ‘조세저항 트라우마’

“강남 등 서울 일부에 투기수요가 가세해 재건축·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열 징후가 있다. 무기한 최고 강도의 현장 단속을 하겠다.” (11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지적인 시장 과열이 그 지역에 그치지 않고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과열을 부른다면 정부로서 취해야 할 정책을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9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정부가 출범 8개월 만에 ‘강남 집값 잡기’ 전면전을 선포했으나 집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세제·금융·청약 등 가용할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강도 규제를 발표했지만,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국토부가 내놓은 집값 관련 대책만 7개월간 6개나 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정부의 주머니 속 남은 카드와 그 규제 수위다. 문 대통령은 “8·2 대책 후에도 집값이 오를 경우에 대비해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남은 카드 실효성을 점검해 본다.

◇주머니 속 카드 실효성은 = 일단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인정한 방안은 크게 3가지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시행, 서울 등 수도권 공공택지 추가 공급, 그리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이다. 정부는 재건축 연한 상향(현행 30년→40년)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 시 땅값과 건축비를 고려해 분양가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제한을 두는 제도다. 이미 8·2 대책을 통해 시행을 예고했고, 시기 확정만 남았다.

박선호 국토부 실장도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위적으로 분양 가격을 눌러 분양하더라도 입주 후엔 주변 시세를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렴하게 분양받은 사람만 시세차익을 누리게 되는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고, 이를 노린 ‘로또 청약’이 급증할 우려도 있다.

서울 등 수도권 내 공공택지 공급도 집값 안정 대책 중 하나다.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신혼희망타운’ 신규 지구 40곳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혼희망타운은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로드맵을 통해 1차로 경기 성남시 금토지구, 구리시 갈매지구, 남양주시 진접2지구 등 9개 지구가 발표됐다. 올해 내에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에 나머지 31개 공공택지를 추가 지정·공개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공급 확대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는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내 역세권 등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은 지역에 대규모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구지정, 보상, 기반시설공사, 용지분양 등을 거쳐 실제 입주하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마지막으로 보유세(종부세와 재산세) 인상은 파급력이 가장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이번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노무현 정부는 주택 종부세 가격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낮추고, 개인별이 아닌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과세 방식을 바꾸는 8·31 대책을 내놨다 강한 조세 저항에 부딪히며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 주택의 경우 6억 원 초과(개인별) 주택을 갖고 있으면 종부세 부과 대상으로 세율은 0.5~2%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보유세 인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세율 직접 인상 외에 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 수준을 높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100%로 높이는 간접적인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11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연구원이 개최한 ‘지대개혁 토론회’에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관련 세제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실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공시지가, 여기에 공정시가비율까지 추가됨에 따른 과표 축소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도 연초 기자들과 만나 “보유세와 거래세의 형평,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 형평, 부동산 가격 문제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소폭 인상으로는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수 있고, 너무 셀 경우 지방까지 전체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우려도 있다.

◇정부, 추가대책 고민 깊어 =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 모두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고 쉽게 결정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재건축 투기심리를 줄이기 위해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도입 후 매매가가 오히려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고 해당 부지에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재건축 시 일정 비율 임대주택을 의무화한 기부채납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되 일정 물량 임대를 의무화하거나 용산공원을 대규모로 공원화하기보다 일부 지역엔 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틈새 아이디어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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