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빠져드는 중후함..노출콘크리트의 마력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 2018. 1. 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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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을 때 쓰는 건축 재료는 눈에 보이는 것만 50가지가 넘습니다. 건축주가 재료 특성과 시공법을 모두 꿰기는 힘들지만 기초 지식만 알고 있어도 마음고생할 확률은 줄어듭니다. 땅집고는 3년 연속 건축명장에 뽑힌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와 함께 건축 재료 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주의 사항을 살펴봅니다.

[김양길의 재료를 말한다] ③ 뼈대인 동시에 마감재인 노출콘크리트

노출 콘크리트(exposed mass concrete)는 콘크리트 자체가 구조체인 동시에 고유의 물성, 색상, 질감을 갖고 있다. 콘크리트 거푸집을 제거하면 그 자체로 조형미를 갖는 외부 마감재가 된다. 시멘트와 골재, 물, 혼화제를 섞어 철근과 결합시키면 구조체가 된다.

콘크리트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신석기시대로 알려져 있다. 신석기 유적지에는 석회와 석고, 진흙, 화산재 등를 섞은 기경성(氣硬性) 시멘트를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포틀랜드 시멘트가 개발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재료로 쓰였다.

최초의 현대적인 콘크리트 건축물로 꼽히는 프랑스 롱샹성당은 브루탈리즘(Brutalism) 선구자인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의 대표작이다. 일본 건축가 안도다다오(安藤忠雄)는 콘크리트 대중화에 기여했다. 그는 빛·물 등 자연 요소를 활용해 콘크리트 본연의 질감을 가장 잘 살린다고 평가받는다.

1954년 르 코르뷔지에가 프랑스 베르포르에 지은 롱샹성당. /픽사베이
각재와 합판이 혼용된 출판사 사옥.
후보정 작업을 거쳐서 완성된 업무시설. /사진= 윤준환 작가
유로폼 자체로 거칠게 마감된 보이드 부분. /사진 윤준환 작가

■문양과 질감, 색상

콘크리트 타설에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유로폼이라고 부르는 폼패널(form panel)을 벽체로 하고 천장에는 합판 거푸집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동성이 큰 콘크리트를 고정시키는데 적합하다. 문양과 질감은 콘크리트에 어떤 재료를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붙이는 재료는 ①송판이나 각재(합판이나 목재를 쪽패널로 나눈 형태) ②코팅합판(표면이 매끈하게 처리되거나 OSB보드처럼 거칠게 처리된 제작합판) 등이 주로 사용된다. 거푸집을 제거하면 마감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①정이나 끌로 쪼아내거나, ②고압의 물을 이용해 골재를 씻어 내리거나, ③표면의 타이(Tie:거푸집간 벌어짐과 간격을 유지하기 위한 철물) 자국을 메우거나 없애기 위해 일부면을 보수용 몰탈로 발라내는 후작업을 하기도 한다.

거푸집 설치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표면에 비닐을 덧씌운 Pet합판, 송판쪽패널, 코팅합판, 목재소편을 붙여서 압연한 Osb합판.

[색상] 색상을 만드는 방식은 믹서에 ①안료를 섞거나 ②컬러스테인 등을 보정하는 작업(착색)이 있다. ①처럼 골재나 시멘트 고유의 색을 바꾸려면 가격상승 요인이 발생한다. 구조재로서 콘크리트 강도를 유지하려면 첨가재를 추가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공사기간을 줄이고 공사비를 아낄 수 있다. 품질관리도 수월하다. 건축물의 일부 구간을 만들어 조립하듯 완성한다. 타일, 벽돌, 패널 형태로 만들어 마감재로 사용한다. 가구, 소품, 조명에도 활용된다.

거푸집 탈형(제거) 후 표면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유로폼, 금속제작문양, 고압세척, Osb합판문양.
컬러스테인 샘플 시공 모습. 백색에서 검정색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시공할 때 유의사항

[타설 계획] 타설 계획이 세밀해야 매끈하고 품질 좋은 큰크리트가 나온다.

- 거푸집 확인 : 거푸집이 완성 되면 이음새가 벌어진 곳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간격이 벌어지면 시멘트 페이스트(Cement paste)가 빠져 골재만 남게 된다. 색상과 면도 일정하지 않게 된다. 거푸집을 묶어주는 타이(Tie)가 제대로 결속돼야 일정하게 간격이 유지되고 배부름 현상을 막을 수 있다.

- 타설시간 : 레미콘 공장에서 현장까지 걸리는 시간, 날씨를 고려하지 않으면 콜드조인트(cold joint)가 생긴다. 콜드조인트는 타설된 콘크리트가 굳기 시작한 이후 다음 층을 타설하면 생기는 불연속적인 접합면이다.

- 다짐 : 다짐은 거푸집 면에 골고루 채우는 것을 말한다. 전동 다짐기로 직접 진동을 줘 고루 퍼지게 하거나 고무망치로 거푸집 표면을 두드려 면에 잘 부착되게 한다. 콘크리트는 여러 재료의 혼합물이어서 다짐이 부족하면 거푸집 전체로 밀착되지 않거나 재료끼리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 양생(養生) : 일반적으로 양생온도는 섭씨 15~25도가 적정하다. 타설 후 3일 동안 관리가 중요하다. 겨울에는 보온을 유지해 동해(凍害)를 막고 여름에는 물을 뿌리면 급속한 양생 때문에 발생하는 균열을 막을 수 있다.

콜드 조인트가 생겨 보수작업을 하는 모습.

[단열, 방수, 사후관리] 노출콘크리트는 마감재 역할도 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방수 계획을 세워야 한다.

- 단열(스프레이방식) : 일반적으로 내/외단열로 구분하며 내외부를 함께 시공하면 좋다. 하지만 외단열이 불가능한 노출콘크리트에는 뿌리면 부풀어 오르는 폴리우레탄 계열의 발포 단열재를 추천한다. 이 방식은 이음새가 없으므로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다.

- 층간 방수(지수재 사용) : 각층의 슬래브(slab)와 벽체(wall)가 만나는 지점에는 외부에서 물이 침투하지 않도록 제작된 지수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지수재의 종류는 지하처럼 외부 습기에 노출된 장소에 쓰는 것과 지상층의 건조한 곳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크게 나뉜다.

- 창호 방수(방수턱 만들기) : 창호와 만나게 되는 지점의 디테일(Detail:마감상세)을 고려해야 한다. 옥상과 베란다는 건축물에서 누수가 가장 취약한 곳이다. 외부에 노출된 구조와 창호가 만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창호는 설치한 이후에는 방수처리가 힘들다. 따라서 창호 위치의 배수와 플러싱 등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

- 발수(撥水) : 오랜기간 건축물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구조와 마감이 동일한 노출 콘크리트는 발수도 중요하다. 성능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면 3년, 재작업하면 연한이 5년 정도 된다.

우레탄계열의 뿜칠 전(왼쪽)과 후(오른쪽). 판재로 붙이는 방식에 비해 기밀하다.
콘크리트 타설.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 진동 다짐을 하고 있다.
지수재 설치. 물이 닿으면 팽창하는 고무지수재와 층간 조인트의 공극을 막아 주는 P.V.C지수판이 있다.
창호의 설치는 방수와 단열에 가장 밀접하게 작용하므로 위치가 중요하다. 노출콘크리트 작업할 때는 미리 각재를 넣었다가 탈형해 설치하기도 한다.

■가격과 구입량 계산

현재 서울,경기 지역의 25-240-150(골재치수-호칭강도-슬럼프) 기준단가는 입방미터(㎥)당 8만3000원 정도이다. 지역, 거리, 구입물량에 따라 달라진다. 콘크리트는 구조체이면서 마감재여서 문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송판, 합판과 후작업을 위한 비용이 면적으로 산출된다. 마감면적(㎡)당으로 계산하면 송판·합판 등 재료비가 1만5000~3만원, 시공비가 2만원, 후작업과 발수처리비가 2만원 정도 든다. 재료와 난이도에 따라 ㎡당 5만5000~7만원 정도 한다. 가격대는 기타 외장 마감재 중간 정도다.

■마감재로서 콘크리트의 가능성

콘크리트는 마감재로 사용될 때 다양함, 중후함, 단단한, 견고함, 거친, 매끈함, 듬직함, 편안함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모양을 보면서 붙이는 여느 마감재와 다르다. 노력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과정은 힘들지만 조형적인 측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감재다. 발상의 제약을 덜 받으면서 건축물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법 가운데 하나이다.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

김양길은 ㈜제이아키브의 대표이며, 한국건축가연합에서 주관하는 건축명장을 세 차례 받았다. 건축가들과 협업해 경기 판교신도시에 30여 채를 비롯해 중소규모 주택 70여채를 지었다. 완성도가 높은 주택 상당수가 언론에 소개됐다. 건축재료 시공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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