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승계 아닌 전문경영인에"..아름다운 퇴진 풀무원 '남승우'

강신우 2018. 1. 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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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자식 아닌 '전문경영인'의 손에
풀무원 '채소가게'서 '글로벌기업'으로
신임 총괄 CEO에 이효율..33년간 근무한 1호 사원
남승우 풀무원 전 총괄 CEO.(사진=풀무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글로벌기업 CEO들은 대부분 65세에 은퇴한다.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바른 먹거리’를 표방하며 33년간 풀무원을 이끈 남승우(66)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가족(1남2녀)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승계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1일 풀무원은 오너경영의 마침표를 찍고 이효율 대표가 후임 총괄 CEO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신임 대표는 1983년 1호 사원으로 풀무원에 입사해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풀무원 기업성장사의 산증인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주역’

남 전 대표는 1952년 5월13일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식품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대건설에서 근무, 경복고 동창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권유로 풀무원효소식품에 투자했다. 풀무원효소식품은 원 의원의 아버지 원경선 원장이 운영하던 풀무원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팔던 회사다.

남 전 대표는 1984년부터 풀무원 경영을 도맡아 채소가게 수준이던 풀무원을 2016년 매출 2조307억 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유기농식품그룹으로 키웠다.

남 전 대표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오너였다. 식품공학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불혹의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열의를 보였다. ‘소비자중심경영’에도 힘썼다. 그는 지난해 12월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주최로 열린 ‘2017년 하반기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서 수여식 및 10주년 기념식’에서 10년 연속 소비자중심경영 인증기업 공로패를 받았다.

남 전 대표는 풀무원을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2016년 3월23일 풀무원은 미국 1위 두부기업 ‘비타소이’의 두부사업을 5000만 달러에 인수, 미국 진출 25년 만에 현지 두부시장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였다. 또 2014년 일본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 ‘아사히코’로 사명을 바꾸고 일본시장을 공략했으며 중국에선 2010년 상하이포미다식품유한공사, 베이징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를 설립,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하는 등 해외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다.

오너 경영을 물려준 남승우(오른쪽) 풀무원 전 총괄 CEO와 이효율(가운데) 신임 총괄 CEO가 작년 3월에 열린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담하고 있다.(사진=풀무원)
◇“자식 아닌 전문경영인에 경영 승계”

남 전 대표는 1984년 직원 10여명으로 시작한 풀무원을 직원 1만여 명에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바른먹거리와 로하스생활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창사 이래 줄곧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온 그는 작년 3월 열린 주주총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 65세가 되는 2017년을 끝으로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계획에 따라 이효율 풀무원식품 대표가 작년 2월 풀무원의 각자 대표로 선임됐고 경영권 승계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 인수인계를 받아왔다. 경영권을 내려놓은 남 전 대표는 풀무원 이사회 의장을 맡아 필요한 경우 경영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지식과 경영노하우를 가진 경영인이 자율적으로 기업 경영을 하고 성과와 실적에 책임을 지는 선진경영시스템이지만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승계한 경우는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례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남 전 대표가 스스로 만 65세를 정년으로 정해 예고된 은퇴를 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아름다운 은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남 전 대표는 은퇴 후 보유한 풀무원 주식 38만주(약 653억 원)를 풀무원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는 풀무원 전체 주식의 10%에 이른다.

이효율 풀무원 신임 총괄CEO.
◇이효율, 1호사원 총괄 CEO 되다

이효율 신임 대표는 1981년 압구정동에서 ‘풀무원 무공해농산물 직판장’으로 시작한 풀무원이 법인 설립을 하기 바로 전해인 1983년에 사원 1호로 입사해 34년 만에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풀무원 기업성장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풀무원 입사 후 △마케팅 팀장 △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풀무원식품 마케팅본부장 △풀무원식품 COO(최고운영책임자) △푸드머스 대표이사 △풀무원식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풀무원 초창기인 1980년대 중후반 국내 최초의 풀무원 포장 두부와 포장 콩나물을 전국 백화점과 슈퍼마켓에 입점시키며 ‘풀무원 브랜드’를 전국에 알려 풀무원이 식품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성장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신년인사를 통해 “풀무원은 지난 33년간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바른먹거리와 로하스생활기업으로 성장해 온 저력이 있다”며 “새로운 미래를 맞아 로하스미션과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회사의 비전인 ‘글로벌 DP5(Defining Pulmuone 5조원)’를 달성하기 위해 힘찬 도전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이어 “새해에는 국내 사업의 역량과 저력을 해외사업에 성공적으로 접목해 한국식품산업의 위상을 빛내고 글로벌 히든 챔피언, 글로벌 로하스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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