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1000여 명의 출연자와, 이야기에 공감해준 시청자 덕분이죠"..300회 맞이한 '현장르포 특종세상'

이승연 2017. 12. 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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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현장르포 특종세상>(이하 <특종세상>)이 300회 방송을 맞이했다. 지난 2012년 3월 9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6년의 방송기간 동안 1000여 명의 출연자의 희로애락을 전해온 <특종세상>.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로그램을 빛내기 위해 힘써온 수많은 이들이 있다. 300회 방송 동안 현장에서 ‘뜨거운 심장’을 달고 출연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추위와 더위 속에서 무한정 기다려야 했던 수많은 피디와 작가들. 이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통해 <특종세상>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300회를 빛낸 사람들 1문1답

Interview <현장르포 특종세상> 제작진을 만나다

▶300회를 맞이한 소감이 궁금하다.

▷“첫 회 방송을 준비하며 고민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만 5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프고 힘든 상황을 숨기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1000여 명의 출연자와 그들의 이야기에 같이 울고 웃으며 공감해준 시청자 여러분 덕분이다. 앞으로 500회, 1000회가 될 때까지 그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송승현 메인 작가)

▶프로그램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인가.

▷“아내를 잃은 아픔을 술로 달래며 주폭이 되었던 양 모 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를 설득해 치료의 길을 열었을 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진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실제 출연자가 제작진을 향해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순간도 기억난다. 선한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제작진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남자를 보면서 프로그램의 선한 영향력을 볼 수 있었다.” (길명국 PD)

▶촬영현장은 어떠한가.

▷“현장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상황을 왜곡 없이 담기 위해선 기다려야 한다. 한 번은 야생매가 사냥을 하는 순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 적이 있다. 더불어 차가운 현실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제작진의 뜨거운 심장은 필수다. 촬영 장소는 시시각각 변한다. 산과 바다, 눈이나 비가 올 때도 지체 없이 현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생존의 현장’이다. 더위와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면 계속하기 힘든 프로그램이 바로 <특종세상>이다.” (MBN 제작국 박효석 PD)

▶섭외에 어려움은 없나?

▷“섭외는 꼼수가 없다. 노력만이 정답이다. 인터넷 서치, 무가지 신문, 잡지, 동사무소 네트워크, 지인 등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들을 활용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발로 뛰어가 직접 만나고 또 만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섭외는 전쟁과도 같다. 제작진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어떤 출연자도 쉽게 출연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제작진의 열정 없이 섭외는 불가능하다.” (박효석 PD)

▶기억에 남는 섭외·촬영·출연자가 있나.

▷“미국에 두고 온 딸을 만나기 위해 차디찬 길을 떠돌던 ‘윤희 케이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딸과 재회를 성사시켰을 때 그 과정을 다 봤던 제작진 입장에서 더 뭉클했다.” (이동관 PD)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우리나라 최서단 황도의 유일한 주민 이 모 씨를 촬영했던 일화가 떠오른다. 그 당시 황도의 멋진 풍경을 찍기 위해 섬 곳곳을 헤매다 길을 잃은 적이 있다. 한 겨울의 무인도, 그것도 야생동물의 터전인 숲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 적이 있다. 다행히 제작진이 돌아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이 씨가 제작진을 찾으러 나온 덕에 베이스캠프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장민석 PD)

“아들을 잃은 상처로 자신의 집을 도깨비 집으로 만들던 할아버지가 있다. <특종세상> 1회부터 출연을 부탁드려 5년 만에 촬영을 허락 받은 사례였다. 5년 만에 마음의 문을 연 할아버지가 제작진에게 ‘죽은 아들 같다’며 눈물을 글썽이실 때 마음이 아팠다.” (이석 PD)

“서울의 노른자위 땅에 어엿한 집을 소유한 어르신의 ‘쓰레기 집’ 취재 때가 생각난다. 집 앞 도로까지 침범해 쓰레기를 모아두고 살던 어르신은 주변 이웃들의 민원이 들어오면 느닷없이 싸움부터 벌일 정도로 괴팍한 성격으로 소문난 어르신이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물론이고 이웃에게도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던 어르신의 눈빛이 돌변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뇌병변 장애를 앓는 아들을 위해 다정한 눈빛과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던 순간이었다. 아픈 아들을 위해 싸우듯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부드러운 마음이 드러나는 그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김진모 PD)

▶시청률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

▷“<특종세상>의 초반 기획의도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6년 전 첫 방송 이후 <특종세상>은 크고 작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의 상처로 일상의 행복을 잃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또, <특종세상>을 보다 쉽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화법을 계속 시도해왔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구성하여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그 결과 시청률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은 듯하다.” (박효석 PD)

▶2018년도 계획은 무엇인가.

MBN 제작국 박효석 PD(사진 MBN 김시형 PD)
▷“현재 제작진이 공들이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 그분들이 마음을 열고 제작진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더 밝고 건강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나서 매주 금요일 밤 방송되는 <특종세상>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 (박효석 PD)

300회를 빛낸 순간들 시청률 Top5

1위 ‘기막힌 장풍도사’ 편 5.589% (2017년 6월 2일 방송)

영화에서만 보던 무림고수가 현실에 나타났다? 지난 6월, 영상 속에 한 남자가 손바닥을 펼치자 사람들이 뒤로 넘어가는 모습이 포착돼 제작진이 추적에 나섰다. 장풍을 쏘는 남자가 춘천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제작진은 한 공원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제작진에게 직접 장풍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선뜻 나선 주인공. 직접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협조를 구한 그는 다섯 명의 시민을 앞에 두고 두 손바닥을 활짝 펼쳐 무언가 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하나같이 무언가를 느꼈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가 수련과 생활을 하는 공간도 공개됐다. 그곳에서 그는 갑자기 상추에게 좋은 기를 나눠준다며 화분의 상추를 향해 무언가 쏘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태권도부터 합기도, 중국무술 등 총 44단에 이른다는 남자는 평생을 기공 수련에 몰두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 한 시도 쉬지 않고 기공 수련에만 빠져 사는 그의 이야기가 시청자들과 소통에 성공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위 ‘24시간 길에서 사는 남자’ 편 5.108% (2017년 7월 7일 방송)

8차로 옆 상가 일대를 5년 넘게 떠나지 않는 한 남자의 사연이 최고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길 위의 유명인사’로 불리곤 했다. 올해 62세인 그는 도로 옆, 사람들이 오가는 길 위에 소파를 놓고 24시간 노숙 중이었다. 대로변이 자신의 안방인 양 잠을 자고 내리는 비도 그대로 맞으며 거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악취를 풍기며 막무가내로 상가를 들락날락하고 술에 취해 막말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그의 행동 때문에 동네에선 안하무인 무법자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

과거 누구보다 성실한 회사원이었던 남자. 누구보다 자상하게 아내를 챙기던 한 남자의 기구한 사연이 전해져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3위 ‘경운기 집에 사는 남자’ 편 5.106% (2016년 3월 18일 방송)

지난 2016년 3월, 경기도 파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경운기를 집 삼아 사는 별난 주인공 윤 모 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경운기 1층은 각종 고물과 폐지로 가득하고 2층은 각종 살림살이는 물론 난방시설까지 갖춰져 있는 모습. 윤 씨의 단짝은 그와 함께 3년째 경운기 집에서 살고 있는 백구다. 백구와 함께 최고 속력 15km로 경운기를 몰며 매일 여행 같은 삶을 즐기는 윤 씨.

그는 한 때 목장을 운영했었다. 갑작스러운 우유 파동으로 인해 전 재산을 잃고 그에겐 유일하게 경운기만이 남아있는 상황. 그날 이후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와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속절없이 흘러가버렸다. 그 시절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모든 걸 내려놓고 경운기 집에 몸을 실은 주인공. 주인공의 꿈이 실린 경운기와 매일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윤 씨의 일상이 공개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4위 ‘빨간 보따리 할머니’ 편 5.081% (2017년 7월 14일 방송)

커다란 배낭에 빨간 보따리를 짊어지고 위태로운 걸음으로 차도를 걸어 다녔던 할머니. 무단횡단은 기본,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아무렇지 않게 걷는 모습이었는데. 그 당시 보다 못한 제작진이 할머니를 만류해봤지만 할머니는 제작진의 도움을 완강히 거부했었다. 게다가 인근의 한 공원으로 향한 할머니는 당시 34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땡볕 아래에 누워 잠을 청하기로 했다. 잘 때는 물론 화장실에 갈 때도 무거운 가방을 꼭 들고 가고, 누가 가방에 대해 묻기라도 하면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번듯한 집이 있고, 생활이 먹고 살만 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늘 어디든 빨간 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할머니의 사연이 최고 시청률 4위에 올랐다.

5위 ‘70마리 개들과 동거하는 여인’ 편 5.033% (2016년 1월 1일 방송)

재개발 공사로 폐허가 된 파주의 한 마을에 홀로 70여 마리의 개들을 키우는 할머니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낡은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개들로 들어차있고, 시도 때도 없이 개들끼리 싸움까지 벌어지는 상황. 수십 마리의 개들에게 집을 내어준 할머니는 개들이 사는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물이 가득 담긴 페트병과 신문지 바구니를 들고 하루 세 번, 장장 6시간 동안 두 집을 왕복하고 있었는데. 집에 와서 잠깐 남편의 식사만 챙기고 다시 개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던 할머니. 명문대 교육학과 출신의 엘리트였던 할머니는 약사 남편을 만나 한때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화려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삶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0마리의 개들과 20년째 동거 중인 할머니의 사연이 베스트 공감 5위에 올랐다.

[글 이승연 기자 자료제공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08호 (17.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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