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한국이 만든 쿠션팩트.. 전세계 여성들의 '메이크업 공식' 바꿨다

김은령 월간 럭셔리 편집장 2017. 12. 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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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의 일점호화]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에 대한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파우더 가루가 옆 사람한테 날린다'는 부분에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다들 쿠션팩트를 써서 가루 날릴 일이 적을 텐데….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에서 처음 선보인 '쿠션팩트'는 자외선 차단제와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역할을 한꺼번에 해주는 제품이다. 그 오랜 조상은 1930년대 미국의 맥스 팩터(Max Factor)사에서 만든 '팬 케이크(Pan Cake)'. 이후 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휴대용 피부 보정 제품을 선보였고 지금까지 '화장'의 기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쿠션팩트'가 등장하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액상 용액을 머금은 스펀지 타입이라 사용하기 좋고 피부에 착 달라붙어서 문제를 감쪽같이 가려준다. 이 제품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아이디어는 스탬프 잉크가 흐르지 않고 고르게 찍히는 주차증이었다고 한다. 베개나 매트리스에 사용하는 라텍스부터 목욕용, 설거지용 등 200가지 넘는 스펀지를 대상으로 3000번 넘는 테스트가 이어졌고 결국 발포 우레탄폼이 최적 재료임을 확인했다고. 여기에 가볍게 덧바를 수 있고 커버력이 좋으며 흐르지 않는 액상 성분을 담아 제품으로 선보였는데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를 포함한 자사 브랜드를 통해 쿠션팩트를 1억개 이상 팔았다. 다른 국내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랑콤과 바비 브라운, 입생로랑, 디올과 샤넬 등에서도 쿠션팩트를 만들고 있다.

바쁜 아침 화장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핸드백을 가볍게 만들어준 이 제품의 인기는 아시아 각국의 패션 기자 사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핸드백에서 화장품 파우치를 꺼내 살짝 보여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설화수, 더후, 헤라처럼 눈에 익숙한 한국의 쿠션팩트였다. 우리는 마감에 쫓겨 여유 없는 생활과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바쁘지만 멋지게 보이고 싶은 열망과 그 비결을 공유했다.

이 제품이 아니었다면 잡티를 가릴 파운데이션 병에 피부색 보정을 위한 파우더 통에,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블록 튜브를 몽땅 들고 다녀야 했을 것 아니냐는 농담이 한국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과 방탄소년단에 대한 사랑과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졌다. 함께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곳이 점잖은 행사장이었으니 망정이지 레스토랑이나 술집이었다면 골든벨 울리는 기분으로 "제가 오늘 저녁 식사 책임질게요!" 하고 외칠 뻔했다. 손바닥만 한 화장품이 정말 큰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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