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후쿠 명산ㅣ아오모리현 이와키산] 조망 뛰어난 '쓰가루의 후지산'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와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휴식과 재충전, 둘째는 다양한 지식 습득, 셋째는 모험과 도전, 그리고 넷째는 조직원 또는 가족 간의 관계발전과 화합도모 등이다. 그런 면에서 아오모리현의 이와키산岩木山·1,625m 산행 및 주변 관광은 위의 4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인천공항~아오모리공항 직항로가 있어서 접근이 가깝고 편하며, 주변에는 휴식을 위한 온천들이 즐비하다. 또한 일본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보고 배울 수 있는 명승지와 전통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음식점들이 수없이 많다. 게다가 위도가 높아 한여름에도 비교적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쓰가루津軽국정공원에 속하는 이와키산은 아오모리현에서도 쓰가루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는 탓에 현의 대부분 지역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지요가이’ 화산대에 속하는 원추형 화산인 이와키산은 여러 차례 분화가 있었으며, 최근엔 1963년에 분화했다. 전체적인 형태가 후지산과 닮았다 하여 ‘아오모리(또는 쓰가루)의 후지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방팔방 어느 곳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형태가 약간씩 달라 보이는 묘한 매력도 있다.
아오모리현의 또 다른 100명산百名山인 핫코다산이 히로사키시市와 구로이시시市를 사이에 두고 이와키산의 정동쪽 방향에 위치해 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시라카미산지는 남서쪽 방향에 위치해 있으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이와키산을 오르는 동안 계속해서 시야에 들어온다.
쓰가루 지역을 통일한 ‘쓰가루 다메노부’가 계획하고, 2대 ‘노부히라’가 1611년에 완성한 유서 깊은 히로사키성에서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열리는 벚꽃축제 기간에 벚꽃나무길을 걸으며 하얀 눈이 쌓인 이와키산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천상에 온 듯한 환상을 제공한다.
도로를 타고 3분의 2 정도 올라가면 멀리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숨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맑은 날대로 좋고, 발아래 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자리 잡고 있는 날 또한 마치 신선이나 손오공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처럼 이와키산은 8부 능선까지 차로 접근해 리프트를 타고 1,470m 지점까지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산로도 비교적 잘 조성되어 있어 어린아이들이나 등산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만 열린다. 이는 늦가을부터 쌓이는 8m 넘는 적설량 때문이다.
리프트 승강장이 있는 ‘하치고메’ 휴게소에는 넓은 주차장과 식당, 기념품 판매소와 화장실이 있어 산행 전 준비와 아울러 산행 후의 휴식이나 정비에 도움이 되는 곳이다.
산행코스는 매우 단순하지만 발아래 펼쳐지는 시원한 풍광으로 인해 산행 내내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올망졸망한 봉우리를 수없이 오르내려야 하는 우리나라 내륙의 산들과는 지형이나 지질이 매우 다르다. 화산 폭발로 인해 바다 가까이에 우뚝 솟은 모습과 발에 밟히는 등산로 촉감이 제주 한라산과 흡사하다.
하치고메 리프트 승강장이 있는 휴게소에서 ‘호메이휘테’라는 구난대피소까지 걸어서 40분 정도 소요되며(리프트를 이용하는 경우 약 20분), 구난대피소에서 정상(1,625m)까지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약간 가파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돌계단으로 조성돼 있어 그리 위험하지 않다.
호메이휘테 피난소는 겨울 등반 시 조난을 당해 사망한 대학생들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비록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아서 요즘에도 가끔 조난을 당하는 등산객들이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사망사고 이후에 피난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건축되었는데 피난소 앞에는 그 당시 죽은 대학생들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금속으로 만든 종鐘이 설치되어 있다.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그 종을 울리면서 망자들의 혼령을 위로하기도 하고 곰의 출현을 방지하기도 한다.
겨울 내내 내린 적설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7월에도 산기슭의 일부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산이다. 하얀 눈과 검은 화산석의 대비, 짙은 녹음과 파스텔톤의 야생화들의 화합 그리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의 조화는 글로써 표현하기 힘든 조물주가 만든 하나의 예술작품이나 다름없다.
360도 어느 한 곳 막힘이 없는 일망무제의 풍광 탓이다. 동해바다를 인접한 넓은 평야지역에 홀로 우뚝 솟은 산이니만큼 시계가 막히는 곳이 없이 그저 시원하기만 하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동쪽 멀리 하얀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핫코다산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화장실을 갖춘 대피소(오쿠미야와)와 속이 비어 있는 피라미드 형태의 특이한 인공정상석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정상 북쪽 바위 아래에는 제단 수준의 자그마한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 신사 북쪽으로는 인구 16만 명의 히로사키시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바람을 맞으며 정상 바위에 서서 도시의 성냥갑 같은 빌딩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다.
하산은 줄곧 내리막인 데다 남과 북, 그리고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여 더욱 수월하다. 멀리 발아래로 리프트 승하강장과 휴게소가 보인다. 발 빠른 사람이라면 25분 정도의 짧은 거리다. 리프트를 타면 10분 안에 휴게소로 복귀한다.
3개의 등산 코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코스는 햐쿠자와 등산로다. 히로사키시에서 버스를 타고 이와키신사 앞에 내려 참배 도로로 올라간다. 22m 높이의 문이 있는 1,200년 된 화려한 채색의 신사를 구경하고 신사 왼쪽 숲길로 올라간다. 산죽 군락이 많은 숲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야키도마리 피난소에 도착한다.
이후 개울을 따라 계속 오르다보면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개울을 지나면 직경 25m 정도의 습지연못이 있고 다네마키나와시로種薪苗代에 도착한다. 연못 주변은 6월 초부터 8월 초까지 꽃을 피우는 ‘이와키 코사쿠라’(일명 미치노쿠 코사쿠라)의 군생지이다. 급경사 길을 50여 m 올라가면 8합목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대략 5시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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