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 뜨거운 'PB전쟁'

2017. 11. 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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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자체 제작 상품으로 경쟁력 강화

대형마트 3사의 PB(Private Brand·자체 제작 브랜드) 경쟁이 뜨겁다. 경기불황과 소비침체, 각종 규제로 정체기를 겪고 있는 유통사들이 자체 제작 상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PB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의뢰해 생산한 제품에 자체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렴한 ‘미투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대형마트의 PB상품들은 일반 제조사 브랜드(NB) 못지 않은 품질을 갖추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신세계 이마트다. 이마트가 지난 2015년 가성비를 앞세워 출시한 ‘노브랜드’는 포장이나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추며 주목을 받았다. 론칭 첫 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노브랜드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1900억원. 1인 가구 증가와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마트 PB ‘노브랜드’ 매장. / 이마트제공

이마트, 오프라인 노브랜드 전문점 50여곳

초기 감자칩 등 과자 및 일부 생활용품을 선보이던 노브랜드는 현재 우유와 라면 등 대표식품부터 욕실·청소용품, 세제, 침구 등 전 카테고리에서 1000여종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단독 매장을 확대하는 등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에는 노브랜드 TV를 출시하며 식품군에 주력했던 노브랜드의 상품 영역을 가전으로까지 확대했고, 단독 노브랜드 전문점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오프라인 노브랜드 전문점은 현재 50여곳에 달한다.

이마트의 간편가정식 PB인 ‘피코크’ 역시 가파른 성장세로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013년 34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900억원으로 5배 넘게 커졌다. 출시 초반 200여개였던 상품 수는 된장찌개, 쭈꾸미볶음 등 한식에서 돈코츠라멘과 탄탄멘, 티라미수 등 일식· 중식·양식·디저트 등으로 다양화되며 1000여개로 늘어났다.

1인 가구 및 맞벌이의 증가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간편가정식 시장이 유통사 PB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한 피코크의 기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마트가 ‘노브랜드’와 ‘피코크’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는 혁신상품과 균일가를 내세운 자체 브랜드 ‘온리프라이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상품 혁신과 가격 거품을 뺀 균일가 정책으로 ‘온리프라이스’를 향후 롯데마트 대표 브랜드로 키워가겠다는 포부다. 롯데마트는 현재 134개 온리프라이스 제품을 내년 하반기까지 405개로 늘려 1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온리프라이스’는 롯데마트가 지난 2월 출시한 PB 브랜드다. 출시 초기 칫솔과 주방세제, 휴지 등 일부 제품을 판매해 왔지만 현재는 우유, 사이다, 과자류, 김 등 식품을 비롯해 습기제거제, 티슈, 속옷, 1회용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사실 롯데마트의 PB 브랜드들은 그간 인지도 면에서 약세를 보였다. 2003년 PB 브랜드 ‘와이즐렉’을 선보였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초이스엘’과 ‘요리하다’ 등의 브랜드가 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개발 혁신상품과 연중 동일한 가격정책을 무기로 시장 내 ‘온리프라이스’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원플러스원(1+1), 덤, 특가 행사 등 수많은 할인행사로 제품 가격 변동이 큰 유통환경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가격으로 고객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990원, 9900원 등 10원, 100원 단위가 아닌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며, 모든 제품 패키지에 가격을 명기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품질은 높이되 가격은 일반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NB 상품보다 평균 35%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중소 제조업체 판로 확대에도 긍정적

남창희 롯데마트 MD본부장은 지난 10월 ‘온리프라이스’ 설명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가를 유지하는 것은 유통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단순히 양적인 PB상품 확대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고객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PB 브랜드 ‘싱글즈프라이드’를 운영 중인 홈플러스는 협력사들과 손잡고 단독 상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중소 수제 맥주업체 세븐브로이와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 지역 맥주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세븐브로이의 수제맥주들은 청와대 호프미팅 공식 만찬주로 선정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신선식품 분야에 집중하며 지난해부터 품질 관리가 뛰어난 농가 대상의 ‘신선플러스 농장’ 인증제를 도입하는 한편, 국내외 산지부터 식탁에 이르는 유통 전 과정을 개선하는 ‘신선의 정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이 대형마트의 PB상품 개발은 소비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유통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사 입장에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수익성을 높이고 중소 제조업체는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는 면에서 보면 윈·윈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대형 유통사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켜 중소 제조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익과 판로 확보를 위해 대형마트의 PB상품을 만들고 있지만, 고유 브랜드를 키우지 못하고 자생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대형마트 전체 매출 중 PB상품 매출 비중이 25% 수준이지만 유통사들이 PB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확대 가능성이 크다”며 “납품 제조업체와의 이익배분 구조나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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