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 마을을 가다

서정욱 기자(=평창) 2017. 11. 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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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화의 조화가 아름다워"..전세계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마을

[서정욱 기자(=평창)]

 

겨울로 가는 동화속 요정 같은 마을이 있다. 그러나 그 겨울 마을은 매년 4월과 5월이면 겨울을 벗고 또 다른 봄의 풍경을 만들어 준다.
     
나는 하얀 마을을 초록의 크레파스로 다시 칠하는 그 대관령 마을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왔다.

24일 오전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에서 대관령 양떼목장마을을 클릭했다. 그러자 내가 탄 자동차는 하남IC를 지나 새로이 시원하게 뻥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 50분쯤 달리자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 양떼목장이 있는 횡계IC를 빠져나왔다.


▲ 내년 1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대관령 마을 양떼목장. ⓒ프레시안(서정욱)


입구를 빠져나오자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유럽 알프스의 마을 별장 같은 집들이 낮은 산기슭에 인형의 집 요정들처럼 얼굴을 쑤욱 내밀었다.

도시의 밀집된 아파트만 보다가 삼각 지붕의 성냥갑같은 지붕이 팬션들을 눈요기로 보며 한 15분쯤 달리자, 대관령 골짜기 숲 사이로 거대한 풍차의 바람이 불었다.

풍차는 뾰족한 흰색 시계바늘을 닮았다. 목장 팻말이 보이는 주차장 앞에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었다. 풍차바람이 머리카락을 하늘로 들어 올린다.


▲평창 대관령양떼목장으로 가는 입구 언덕에 있는 거대한 풍차. ⓒ프레시안(서정욱)


나는 카메라 가방을 챙겨 대관령양떼목장이라고 쓰인 팻말이 가리키는 화살표방향으로 걸었다.

5분여쯤 걷자, 웬만한 대학교 캠퍼스 보다 큰 푸른 초원 위에 웅장한 대관령 양떼목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 매표소에서는 양떼목장 관람료로 4천원을 받았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선 시간이어서인지 양떼목장 안은 한산했다.

그러나 회색 콘크리트 도시의 공기만 마시며 살던 내겐 행복한 숨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눈도 더불어 행복하다.

목장의 대지는 온통 초록의 풀씨들이 만든 세상이다. 그러나 양떼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목장 사람들 말로는 양들은 5월초나 되어야 이 넓은 초지 언덕 위를 뛰고 걸으며 싱싱한 풀들을 맘껏 뜯어 먹을 수 있다 고 한다.

▲5월 초, 양떼들의 방목을 앞두고 문을 연 양떼들이 사는 축사. ⓒ프레시안(서정욱)

 

왼쪽 계곡에는 물들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계곡을 지나 s자 모양의 길을 틀어서 걸어 올라가자, 병풍처럼 빙 둘러싼 초록 언덕 아래 아직 겨울나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양떼들의 집이 보였다.


커다란 문이 열려있는 축사 안에는 내 어릴 적 본 60촉 짜리 전구 하나가 양떼 가족들을 방을 밝히고 있다. 그 아래 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낯선 이방인의 눈을 쳐다보았다.

▲아직은 쌀쌀한 대관령의 추운 기온 때문에 축사안에서 4월을 보내는 양떼들. ⓒ프레시안(서정욱)

 

그리고 그 옆에는 기역자 모양의 축사에서 어린 관광객들이 주는 건초를 받아먹기 위해 목을 기린처럼 길게 뻗고 있다.

순수하고 착한 양떼들에게 모파상의 ‘별’에 나오는 목동처럼 건초를 주고 싶은 아이들이 간간이 보였고, 그 아이들 앞에 양떼들이 먹고 싼 것들을 목장 사람들이 열심히 삽으로 치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긴 목을 빼어 든 착한 양을 닮고 싶은 귀여운 아이. ⓒ프레시안(서정욱)

 

그러나 동화 속 목동은 보이지 않는다. 피리를 물고 초원의 풀을 뜯는 양떼들을 보며 심심해 ‘늑대야!’하고 피리 든 목동은 없지만 건초를 먹다가는 틀어 놓은 수돗물을 질서 있게 서서 기다리는 양떼들을 보며, 때로는 욕심이 만든 사람들의 무질서한 세상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무토막으로 연결된 목장 담장 너머 하늘과 맞닿은 초원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 초원 언덕에서 대관령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그 언덕에서 자연으로만 덮인 이 양떼 목장을 세상의 어린이들과 만나게 해준 동화를 떠 올렸다. 양떼 목장에 사는 소녀가 갖고 싶어하는 피아노의 재료가 되기 위해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을 희생하여 소녀의 피아노가 되는 배려를 보여준 준 가문비나무를 생각했다.

가문비나무는 이 대관령 양떼목장이 배경이 된 ‘피아노가 되고 싶은 나무’의 주인공이다.

장자는 사람들에겐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 산다 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어린 가문비나무는 흑갈색에 피부도 까칠까칠하고 예쁜 털도 없어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그래서 대관령 숲속에 사는 여우에게 놀림을 받지만 사람들에게 쓸모가 없어 대관령 숲속에서 오래 살아 올 수 있었다.

숯으로 만들어 팔고 집을 짓는 용도만 생각하는 과거 사람들에게 가문비나무는 쓸모없는 나무였지만, 사람들이 피아노라는 악기를 사랑하면서 가문비나무는 멋진 피아노 소리를 내는데 없어서는 안 될 쓸모 있는 나무가 되어 양떼목장에 사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소녀를 행복하게 해 주는 피아노 나무가 되었다.

▲대관령양떼목장의 초원 언덕에서 내려다 본 양떼들의 집. ⓒ프레시안(서정욱)

 

정오가 가까워 질 무렵. 언덕에 올라 온 해가 쨍쨍하다. 그 언덕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양떼목장이 있는 대관령 숲속 마을. 이 마을 역시 도시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에겐 장자의 말처럼 과거에는 바다의 해풍만 많이 불어오고, 겨울이면 눈만 1m 넘게 쌓여 사람들은 쓸모없다고 버려진 산속 마을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문명은 대관령 마을을 바꿔 놓았다. 깊은 산속에 스키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숲의 나무를 잘라낸 자리에 밭을 만들어 고랭지 감자난 배추를 심기보다 초지를 조성하여 양떼를 길렀다.

그런 대관령마을은 지금은 겨울이 춥지 않고, 봄이 외롭지 않은 마을이 되었다. 과거 사람들과 달리 지금 세대 사람들은 많은 눈이 내리는 이 마을로 스키를 타러 온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마을이된 대관령 양떼목장 마을. ⓒ프레시안(서정욱)


쓸모없다고 버린 가난의 언덕이 세계 사람들이 찾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마을이 된 것이다.

세계 사람들은 이 마을로 겨울 스키 하나만 타기 위해 오지 않는다. 그들은 이 겨울 마을에 와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동화 속 이야기를 겨울밤 팬션에 앉아 별을 보며, 이 마을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찾고 싶어 한다.

그런 겨울 마을을 동화 속 마을로 만든 건 어른들도 아닌 10대 소녀 작가였다. 소녀 작가는 눈 덮인 대관령 마을과 푸른 양떼목장을 보며 알프스의 하이디 같은 동화를 대관령 마을사람들에게 남겨 주었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내년 1월. 그 겨울이면 세계의 많은 스키 선수들과 겨울을 좋아하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평창 대관령 마을로 몰려 올 것이다.

5월의 대관령 언덕. 그 푸른 언덕에 앉아 나는 이 마을 이웃에 있는 진부 스키장을 바라보았다.

 

▲오는 12월이면 인천공항에서 2018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대관령 마을까지 시속 330 km로 달려 1시간이면 도착할 KTXT산천-Ⅱ. ⓒKORAIL한국철도공사


이미 양떼목장이 있는 이웃 마을 진부에는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277.5km를 시속 330km로 달리는 KTX 산천-Ⅱ가 정차할 진부전철역이 겨울마을에 세워지고 있었다.

전철은 지하 200 m 암석을 뚫고 마을을 지나간다 고 대관령 사람들은 말한다.

전철이 다 놓이는 올 12월 말이면, 사람들은 전철 속에서 ‘피아노가 되고 싶은 나무’동화책을 읽으며 서울에서 1시간이면 대관령양떼목장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겨울 올림픽은 한 달도 채 못 가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질 것이다. 그런 이 대관령 마을을 오래 기억 할 수 있는 건 겨울스포츠 시설보다 어쩌면 대관령 양떼목장과 어울러져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1월이면 세계의 여행객들이 여행하게 될 동화 '피아노가 되고 싶은 나무'의 배경이 된 대관령양떼목장의 초원. ⓒ프레시안(서정욱)

 

아름다운 대관령 목장이 있고 풍차가 있는 마을에 저녁 이야기를 꽃피울 동화 한 편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동화 한 편이 평창 대관령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파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5월로 가는 하늘이 언덕 가까이 낮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리고 양떼목장 언덕 아래 서너 대의 관광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린다.

나는 4월의 마지막 언덕에서 거대한 풍차 아래로 걸어오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대관령양떼목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초록으로 물든 목장 언덕으로 올라오고 있다. ⓒ프레시안(서정욱)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연만 홀로 존재해서도 안되며, 반대로 자연을 인간 맘대로 이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위해 인간의 욕심만 존재해서도 안된다.

‘자연과 사람’ 그 둘이 하나처럼 어울려 조화로운 손을 잡을 때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그런 풍경을 사람들은 마시고 싶어하고, 그런 풍경을 눈으로 담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서정욱 기자(=평창) (syi23@pressi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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