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받는 직장인] 8.2대책보다 더 강력한 분양가상한제 초읽기
분양가는 청약률에 미치는 주요한 요소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12일 입법예고 기간을 마치고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땅값과 건축비를 고려해 분양가가 일정수준을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로 대표적인 집값 안정화 정책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최초는 1989년 주택법 개정에 따라 공공택지를 공급받아 건설하여 공급하는 공동주택에 한하여 분양원가연동제를 실시한 것이다. 이후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로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되자 1999년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공동주택 외에는 분양가격의 전면 자율화가 실시되었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경기가 과열되자 집값 안정을 위하여 또다시 공동주택의 분양가격을 규제하게 되었고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판교신도시부터 다시 적용되어 공공택지에 한해 시행되다가 2007년 주택법을 개정, 분양가상한제를 민간 물량까지 전면 적용하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대신 공공주택에 한해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으로 관련 규정을 완화했고 2015년 4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다가 약 2년6개월만에 부활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도는 공급에 대한 규제이면서 동시에 가격 자체를 제한하며, 거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시장원리에 의해 형성된 가격을 인위적으로 하향조정하기 때문에 주택공급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수 있다.
우선 주변 시세보다 10~15% 낮은 가격으로 청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첨되면 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후 얻게 되는 시세 차익이 클 것이고, 청약에 당첨되는 사람에게 그 차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청약 당첨자에게는 큰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주택자의 경우 시세보다 싼 로또를 놔두고 재고 주택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고주택의 매매거래는 제한이 될 것이고, 무주택자들의 입지 좋은 곳으로의 청약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대출 또한 막았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한 무주택자들에게는 더욱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이 열렸지만, 실거주를 원하는 소액의 무주택자들은 더 저렴한 청약 가능 지역을 찾을 수 밖에 없으니 외곽으로 더욱 밀려날 것이고 그마저도 지역을 이동할 수 없는 사람들은 또 다시 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분양가에 대한 제한 뿐만 아니라 전매가 제한이 동반되기 때문에 최근 몇 년 호기를 누린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로 돌아설 가능성도 커졌다. 분양가 상한제가 최초 적용된 시점과 현재는 분명 다르다.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이미 2015년 100%를 넘어섰고 비바람만 피할 수 있는 작은 집만을 선호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셋방, 단칸방이라는 말 대신 임대주택, 원룸 등으로 명칭 자체가 바뀌었고 웬만한 시설로는 임차인을 머무르게 할 수 없다. 원룸이어도 빌트인과 조망권 등의 고급화 된 곳에 살고 싶어 한다. 최근 분양하는 고급 단지들은 아침 조식과 세탁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받기를 원한다. 첨단 방식과 고급화를 원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에 의한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규제는 오히려 고급화, 웰빙, 문화, 커뮤니티 등 주택수요의 다양화, 고급화로의 변화에 장애가 될 수 있고, 첨단기술이나 최신 자재의 사용도 억제되고 기술·품질에 대한 차별성 강조나 원가절감 유인, 스마트 도시로의 변화도 적어 주택산업의 선진화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빠르게 바뀌는 시장의 니즈(needs)를 외면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강하게 적용한다면 건설사는 가격에 맞는 원자재를 사용하기 위해서 고급자재가 아닌 값싼 자재를 이용하거나 부실 건설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2018년 1월까지 국토부 통계 자료를 보면 수도권에 약 7만5000여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어도 8.2 대책과 대출 규제, 그리고 입주 물량까지 시장은 점차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의 분양가 상한제는 좀 더 시장을 얼게 만들 수 있고, 거래 절벽이 장기화 될 여지도 있다. 만약, 무주택 실거주자 입장이라면 지금을 기회로 활용하여 자금이 된다면 좋은 입지의 청약을 고려해보고 투자자들의 입장이라면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단기가 아닌 장기로 조금 여유있는 투자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당분간은 양보다는 질로서, 가치와 입지로서 투자의 승패를 가르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며, 자산을 크게 늘린다는 욕심 보다는 자신의 자산을 최대한 지켜 나가는 소극적 투자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박미옥('직장인 재테크, 우리는 부동산으로 투잡한다'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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