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김○○군의 특별한 '소풍'

한경닷컴 2017. 10. 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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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 장애인 근로자 김○○군의 성장 이야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군은 여명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통해 취업 알선을 받았다. 여수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전남 승주시의 모 업체에서 직업재활을 거친 장애인을 찾고 있었던 것.

마냥 어리게만 느껴지는 막내를 기숙사 생활을 하는 직장으로 보내는 것이 가족들에겐 못내 안타까웠지만 김○○군의 미래와 자립을 위해 기꺼이 취업 알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군이 근무하게 될 업체는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립하는 곳으로 간단한 조립을 반복하는 작업만 하면 되는 제법 손쉬운 일이었다.

난생 처음 가족의 품을 떠나게 된 날, 큰누나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김○○군은 무척 들떠 있었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밝고 활기차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만은 남다른 김○○군이었기에 큰누나는 김○○군이 직장에서도 사랑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입사 사흘이 지났을 때 업체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일에 적응을 하지 못해 데리고 가야 할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선배나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일이 너무 고되었던 것은 아닌지, 김○○군을 데리러 나선 큰누나의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문제는 직장의 환경이 아닌 김○○군에게 있었다.

직장이라는 자각이 있을 리 만무한 김○○군이 집에서 하던 버릇 그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작업 대신 놀기만 하는 등 고집대로 행동했던 것이다. 한바탕 해프닝에 크게 웃으며 가족들은 김○○군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을 절반의 위로로 삼았다.

이 일을 계기로 가족들은 정상 범주의 사람들보다 무엇이든 더디고 느리게 습득하는 김○○군에게 사회생활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삶의 동기 부여가 될 만한 일을 찾아 주기로 했다. 보호된 환경에서 또래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소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곳이 바로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이다.

김○○군은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직업재활 훈련을 거쳐 면장갑을 다듬는 일을 하게 되었다. 생산되어 나온 면장갑의 마무리 실을 쪽가위로 잘라내는 단순한 작업으로 제법 꼼꼼한 구석이 있는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은 중증장애인들의 직업활동과 직업적응훈련을 돕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관공서와 여천산단, 공업사, 선박, 항운업체, 주유소, 조선소, 공구점, 산업현장, 정육점 등에 납품하는 산업용 면장갑과 코팅장갑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장애인의 직장 생활과 환경을 궁금해 하는 가족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초대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건의사항이나 의견 교류를 하기도 한다.

가족들이 작업장을 방문했을 때 본인의 직장을 소개하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김○○군의 모습에 가족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최근엔 날이 무디어진 쪽가위 탓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듯이 서울에 있는 형에게 좋은 쪽가위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쪽가위로 인해 생긴 굳은살을 내보이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군이 월급으로 한턱 쏘는 날에는 으스대는 모양새가 가족 모두를 유쾌하게 만들곤 한다.

어느덧 그가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지 4년. 1년차 때는 출근길에 종종 실수도 했지만 이제 혼자서 버스를 환승해 가며 출근하는 길이 능숙하다. 보통 다운증후군의 지적 수준이 7세 아이와 같다고 하지만 김○○군은 보호작업장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언어생활, 예의와 태도를 습득해 가며 통념을 깨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족들의 소망이라면 구성진 트로트를 들으며 또래 친구들과 농담을 하고, 부모님을 초청해 갈고 닦은 솜씨를 보여주고 함께 여행도 가는 보호작업장에서의 나날이 김○○군에게 즐거운 소풍이 되기를, 그리하여 김○○군의 삶이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아가 김○○군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기질에 맞는 일을 찾아 성취감과 책임감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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