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의 트레일러닝
지난 9월 3일부터 9일까지 알프스에서 열린 2017 고어텍스 트랜스 알파인 런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김비오 선수. 그는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팀, 통영 ITU 트라이애슬론월드컵을 거쳐 세계 아이언맨 협회에 프로로 등록된 선수다. 그가 남다른 이유는 직장을 다니면서 프로 선수로 활약한다는 점이다. 모두 그를 보고 가능하느냐고 묻는다. 그에게 가능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서 산다.
자연과 어울려 사는 주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프스를 기반으로 소를 기르고, 우유를 짜고, 물을 먹고, 집을 짓고 살았다. 그들은 자연을 사랑했고, 알프스를 존중하는 듯 보였다. 대회 주최 측도 마찬가지였다.
대회 출발을 앞두고 모든 선수의 가방을 검사해서 모든 간식에 배번 스티커를 부착했어요. 자신이 가져간 것에 대한 책임감을 주기 위해서요. 만일 하나라도 간식 봉지나 쓰레기를 버리면 그 선수는 실격이에요. 실수라고 해도 용납이 안돼요.
앞에 가던 선수 가방에서 에너지젤 포장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걸 본 적이 있었어요. 근데 뒤이어 가던 선수가 떨어진 포장지를 주워서 자기 배낭에 넣더라고요.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요. 그 뒤로도 이런 감동적인 장면을 여러 번 볼 수 있었어요.
또 베이스캠프에 물과 플라스틱 컵이 비치돼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이 가져온 컵을 사용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남들이 쓰던 플라스틱 컵을 같이 썼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죠.”
“처음 시작했을 때 실력이 가장 형편없었어요. 그런데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다보니 어느새 상위권에 진입해 있더라고요.” 별일 아닌 듯 얘기하지만, 이방인이자 꼴지 실력을 가진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부단히 노력했을 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운동만 하면서 살기는 쉽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삶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더 중요했다. 미국에서 성실히 대학을 마쳤고, 안정적인 삶의 토대를 만들어갔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이었지만, 직장과 차와 집이 있었다. 그러나 안주할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삶에는 군 복무도 포함돼 있었다.
다행히 군대는 적성에 잘 맞았다. 한식이 좋았고, 한국 문화가 좋았다. 특히나 강원도 인제군 현리,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이 정말 좋았다.
1년 동안 서울시청 소속 선수로 활동하며, 하루 5시간 이상 일주일에 35시간씩 강도 높은 트라이애슬론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제재가 많은 실업팀의 문화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다시 일을 하면서 운동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호주 애슬래틱 브랜드 2XU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러닝,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 관행을 바꾸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세 살 된 딸아이가 지켜보고 있어요. 딸이 제 나이가 됐을 땐 저처럼 사는 삶이 평범한, 자연스러운 삶이었으면 좋겠어요.”
임효진 기자 / hyo@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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