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비껴간 '생리대 국감' 6시간

이중삼 김재희 기자 2017. 10. 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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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책임엔 질의 없이 시민단체 의혹에 집중

【베이비뉴스 김재희 이중삼 기자】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 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식약처는 응답하라'는 문구가 적힌 생리대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국정감사 5일차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국감은 그야말로 '생리대 국감'이었다. 정확히는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를 감사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17일 오후 2시 40분부터 시작한 식약처 국감 2차 질의는 저녁 8시 50분까지 6시간 동안 생리대와 관련한 질의로 채워졌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기나긴 공방을 마무리하며 이번 국감이 생리대 파동에 책임을 져야 할 식약처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에 “슬프고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혔다.

 

“국정감사는 정부가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자리고,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 단체 운영방향에 대해 조언을 듣는 게 아니라 생리대에 부작용이 있다고 하는 것에 국회의원이 어떤 질문을 하고 정책을 요구하는지 듣기 위한 것이다. 40, 50년 넘게 여성 건강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대책을 만들거나 하지 않았던 국회의원 포함 당국에게 분노하고 있는 여성이 있고, ‘이번엔 달라질까’ 하는 기대가 무너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 여성환경연대-유한킴벌리 유착관계 의혹?

 

복지위원들은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데 집중했다. 유한킴벌리가 여성환경연대에 금전적 지원을 하고,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 파동 핵심에서 유한킴벌리를 비켜가게 해줬는냐는 취지의 질의가 쏟아진 것.

 

생리대 인체 유해성 실험을 주관한 김만구 강원대학교 교수가 참고인으로 나왔는데,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비례대표)는 김 교수에게 “단적으로 질문하겠다. 아셨든 모르셨든 유한킴벌리에서 돈을 받고 연구를 했느냐”는 질문에 즉각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김 교수는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연구 내역을 모두 조사했지만 유한킴벌리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유해성 실험에 자금조달 방법을 묻는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의 질의에는 “세금 포함 220만 원을 (여성환경연대에게) 받았다”며 “유해성 실험과 유사한 실험을 하기 때문에 장비와 인력이 있다”고 답했다.

 

◇ 유한킴벌리 상무가 왜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을?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이사가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으로 일하게 된 정황을 묻는 질문이 적지 않게 나왔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비례대표)은 이안소영 사무처장에게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 선정 방식을 물었고,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복수의 추천을 받았고 여러 분야에 걸쳐 여러 추천을 받았다. 운영위원 10명 중에 5명을 외부에서 추천받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구갑)은 “유한양행(유일한 회장)이 사회에 공헌한 훌륭한 기업인데 (생리대 파동) 일에 핵심으로, 뒤에서 조정한 것처럼 돼 있는 건 안타깝다”며 “여성단체에 주로 후원하고 있냐”고 물었다.

김 상무이사는 “숲환경과 시니어 일자리에 대부분 후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 “국감장에서 시민단체에 겁박 말라”…“겁박이라니, 동료의원 의정활동 위축마라”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피해사례 모집 과정에서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의원들의 잇단 질문에 “생산순위 1위부터 선정해서 검출실험을 했다. 한 번도 제품명을 공개한 적 없다. 8월 초중순에 3군데 매체를 통해 릴리안 생리대 이름이 나왔다”고 말했다. “저희 단체에 부작용 문제로 제보된 생리대가 100% 특정제품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은 “3월에 이미 김 교수가 유해물질 검출 결과 나왔다면 유독 (릴리안 생리대에 유해물질이) 많았다 하더라도 공지를 ‘생리대 피해자 사례’를 접수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느냐”며 “여성환경연대가 던진 돌 때문에 깨끗한나라 종업원과 가족에게 죄송한 마음은 없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이안소영 사무처장에게 “떳떳하다면 전문적인 수사를 받을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같은 김 의원의 질의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국회의원이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겁박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사발언을 했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시)은 남 의원이 사용한 ‘겁박’이라는 단어에 “동료의원 의정활동을 위축시키지 말라”고 반응하는 등 여야 의원 사이에 질의 태도를 두고 짧은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 깨끗한나라 "손해 입었다" 말했다가 빈축

 

릴리안 생리대 제조사인 깨끗한나라 최병민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생리대 파동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요지로 발언했다가 질책을 받기도 했다.

권미혁 의원은 깨끗한나라 측을 두고 “기업 하나가 큰 손해를 보는 게 안타깝다고 생각했지만 릴리안 생리대를 쓴 여성이 제보했고 5000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사과하고 원인 규명하겠다는 얘기부터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식약처 국감인가? 시민단체 국감인가?

 

이렇듯 식약처 국감은 시종일관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의 유착 관계만 따지느라, 정작 식약처에 대한 감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프레임이 잘못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권 의원은 “(국정감사의) 논의 프레임이 이렇게 가는 게 안타깝다. 여성환경연대와의 유착관계로만 논의가 간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비례대표)도 “여성건강권이라는 기본적인 부분에 책임있는 행정을 주문할 것인가 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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