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불상의 뱃속에서 고려 불경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2017. 10. 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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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이 봉안된 경남 합천 해인사의 암자 원당암 불상 안에서 고려시대 불경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최근 원당암 목조아미타불좌상의 복장(뱃속)을 조사해 고려 우왕 1년(1375)에 찍은 <성불수구대다라니> 등 고려 후기의 불경 29책을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또 불상의 복장을 가득 채운 채 발견된 <대방광불화엄경> 28책은 당대 고려대장경 경판으로 직접 찍은 불경이어서 문헌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조계종 쪽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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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원당암 삼존불 복장 조사 결과
아미타본존불 안에서 고려시대 불경 29책 발견
두 보살상은 엑스레이 촬영으로 족자형 사경 등 확인

[한겨레]

해인사 원당암의 목조아미타불상 복장(뱃속)에서 나온 휴대용 고려 불경 <성불수구대다라니>의 내용 중 일부. 독특한 도상의 변상도와 범어 문자가 보인다. 고려 우왕 1년(1375)에 찍은 국내 유일본이다.

팔만대장경이 봉안된 경남 합천 해인사의 암자 원당암 불상 안에서 고려시대 불경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최근 원당암 목조아미타불좌상의 복장(뱃속)을 조사해 고려 우왕 1년(1375)에 찍은 <성불수구대다라니> 등 고려 후기의 불경 29책을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세상에 다시 나온 불경들은 대부분 고려 후기의 유일본과 희귀본들이다. <성불수구대다라니>는 소맷춤에 넣을 수 있는 휴대용 책 수진본(袖珍本)으로, 국내 유일본이다. 독특한 도상의 변상도(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삼은 그림)가 실려있고, 간행 기록도 뚜렷하게 나와 역사적 가치가 높다. 또 불상의 복장을 가득 채운 채 발견된 <대방광불화엄경> 28책은 당대 고려대장경 경판으로 직접 찍은 불경이어서 문헌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조계종 쪽은 설명했다. 조선 중기인 1694년 해인사 승려인 숭열, 종안 등이 불상을 중수했다는 내용의 발원문도 함께 나왔다.

고려 후기 희귀 불경이 뱃속에서 나온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불좌상.

목조아미타불좌상을 양 옆에서 받드는 관음보살, 지장보살 입상의 경우 엑스(X)레이로 내부를 투시해봤다. 불상 뱃속을 열지 않고 진행된 투시 촬영 결과 지장보살 안에는 금속장식이 있는 족자형 사경(손으로 베껴 쓴 경전)이 있었고, 관음보살 안에는 종이뭉치, 경전 사이에 접었다 폈다할 수 있는 절첩본 문헌이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족자형 사경은 현재 일본에 전하는 고려시대 <불설대길상다라니경>에 이어 두 번째이며, 국내에서는 처음 출현한 사례라는 점이 주목된다. 종단 쪽은 불상의 신성성을 지키기 위해 관음, 지장상 복장은 열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미타본존불을 양 옆에서 보좌하는 지장상과 관음상의 내부를 엑스레이로 투시촬영한 모습. 안에 족자형 사경과 절첩본 책 등의 허연 윤곽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당암 불상들이 1490년 해인사 법보전과 대광명전에 모신 비로자나불상에 들어간 은제 후령통(불상의 뱃속 유물을 넣는 통)과 비슷한 양식의 후령통을 내부에 봉안했다는 점을 감안해 1490∼1500년께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계종은 앞서 문화재청에 원당암 삼존불과 전적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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