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인터뷰] '그녀의 인생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잊지 말아야"

한해선 기자 2017. 10. 1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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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타키우치 쿠미와 코라 켄고가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심각성과 여전한 피해 상황을 전했다.

배우 코라 켄고, 타키우치 쿠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13일 오후 6시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는 영화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감독 히로키 류이치)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타키우치 쿠미, 코라 켄고가 참석했다.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는 히로키 류이치 감독 본인이 쓴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생존과 희망의 스토리.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어머니와 집을 잃은 평범한 사무원 미유키(타키우치 쿠미)는 주말마다 도쿄로 가서 유사성매매를 하고, 희망이 사라진 마을에서 가족과 그녀의 삶에 구원이 있을지를 다룬다.

3.11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는 여전하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던 인근 지역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부인을 잃은 남편은 생업을 포기한 채 5년째 파친코로 소일하고 엄마를 잃은 딸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끊은 채 근근히 삶을 이어간다. 이런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도움을 모색하는 공무원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한계를 절감한다. 영화는 이들이 처한 안타까운 삶을 면면히 다룬다.

배우 코라 켄고, 타키우치 쿠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Q.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캐스팅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타키우치 쿠미: 전에 내가 신세를 졌던 조감독님께서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원작을 읽고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 됐다. 시나리오를 보고서 세상에는 전달하고 싶지만 사람들에게 전달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작품이 왔다는 것이 기뻤다. 감독님께서 실제로 후쿠시마현 출신이셔서 영화적으로도 잘 전달한 것 같다. 영화는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그 작품에 출연한 것이 행복이었고 행운이었다.

-코라 켄고: 감독님 히로키 유이치가 직접 원작을 쓰고 영화화 한 작품이다. 원작 단계의 소설을 먼저 읽었다. 영화화하고 싶다는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캐스팅을 결정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서 후쿠시마를 둘러싼 상태를 보고 화가 느껴졌다. 다 된 영화의 작품을 보고나서는 후쿠시마의 상냥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Q.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취재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타키우치 쿠미: 촬영 전에 후쿠시마현에 가서 가서 주택에 사시는 분들을 찾아가서 취재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로케이션을 만들 때 직접 가서 현장을 보기도 했다.

-코라 켄고: 감독님이 후쿠시마현 출신이고, 난 고향이 쿠마모토현 출신이다. 쿠마모토현에도 자연재해가 있어서 후쿠시마에 대한 동감이 있었다. 오히려 대재해에 거리감을 두면서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Q.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에서는 각각 피해자를 연기했다. 만약 가해자를 연기한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겠는가? -타키우치 쿠미: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겠다. 주변에 취재를 많이 해서 최대한 진실에 다가가도록 연기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별로 연기하고 싶지 않다.(웃음)

-코라 켄고: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사건을 일으키는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 평소라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법한 것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무너지고 고통스런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배우로서 프로가 돼서 그런 마음이 들어도 연기를 하고서 떨쳐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Q. 후쿠시마현의 피해자들을 취재했을 때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타키우치 쿠미: 후쿠시마에 갔을 때 취재를 하면서 뭘 먹어도 꽉 막혀있는 감정을 느꼈다. 근처 주택에 사시는 할머니께 나의 상태를 물으니 ‘눈물이 나는 건,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흘리는 거야’라고 하더라. 실제 그곳의 분위기는 너무 썰렁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상냥함이 너무 잘 전달됐다. 여유가 없으신 분들인데도 굉장히 따뜻한 분들이 계셨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국립국회도서관에서 현민 신문을 봤다. 거기에는 후쿠시마현이 현재 재정비 됐고 부흥이 되고 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있지만 실제로는 썰렁하다. 슬픔 같은 감정이 솟아 올랐는데, 주민 분들은 그걸 강함으로 받아들이고 계시더라. 마음에 많이 남아있는 부분이다.

배우 코라 켄고, 타키우치 쿠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Q. 지난해 4월, 코라 켄고의 고향인 쿠마모토현에도 연쇄 강진으로 재해가 일어났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는가? -코라 켄고: 쿠마모토가 나를 키웠다고도 생각하는데, 쿠마모토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고서 쿠마모토를 찾아갔다. 알려졌을 때 ‘이런 활동이 오히려 직접 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당신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는 반응을 보내주셔서 ‘이런 것이 영향력이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Q. 후쿠시마를 벗어나 도쿄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인물들에 대해 어떻게 공감했나? -타키우치 쿠미: SNS 등 요즘은 시대가 빨리 변화하고 있다. 도쿄와 시부야도 변화가 빠르다. 그에 비해 후쿠시마는 굉장히 움직임이 없는 장소다. 후쿠시마 같은 정체된 곳에서 도망가고 싶은 인물의 마음에 공감을 하고 연기했다. 미우라(코라 켄고)의 역할이 여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느낀다. 옷을 벗어서 주는 장면에서 굉장한 따뜻함을 느꼈을 거다. 미유키에게는 성적인 업소에서 일하는 것이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벌거벗고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코라 켄고: 후쿠시마에는 아직도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후쿠시마 현민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마주하고 있다. 도쿄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존재를 잊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미유키와 미우라는 돈으로 얽힌 관계인데, 그런 관계를 보면서 ‘벌거벗은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미유키가 일하는 곳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Q.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에 출연한 후 후쿠시마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나? -타키우치 쿠미: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내 직업이 표현하는 일인데 그런 심경을 바로 표현하지 못함에서 속상함을 느꼈다. 후쿠시마 현민들을 직접 만나는 행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법안을 발의하면서 선거에도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스스로도 알아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후쿠시마 할머니들을 만나고 있지만, 절대로 잊지 말고 행동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코라 켄고: 쿠마모토 지진 때를 생각하면, 지구가 자연 재해를 일으킨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피해를 최소화하는 준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11 동일본 대지진을 보면서는 우리 후손까지 잊어서는 안 될 인재라 생각했다. 나는 이것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아야할 것이라 생각했다.

배우 코라 켄고, 타키우치 쿠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Q. 미우라와 미유키, 각각의 삶을 표현하는 데 까다로운 점도 따랐을 텐데? -타키우치 쿠미: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실제 거주하시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감독님께서는 미유키를 담담하게 표현해 달라고 하셨다. 일상 속 미유키를 그리려고 했다.

Q. 소설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자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타키우치 쿠미: 일본은 만화 원작, 소설 원작이 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영화화되고 상영된 것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후쿠시마의 광경을 잘 볼 수 있는 영화이니 그 점에 초점을 맞추고 봐 달라.

-코라 켄고: 원작에서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소설만 읽었을 때는 히로키 유이치 감독님께서 이런 상황에 대해 화가 났나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사람들의 상냥함과 따뜻함이 느껴져서 영화 버전이 더 마음에 든다.

Q. 지금까지 맡았던 작품 중 가장 비슷했던 캐릭터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코라 켄고: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변 사람들이 말해준 것을 봤을 때 ‘요코미치 요노스케’ 속 지방에서 도시로 상경하는 대학생 역할이 나와 가장 비슷하다고 하더라.

Q. 일본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 아닌가. 영화 매체 특유의 표현법을 고찰해 본다면? -타키우치 쿠미: 표현할 수 없지만 표현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땀을 흘려서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영화’가 된다고 본다. ‘택시’를 만든 감독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 감독이었는데, 택시 안에서 영화를 찍는 경우를 보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 것들이 역사가 되는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런 창구가 되는 영화제라 생각한다.

-코라 켄고: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 모두가 그럴 것이다. 일본이라고 표현의 자유가 완벽히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안에서도 어디에선가는 표현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언론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영화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경스타 부산=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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