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인간과 非인간의 경계를 허물다..12일 개봉작 '블레이드 러너 2049'
서사·음악·영상미 훌륭한 걸작

이 장면이 중요한 건, 30년 후가 배경인 '블레이드 러너 2049'(12일 개봉)와 직결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극 초반, 반란군 리플리컨트 중 한 명인 사퍼 모턴이 블레이드 러너 케이(라이언 고슬링)에게 발각된다. 죽기 전의 그가 배티와 유사한 말을 던진다. "너희 신모델들은 인간들의 밑이나 닦아주지. 기적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가 말한 기적이란 무엇인가. 이 의문은 감정이라곤 없어 보이는 케이의 건조한 내면에 작은 씨앗 하나를 틔운다. 이 씨앗이 차차 발아함에 따라 그의 고뇌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서사의 중심을 이루는 건 리플리컨트 케이의 기억을 둘러싼 진실이다. 자신에게 이식된 기억이 이식된 게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는 진실 추적에 나선다.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는 기계인간이었지만, 서서히 명령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무균실에서 리플리컨트의 기억을 창조하는 여성 마리엣을 만나고, 전편에서 리플리컨트 레이철과 함께 사라진 데커드를 찾아나선다. 케이는 제 기억이 이식된 게 아닌 실제 기억이라면 데커드가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진실은 무엇인가. 확실한 건, 오이디푸스적 여정이 지속될수록 그가 조금씩 변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그가 인간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원본보다 더 원본 같은 복제품이 쏟아지고(장 보드리야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기술복제의 일상화로 원본의 아우라가 이미 상실된 시대(발터 베냐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들리 스콧이 구축한 이 포스트 모더니즘적 세계관을 한층 심화시켜 놓는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비인간들을 내세움으로써, 양자의 경계를 아예 허무는 것이다. 감정을 지니며 사랑하고 연대할 수 있는 존재에게, 이같은 이항대립은 실로 무의미해 보인다.
케이의 허무와 체념, 상념에 잠긴 표정이 인상적인 영화다. 극 후반, 데커드를 바라보는 그의 쓸쓸한 눈빛이 쉬 잊히질 않는다. 한스 치머가 선보인 절제된 음악, 로저 디킨스의 카메라를 거친 음울하면서도 고혹적인 영상미 또한 일품이다.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에 이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번에도 더 멀리 나아갔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인간과 非인간의 경계를 허물다
- 독일 작가 팀 아이텔 개인전 "그림 속 남자가 당신일 수도.."
- 서점가에 부는 '노벨상 훈풍'
- "편지와 공중전화가 전부이던 시절 사랑 이야기죠"
- '난타' 충정로 극장 내년 문닫는다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매경ECONOMY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