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은 SMN, 부장은 BJ..한국에만 있는 외국계 회사 별별 호칭

이민아 기자 2017. 10. 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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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Hyun-Soo(SMN)’

조선일보DB

미국계 회사인 M사에서 직원들이 한국인 ‘상무님’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업무 메일에 상무의 이름이 들어가야할 때는 ‘SMN(상무님·SangMooNim)’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계 회사는 수평적 문화이기 때문에 상사에게도 호칭을 직급이 아닌 이름으로 부른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유럽계 회사들도 이런 문화가 통용돼 외국인 상사에게는 회사 문화대로 이름만 부르거나 이메일에 쓴다.

하지만 한국인 직원들끼리는 서로를 부르거나 가리킬 때 실제 글로벌 직급과 관계 없이 한국식 직급명의 앞 머리말을 따서 만든 영문 줄임말을 사용한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한국 문화 특성상 상사를 직급 없이 이름만 부르기는 어색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상당수 외국계 회사들에는 이 같은 독특한 직급 표기 문화가 있다. 가령 한국인 직원이 사장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사장의 이름을 표기해야 할 때, 이름 옆에 괄호로 ‘SJN(사장님·SaJangNim)’이라는 줄임말을 적는 식이다.

이 같은 원리로 임원들을 부를 때 DPN(대표님), BSJN(부사장님), JMN(전무님), SMN(상무님), ESN(이사님) 등의 직급 줄임말을 이름 뒤에 붙여 업무 메일에서 사용하고 있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원칙을 적용해 부장(BJ), 차장(CJ), 과장(GJ), 대리(DR), 주임(JI), 사원(SW)도 영문 줄임말이 있다. 이 경우 직급이 자신보다 높은 사람을 부르거나 가리킬 때는 ‘님’이라는 의미를 담은 알파벳 ‘엔(N)’을 직급 뒤에 붙인다.

글로벌 생명보험사의 과장급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국인 임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참조로 두고 업무 보고를 할 땐 이름만 쓰면 예의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N’을 붙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는 메일을 쓸 때 이름 뒤에 영문 직급 줄임말을 붙이고, 본사에 보고할 때는 줄임말을 그 쪽에서 못 알아 듣기 때문에 빼고 보낸다”면서 “현업에서 일을 해보니 이는 서양권 뿐 아니라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권 지사에도 없는 한국만의 문화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글로벌 보험사 관계자는 “회사에 한국 줄임말 직급을 붙이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은 없고 메일을 쓰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직급 줄임말을 붙이기도 하고, 안 붙이기도 한다”면서 “나는 외국인 사장에게 메일을 보낼 때는 이름만 부르고, 한국인 임원에게 쓸 때는 직급을 이름 뒤에 붙인다”고 설명했다.

홍콩, 일본 등에도 진출해있는 글로벌 홍보대행사의 국내법인 관계자는 “회사에는 한국인이더라도 영어가 더 편한 사람들도 있고, 교포나 외국인 직원들도 많아서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라면서 “외국인 직원보다는 한국인이 다른 한국인들을 부르거나 가리킬 일이 있을 때 주로 이 같은 줄임말들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결국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한다는 외국계 회사 문화의 취지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교수(경영학)는 “해외 무대를 주 판매처로 삼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보다는 주로 현지화를 하고 서비스를 판매해야 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절충안으로 삼은 대안 같다”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적 맥락을 깊이 반영해야 하는 금융 등 서비스업 회사들이 주로 이 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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