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당구 레슨스타' 강상구 "터키서도 영상 봤대요"

2017. 10. 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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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무명생활..최근 3개월새 생긴 팬이 더 많아요"
"상구당구 내용 나도 활용..자신만의 샷 기준 세워야"
"동호인은 나의 힘..선수 강상구는 '톱10' 진입 목표"
유튜브 조회수 700만여건에 달하는 "상구당구"의 주인공 강상구를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강상구가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달 14일 대전 유성구 ‘힐당구클럽’. 큰 기에 훤칠한 외모, 낯익은 붉은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기자를 반겼다. 당구 레슨 동영상 ‘상구당구’의 주인공 강상구(대전연맹‧23위)였다.

지난 6월 28일 제1회를 시작, 현재까지 50회 배포된 그의 영상은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700만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당구 관련 동영상으론 이례적인 높은 수치다. 또한 영어, 스페인어 등 자막 요청 댓글이 지속적으로 달리는 등 시청층이 한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 당구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강상구를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그는 ‘상구당구’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그의 당구철학도 함께 풀어냈다.

▲선수 10년째 “최근 3개월새 생긴 팬 더많아”

강상구는 동영상이 배포되기 전까지 전국적으로 보면 ‘무명선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들어 당구팬들 사이에선 ‘유명인’이 됐다.

“제 클럽(힐당구클럽) 밖에선 저를 알아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엔 사진촬영‧사인요청을 받고 있어요. 또 어떤 분은 안양에서 이곳(대전 유성구)까지 찾아오기도 했고, (영상을 보고 배워)고맙다며 굴비‧장어 등을 보내는 분도 계십니다. 10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생긴 팬보다, 최근 3개월간 생긴 팬 수가 더 많아요. 하하. 감사하고 행복하죠.”

이어 그는 동영상을 본 외국 선수들의 반응도 전했다.

“영상 댓글을 보면 영어, 스페인어 번역 요청이 많아요. 선수들도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특히 터키 선수들이 자주 해요. 마 민 캄 등 베트남 선수들은 장난으로 제게 ‘유튜브 스타’라고 합니다. 하하.”

▲“초중급자, ‘패턴’ 외워 자신의 샷 기준 세워야”

‘유튜브 당구스타’ 강상구의 레슨자료는 힘들던 무명시절 정립된 것들이다.

“저는 톱랭커가 아니기 때문에 그 선수들이 연습할 동안 생계 걱정을 해야 했어요. 당연히 연습 시간이 많이 부족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구이론을 보며 샷을 연구했어요. 그러다 보니 볼의 위치, 당점, 회전량 등에 따른 일정한 패턴을 습득하게 됐죠. 그 패턴들이 지금 ‘상구당구’의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강상구는 “현재 상구당구의 주 타깃은 국제식 테이블 수지 15~23점의 초‧중급자”라며 “초중급자들이 단기간에 빨리 실력을 올리고 싶다면 이 패턴을 암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특히 쉬운 배치의 샷 중 하나를 골라 자신만의 샷 기준을 세워야 추후에 난이도 있는 공들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뒤돌려치기, 제각돌리기 등 기본적인 배치의 샷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상구당구 7편 ‘뒤돌려치기 키스보는 방법’을 예로 들면, 뒤돌려치기가 어디서 키스가 발생하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그 키스 위치와 볼의 배치를 외우라는 것입니다. 상구당구는 이런 패턴을 제시하고 본인의 샷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는 영상입니다.”

▲“실전서 ‘상구당구’ 내용 써…맹신은 금물”

한참 영상에 대해 설명하던 강상구는 기자에게 “저도 상구당구에서 가르친 내용을 실전에서 활용한다”고 했다.

“경기 들어가기 전, 제 컨디션 정도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져요. 만약 그날 제 컨디션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그동안 집약했던 지식들을 꺼내 쓸 준비를 합니다. 제 감각보단 정형화된 정답에 가까운 패턴에 의지하는 거죠.”

하지만 “맹신은 금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 컨디션이 80% 이상이라면 그땐 그날의 제 감각을 더 믿습니다. 당구는 감각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패턴대로 다 성공하면 정말 좋겠지만, 아무리 좋은 샷 시스템도 제 경험상 성공률은 30% 이상 넘어가기 힘들어요. 정답에 가까운 시스템을 본인의 샷 감각에 맞춰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힐당구클럽 한 회원에게 뒤돌려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상구.
▲한 편당 제작시간 15분 “힘들지만 즐겁다”

초중급 당구인들의 ‘교재’로 떠오르고 있는 ‘상구당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촬영 스튜디오는 서울 서초구 ‘김치빌리아드’ 교대점에 있습니다. 모든 기획은 영상제작전문업체가 하고, 촬영 후 편집을 거쳐 최종 영상이 나옵니다. 하나의 샷, 그에 대한 멘트 등을 위해 몇 컷씩 촬영합니다. 물론 NG도 있죠. 또 촬영용 카메라가 총 4대 있는데, 그 카메라들이 잡지 못하는 각도에서의 시각이 필요하면 제가 재촬영 요구도 해요.”

‘상구당구’ 영상은 짧게는 2~3분, 길게는 4~5분 분량으로 제작된다. 5분 이내의 짧은 영상들이지만 강상구는 “한 편당 제작시간이 15분 가량 소요된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영상 촬영은 한 번에 몰아서 합니다. 현재 20회, 30회씩 두 번 촬영했어요. 강의다보니 계속 설명을 해야 하잖아요. 나중엔 지쳐요. 촬영 후반부에 가면 목소리 톤이 작아지기도 해요. 하하. 하지만 정말 즐거운 분위기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팀 모두 25~28점 실력자들로, 상구당구의 열렬한 팬들이기도 합니다.”

상구당구 영상은 고점자를 대상으로 한 영상까지 제작될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설명과 시범이 반반 이라면, 고점자들을 위한 영상에선 설명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이 힘들면? 긍정적 의지 불태워 보라”

강상구는 패턴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멘탈관리’다. 이론적인 패턴을 알려주는 상구당구 영상에선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당구는 상대방이 치고 난 공을 받아 하는 스포츠입니다. 그 공이 좋은 배치일수도, 혹은 썩은 공(배치가 좋지 않은 공)일수도 있어요. 보통 후자의 경우가 지속될 때 힘들어하죠. 이때 ‘내가 이 난구를 풀어 상대방 기를 꺾겠다’ ‘멋진 디펜스를 놓아 경기 흐름을 넘기지 않겠다’는 등의 긍정적인 의지를 불태워 보세요. 그러면 어려운 경기를 즐기게 될 겁니다.”

그는 여기에 한 가지 팁을 더 제시했다.

“긍정적인 의지를 불태우기 힘들 정도로 게임이 힘들 경우요? 그럴 땐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 단어 등을 떠올려 보세요. 저는 이제 3개월 된 제 둘째 요엘이를 생각합니다. 정말 사랑스럽거든요. 이 방법은 황철호 선수(경기연맹‧스누커)가 알려줬어요. 태릉선수촌에서 실제로 선수들에게 이렇게 교육한다고 합니다.”

▲동호인들, ‘상구당구’ 강상구의 힘

대전지역 동호인들이 ‘당구레슨’ 하면 떠올리는 인물이 강상구다. 알기 쉽게 포인트만 찍어 설명하는 그의 레슨이 동호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그는 지역 각종 동호인대회에 나가 그들과의 유대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2014년 실용신안 받은 ‘강상구 그립’도 동호인들을 생각한 작품이었다. 간편하게 그립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탄생했다.

“사실 상구당구 영상엔 저만의 ‘비밀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오픈을 고민한 것들도 꽤 되요. 하지만 제 영상은 선수들이 아닌 동호인을 위한 것이잖아요. 한국당구 발전의 토양은 동호인들이라고 봐요. 제가 한마디 더해 그분들이 지금보다 더 당구에 흥미를 느끼고, 또 선수도 배출되고 한다면 정말 뿌듯할 거예요."

이런 ‘당구인의 삶’을 그의 가족들은 공감하고 이해해준다. 특히 아내 최혜정씨는 대전을 대표하는 포켓볼 선수 출신으로 남편의 가장 큰 응원군이다.

“아내가 제게 시집오면서 육아 때문에 큐를 놓고 있어요. 대신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답니다. 시합 때마다 응원해주고, 또 선수 출신이니 잦은 출장도 이해해줘요. 그래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여기에 한 식구처럼 지내면서 제게 큰 힘이 돼주시는 ’K.PRO동호회’(힐당구클럽 동호회, K는 강상구를 의미)에도 응원에 대한 보답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샷 시범을 보이고 있는 강상구. 인터뷰 내내 사람좋은 미소를 짓던 강상구는 큐를 잡자마자 매서운 눈매를 보였다.
▲“선수 강상구는 랭킹 톱10 진입 목표”

강상구는 “상구당구로 얻은 유명세가 아직 쑥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에 못지않은 성적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2때 처음 큐를 잡은 강상구는 20살 때 3쿠션의 재미에 눈을 떴다. 어릴 적 그가 살던 신탄진동(대전 대덕구) 동호인 최고수 임헌모 선수를 만난 후부터다. 그의 눈앞에서 하이런 16점을 뽑으며 더블쿠션, 리버스샷 등 그가 생전 처음보는 샷들을 쳐댔다.

“눈이 돌아갔죠. 그때부터 3쿠션 재미에 푹 빠졌고, 동호인 생활을 쭉 하다가 2008년 대전연맹 선수로 등록했어요. 중간에 포켓볼과 스누커 선수 생활도 했지만, 2013년에 다시 3쿠션으로 돌아왔어요.”

현재 그의 랭킹은 23위. 70위권에서 현재 순위로 올라오는데 4년이 걸렸다. 2015년엔 제1회 서천 충남도지사배, 청주 중부권 당구대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더 높이 비상하고 싶다”고 했다.

“국내랭킹 톱10 안에 진입하고 싶어요. 요즘엔 ‘16강 징크스’에 자주 발목 잡히네요.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에선 정말 컨디션이 좋았는데, 16강에 오르니 제가 긴장하더라고요. 하하.”

‘상구당구’ 주인공으로서, 선수로서 이야기를 하던 강상구는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했다. 주목받는 경험이 낯설고, “시끄러운 곳은 질색이다”고 할 만큼 성격도 수줍음 많아 보였다. 그러던 그가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보다 재능있는 선수가 정말 많습니다. 제가 지금처럼 여러 곳에 알려지고 있는 건 좋은 기회를 운 좋게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고맙고, 또 응원해주시는 댓글도 많아 뿌듯합니다. 상구당구 강상구, 선수 강상구 모두 응원해 주세요.”

[대전=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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